▲ 사진=노연주 기자

#사물인터뷰 – 그 물건과 은밀한 대화. 콜맨 2018 시즌 랜턴 편

어둠이 드리운 늦은 밤 사무실. 집 열쇠를 놓고 나와 하는 수 없이 다시 왔다. 오늘만 두 번째 출근이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공간이 으스스하다. 형광등 스위치가 어디 있나 두리번거리다 가느다란 빛을 발견한다. 회의실 문틈 사이로 흘러나온다. 빛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기니 호롱불이 날 바라본다. 시야 능력치를 30은 올려줄 것 같은 겉모습이다. 영롱한 불빛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 그 물건이 내게 말을 걸었다.

▲ 사진=노연주 기자

2018 시즌 랜턴 – 안녕 겁쟁이.

플레이지 – 누구세요?

2018 시즌 랜턴 – 겁먹지 마. 난 콜맨의 2018 시즌 랜턴. 한정판 아웃도어 랜턴이지. 귀한 몸이야.

플레이지 – 한정판이요?

2018 시즌 랜턴 – 날 모르는구나. 캠핑 마니아 사이에선 아주 유명하지. 콜맨은 시즌 랜턴을 매년 새로운 콘셉트로 선보이고 있어. 내가 13번째야. 한정 수량으로 판매해 소장가치가 높지. 막 소유욕이 불타오르지 않니?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플레이지 – 글쎄요. 제가 캠핑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라. 당신 콘셉트는 뭔데요?

2018 시즌 랜턴 – 레트로 감성 아메리칸 시네마 콘셉트지. 불빛을 감싸는 글로브를 봐. 1960~70년대 미국 극장가를 연상시키는 필름, 팝콘, 네온사인이 그려져 있어. 예쁘지? 난 콜맨 스테디셀러 모델 200B 디자인을 기반으로 제작됐지.

플레이지 – 대체 콜맨이 누구예요?

2018 시즌 랜턴 – 117년 역사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콜맨을 모른다고? 맙소사. 설명이 길어지겠군. 콜맨은 1901년 처음으로 휘발유 랜턴을 판매하기 시작했어. 콜맨 랜턴은 당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농촌을 밝혔지. 노동을 마친 마을 사람들이 콜맨 덕에 밤에 만나 함께 대화를 나누며 여가를 즐기기 시작했지. 괜히 ‘어둠 속 태양’이라 불린 게 아니야. 콜맨은 117년 동안 사람과 사람은 물론 자연을 연결해주며 성장해왔어.

▲ 사진=노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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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지 – 아, 회사군요. 본사가 어디죠?

2018 시즌 랜턴 – 미국 캔사스주 위치타에 콜맨 본사 공장이 있어. 이곳에서 숙련된 장인들이 랜턴, 버너, 쿨러 등을 손수 제작하지. 나같은 랜턴 하나도 40번 이상 공정과 정밀 점검을 거쳐 완성해. 세월이 흐르면서 공정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며 진화해왔지만 아주 섬세한 작업은 역시 장인이 해내고 있어. 장인정신이 변함없는 품질을 유지해온 비결이지. 품질이 신뢰를 낳고, 신뢰가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달까. 왜 내 시선을 피하지? 아직도 겁쟁이 모드?

플레이지 – 당신 굉장히 밝군요. 몇 와트(W)예요? 전기로 돌아가요? 아니면 리튬이온배터리?

2018 시즌 랜턴 – 연료는 화이트 가솔린. 전기는 야외에서 사용하기 어렵잖아. 밝기는 190캔들파워. 약 130W 정도야. ‘어둠 속 태양’이라 불리기엔 충분한 스펙이지.

▲ 사진=노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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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지 – 옆에 아이스박스 같이 생긴 건 뭐죠? 당신, 이걸 타고 왔나요?

2018 시즌 랜턴 – 수납 케이스야. 이 친구랑 난 한 세트지. 레모네이드 컬러가 딱 내 취향이지. 내 모자랑 옷이랑 깔맞춤이고. 단단한 하드 커버라 날 안전하게 보호해줘. 손잡이가 있어 휴대하기 편하고.

플레이지 – 한정판이면 비싸지 않아요?

2018 시즌 랜턴 – 36만원.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일본에선 지난달 8일 팔기 시작했는데 당일 완판됐지. 한국에선 5일부터 콜맨 직영점과 공식 판매점에서 구매 가능해.

플레이지 – 그런데 왜 우리 사무실에 있어요?

2018 시즌 랜턴 – 나도 모르겠어.

▲ 사진=노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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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말은 안 하지만 추위를 피해 숨어들어온 게 아닐까. 이것도 인연이라고 그 물건과 사무실 주변 서울 구경에 나섰다. 늦은 밤 호롱불 비슷한 걸 들고나서기에 서울은 어울리는 도시가 아니었다. 춥기도 하고. 다가올 봄날 캠핑에 어울릴 듯하다.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개나리빛 레모네이드 컬러가 날이 풀리길 기다리게 만든다. 이번 봄엔 특별한 콜맨 랜턴과 캠핑 세계에 입문해보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