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Throwback Fitness

새해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결심을 한다. 그 중 몸매 가꾸기(fitness)는 해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그런데 혼자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대개 가장 빨리 포기한다.

그러나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다. 몸매 가꾸기 운동을 그룹 경쟁 게임으로 바꾼 복고풍 피트니스클럽이 살을 빼서 몸을 예전의 상태로 만들고 싶어하는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달리기 같은 지루한 운동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한 앤드류 파이겔만은 최근 맨하탄 중심가에 자리잡은 ‘드로우백 피트니스’(Throwback Fitness)를 찾았다. 운동을 게임처럼 하게 해주는 복고풍 체육관이다. 이곳에서 그는 시간을 되돌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80년대 액션 스타인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와 역시 80년대 영화 주인공 페리스 뷰엘러가 비스듬히 누워있는 포스터 아래에서, 짧게 깎은 머리, 긴 양말, 대학 유니폼 티셔츠, 목에 건 호루라기 등 완전 중학교 체육 코치 같은 복장을 한 트레이너가 이 뉴욕 토박이를 맞은 것이다. 팝 음악이 쿵쾅거리는 가운데, 31세의 파이겔만은 아득한 과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릴레이 경주, 농구, 피구를 변형 시킨 게임 운동의 설명을 들었다.

색다른 농구 게임을 하면서는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두 팀으로 나뉘어 게임을 하는데, 참가 선수들은 팔 굽혀 펴기, 윗몸 일으키기, 산악 등반으로 이루어 지는 일련의 순서를 가능한 빨리 마친 다음에야 상대팀 바구니에 슛을 던질 수 있다. 45분 동안 이 게임을 하고 나니 파이겔만은 완전 진이 빠졌지만 어쨌든 그의 팀이 이겼다.

"며칠 동안 몸이 욱신거렸지만, 운동은 재미있었습니다. 게임으로 하니 운동을 더 하고 싶었고, (일반적인 운동을 할 때처럼) 끝나려면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궁금해 하지도 않았습니다."

혼자서 런닝 머신(dreadmill)을 달리거나 비욘세의 노래에 따라 똑같은 구령을 반복하는 체력 강화 강사의 명령은 시간이 지나면서 금방 싫증이 났는데 반해, 피트니스를 경쟁 게임으로 바꾸니, 두 가지 운동 방법이 결코 같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운동에 놀이 요소를 가미하면 2018년 신년의 운동 결심에 대한 열정을 적어도 내일 지나서까지 계속할 수 있다.

▲ 출처= Throwback Fitness

뉴욕대학교 랭곤 건강센터(NYU Langone Health)의 심리학자 보니 마크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어른들도 놀이가 필요합니다. 이런 식의 수업은 사람들에게 엔도르핀이 솟아나게 하지요. 결과적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혈압을 낮추며 잠재적으로 심장 질환의 위험을 줄여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쁨의 조각을 찾는다는 것이지요."

레크레이션 센터 아스팔트 그린(Asphalt Green)은, 드로우백의 아날로그 운동을 하기에는 한 세대 정도 차이가 있는 50대를 대상으로 ‘AG6’라는 것도 개발했다. 참가자들이 비디오 게임에 몰두할 수 있도록 고안된 스테이션을 통해 심장 박동을 높여주는 하이테크 경험을 제공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스판덱스(spandex, 고무같이 신축성 있는 합성 섬유)를 입은 주말 전사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메디신 볼(medicine balls, 운동용으로 던지고 받는 무겁고 큰 공)을 불빛으로 된 점을 향해   던지며 실물 크기의 게임 보드를 통과하면서 한 운동에서 다음 운동으로 진행한다.

달리기 열광자들은 전국의 500개가 넘는 ‘오렌지시어리’(OrangeTheory) 피트니스 영업소에 가입해 런닝 머신으로 동료들과 경쟁하거나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기회를 체험할 수 있다. 잠깐 쉬는 틈을 타 회원들은 머리 위의 리더보드(leaderboard, 최고 선수들의 명단 및 점수를 적은 판)를 훔쳐 보기도 한다. 리더 보드에는 운동 중 가장 많은 칼로리가 연소되는 심박동 구간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내는지에 따라 매겨지는 점수가 계속 업데이트된다.

땀 한 방울과 경쟁하려는 욕망은 목표를 계속 조금씩 더 높이 설정하면서 더 열심히 운동하게 만든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연구원들은 2016년 연구에서, 경쟁을 하는 것이 그저 기록을 재기 위해 옆에 무관심하게 깜박거리는 스마트워치를 옆에 놓고 혼자 운동하는 것보다 참여율을 더 높여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약 800명을 대상으로 11주 동안 시행한 연구 결과, 경쟁하는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며 동기를 부여 받은 사람들이 혼자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보다 90% 나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월에 체육관에 등록한 사람들이 한 두 번 다니다가 다시 나타나지 않고 있고, 새해 운동을 결심한 사람들의 92%가 얼마 안가서 결심을 까맣게 잊어버린다는 스크랜튼 대학교의 연구도 있는 걸 보면, 이런 경쟁 방식의 운동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UCLA의 신경과학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는 돈 본 박사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경쟁은 일반적인 피트니스에서 그저 애매했던 목표를 단순한 것으로 바꾸어 줍니다. 바로 ‘이번에는 더 많은 점수를 따자’하는 것이지요. 게임처럼 운동을 하면(gamification), 지든 이기든 단기간 높은 목표를 부여함으로써 장기간의 체력 목표를 추구하도록 결심하거나 동기 부여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운동을 게임처럼 하면, 운동을 하기 싫다는 생각을 덜 하게 되며, 자신이 무슨 목표를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중요한 것은 그런 생각이 곧바로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리검영 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의 조사에 따르면 애플 스토어에 있는 건강 관련 앱들도 그 어느 때보다 놀이의 요소를 많이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이크 스파’(Take Spar)라는 앱은 현금 통을 놓고 친구들과 운동 능력을 겨뤄 승자가 현금통을 독차지하는 앱이다.

기존의 피트니스에 싫증난 사람들이 놀이를 하며 운동하는 방법(play fix)을 찾으면서 이에 대한 전문 강사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드로우백의 공동 창업자 라이언 윌크와 브라이언 갤러거는 최근 미국 스포츠의학협회(National Academy of Sports Medicine)와 제휴해 드로우백의 운동 방식을 가르치려는 사람들을 위한 인증 과정을 만들었다. 파이겔만도 그 수업을 듣는 사람 중 하나다.

"이 수업은 사람들이 열심히 운동하면서 서로 유대감을 갖도록 도와줍니다. 하면 할수록 계속 하고싶게 만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