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손잡고 커넥티드카(Connected Car)를 공동 개발한다. 완성차업체와 정보기술(IT) 업체가 합종연횡 전략으로 미래 자동차 생태계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르노, 닛산, 미쓰비시  등 자동차 3사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 손을 잡았고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가 차세대 통신망 5G를 활용해 자동차 생태계에 적극 도전하고 있는 등 전 세계에서 몰아치고 있는 합종연횡 바람의 하나다.

일본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현지시각) 혼다와 중국 알리바바 산하 지도정보업체 오토내비(Auto Navi)가 커넥티드카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 알리바바의 커넥티드카.출처=니혼게이자이

커넥티드카는 자동차와 IT 기술을 융합해 인터넷에 접속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 이 자동차는 다른 차량이나 통신기반 시설 등을 무선으로 연결해 주차 예약, 자동 결제, 실시간 내비게이션, 차량 원격 제어, 실시간 음악 서비스, 전자우편(E-mail)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두 회사는 지도정보를 토대로 주차장이나 주유소 결제를 차량에 탑승한 채로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출 계획이다.

이번 협업으로 혼다는 중국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알리바바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혼다가 중국 기업을 통해 중국내 반일 정서를 극복하고 알리바바의 간편결제 이용자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현지에서 압도적인 사업 기반을 갖춘 IT 기업과 연계하지 않는다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는 어렵다”면서 “일본 자동차 업계가 중국 IT 기업과 깊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알리바바의 간편결제 시스템 알리페이는 중국인들의 생활 속 필수 서비스로 정착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알리바바 결제시스템 알리페이 가입자 수는 8억4000만명,  월간이용자수(MAU)는 4억5000만명으로 중국 내 간편결제시장 점유율은 51.8%를 차지한다.

차량단말기에 알리페이 결제기능을 갖추면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것처럼 차량 자체로 주차나 주유, 쇼핑 등의 결제가 가능하다.

알리바바는 자동차가 단순 이동 수단에서 문화·생활공간으로 역할이 확대되면서 운전자와 차량 이용자를 위한 콘텐츠 관련 사업모델에서 수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덕진 인사이트연구소 부소장은 이에 대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할 수 있는 영역은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라면서 “이번 혼다와 알리바바 협업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미래에는 움직이는 스마트폰인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하드웨어 업체와 소프트웨어 업체가 흔하게 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부소장은 “알리바바는 온라인 전자상거래로 유명하지만 최근 동영상, 게임 등 콘텐츠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면서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하듯이 커넥티드카 시대에 차량 탑승자들은 차량에 특화된 콘텐츠 서비스를 즐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차량용 콘텐츠 인포테인먼트 관련 사진.출처=플리커

그는 빅데이터 활용도 전망했다. 김 부소장은 “알리바바는 차량용 콘텐츠 뿐 아니라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 “알리바바는 탑승자의 목적지 정보와 이동 경로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해 콘텐츠 광고에도 활용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고객 데이터를 광고에 활용해 수익을 얻겠다는 의도다.

모빌리티 합종연횡...뭉쳐야 산다

혼다와 알리바바 협업 사례 외에도 세계 각국은 차량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커넥티드카와 함께 자율주행기술, 전기차 기술·서비스 공유 차원에서 동맹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 IT기업 텐센트는 지난해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에 17억8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를 투자해 커넥티드카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야심을 드러냈다.

▲ 테슬라 자율주행기술.출처=테크크런치

테슬라 관계자는 “미래의 자동차는 커넥티드카의 진화이며 우리는 클라우드 기술 등을 통해 자동차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텐센트는 알리바바와 바이두와 함께 중국 IT 3대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8억명 이용자를 보유한 위챗(WeChat)과 QQ 메신저 서비스로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판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도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을 통해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 독일 다임러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IT업체 화웨이는 지난해 11월 푸조(Peugeot), 시트로엥(Citroën) 등 다수의 자동차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 프랑스 PSA 그룹과 장기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에릭 쉬(Eric Xu)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PSA 그룹과 협력함으로써 모빌리티 서비스를 세계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기준으로 정립하고, 나아가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화웨이와 PSA그룹의 파트너십 체결은 연결된 세상을 구축하기 위한 중대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빌리티 시장은 커넥티드카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자율주행 핵심기술은 주변 사물의 행동을 예측하고 위치를 파악하며, 안전 주행 경로를 계산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이용해 자동차 인공지능(AI) 기술을 연구하는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NVIDIA)와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Bosch)의 동맹도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이다.

두 회사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시스템 ‘엔비디아 드라이브 PX2’를 공동 개발해 레벨4(완전자율직전)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드라이브 PX2는 노트북 약 150대의 처리 성능과 카메라 약 12대와 각종 센서 성능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인텔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에 연구실을 열고 자율주행차 연구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에 앞서 인텔은 지난해 3월 이스라엘 인식업체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약 16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모빌아이는 자동브레이크에 사용되는 화상인식 기술 분야에서 인정받는 회사다.

인텔은 독일 BMW와 이탈리아 피아트, 구글의 자율주행차인 웨이모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 간의 동맹도 있다. 르노, 닛산, 미쓰비시 3사는 지난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이들은 “2020년까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율주행 차량을 선보이고 2022년까지 12종의 완전 전기자동차를 공개할 계획이다”면서 “주행거리 600Km, 배터리 비용은 지금보다 30% 줄이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국내, 이동통신사업자 중심의 움직임

국내에서는 이동통신 사업자가 차세대 통신망 5G를 활용해 자동차 생태계에 적극 도전하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스페이스X 본사에서 ICT 업계 대표주자인 일론 머스크(Elon Musk) 스페이스X 회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황 회장은 ‘2019년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조기 상용화’를 목표로 자율주행 부문 글로벌 생태계 확보를 위해 머스크 CEO를 만났다고 말했다. KT는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비서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5G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과 스마트 에너지 사업 등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 KT의 5G 기술이 탑재된 커넥티드카.출처=KT

KT는 5G 등 통신망을 넘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까지 갖춘 자동차 소프트웨어 전문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KT의 기가 드라이브(GiGA Drive)는 현대자동차와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등 13개 세계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차량용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자율주행 실험도시 케이시티(K-City) 주요 실험 구간에 5G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 SK텔레콤 연구원들이 교통안전공단 K-City 내 ‘5G 자율주행 관제센터’에서 5G인프라로 자율주행차 주행 데이터를 수신해 확인하고 있다.출처=SK텔레콤

K-City는 국토교통부 아래 교통안전공단이 경기도 화성시에 조성하는 총 면적 36만3000㎡(약 11만평) 규모의 자율주행 실험도시다. 이곳은 도심과 자동차 전용도로, 교외 등 도로 환경을 그대로 반영해 자율주행차 실험공간으로 구성됐다.

K-City는 5G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5G자율주행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는 것이 SK텔레콤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외에는 아직 5G자율주행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실험도시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자율주행 실험도시에서 관련 기술을 수시로 실험할 수 있게 됐다.

앞서 SK텔레콤은 차이나모바일, NTT도코모, 버라이즌 등 각국을 대표하는 이동통신업체들과 함께 5G 기반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만든 5G 자동차협회(5GAA)에 지난 2016년 합류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출시된 제네시스 G70에 카카오와 함께 간단한 말로 목적지와 맛 집, 관광지 등을 검색하는 서버형 음성인식을 개발하고 탑재했다.

현대자동차는 다음달 2월 열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수소연료전지 자율주행차의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당 차량엔 KT와 협력해 개발한 5G 기반 커넥티드 기술도 탑재돼 차에서 집안 가전제품을 제어하거나 운전자 건강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