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토론과 영토문화론의 근거가 되는 것은 당연히 문화와 역사다. 따라서 먼저 문화와 역사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는 인류의 모든 삶과 사고를 통 털어 일컫는 것으로 대부분의 학자들은 문명과 문화를 동일시하고 있다. 인류가 생활해온 의·식·주처럼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 언어와 종교·사상 등 눈에는 보이지 않으면서도 공동체가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생활해 나가면서 공통적으로 사고하는 모든 것이 문화다. 아주 먼 고대부터 시작해서 지금 이 순간이라고 일컬어지는 현재의 매 순간마다 벌어지는 인류의 생활방식을 비롯한 모든 행위와 사고를 총체적으로 일컫는 것이 바로 문화라는 것으로 지구라는 단면에서 벌어지는 수평적인 의미의 것이다. 그리고 그 수평적인 문화가 시간이라는 수직적인 개념에 의해 축적된 것이 역사다.

따라서 세계 전 인류가 공통적으로 누리는 삶이라는 문화는 세계문화이며 그것은 세계사로 엮어진다. 또한 일정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문화는 그 지역의 특성을 갖는 문화로 그 지역의 민족 혹은 나라의 문화이며 그것은 그 민족 혹은 나라의 역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만 일정한 나라나 민족의 문화로 지칭되기 위해서는 그 일정한 영역에서 영토에 뿌리를 내리고 보편성을 지니는 문화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복자나 혹은 일시적으로 머물던 사람들도 문화유적을 남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편적이지 않거나 영토에 뿌리를 내린 문화가 아니라면 정복자나 혹은 일시적으로 외부에서 전래되었던 문화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라는 것이 일정한 영역의 나라나 민족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영역 내의 영토에 뿌리를 내린 문화로 보편성을 동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와 역사의 상관관계를 기반으로 해서 도출되는 이론이 바로 문화영토론과 영토문화론이다.

문화영토론은 ’개념에 의한 지리적인 국경에 의해서가 아니라, 영토문화를 기반으로 한 문화주권자가 영토권자임을 정의하는 것’으로 ‘문화가 영토’ 즉 ‘문화의 주인이 영토의 주인’이라는 이론이다. 따라서 이 이론은 영토분쟁이 일어난 지역의 진정한 영토권자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이론이다.

그러나 현대처럼 문화의 전달과 융합이 순식간에 일어나고 있는 시대에 문화주권자가 영토권자라고 정의하기는 용이한 일이 아니므로 그 문화가 어떤 문화인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문화주권자가 영토권자’라는 이론만을 주창하다가는 무력이 강성한 일정한 나라나 민족이 침략 등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문화영토를 넓힘으로써, 일정한 영토에서 자신들의 위상을 드높여 영토권을 확보하자는, 추상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분쟁의 소지를 안을 수 있는 이론으로 둔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영토론에 의해서 영토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영토문화론이라는 선행 이론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영토문화론은 ‘일정한 영토에 대한 영토문화의 실체를 분석함으로써 그 영토의 문화주권자를 규명하는 것’이다. 즉 현대처럼 빈번한 문화교류가 있는 시대가 아니라 고대로부터 농경사회로 정착하여 생활하던 시대까지 일정한 영토를 개척하고 그 안에서 문화의 꽃을 피우며 문화를 창조하고 계승해 나간 민족이 그 영토에 남긴 문화유산에 의해서 문화주권자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일정한 지역의 영토에 뿌리내리고 있는 보편성과 역사성을 지닌 영토문화를 분석하여 문화주권자를 규명하는 것으로, ‘영토문화를 기반으로 한 문화주권자가 영토권자’라는 문화영토론에 선행하는 이론이다. 다만 영토문화라는 것이 그 지역의 환경, 특히 기후나 토양에 의해서 각각 독특한 모습으로 창조되어 성장하였기 때문에 그 분류는 지역의 환경적인 특성에 맞게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영토문화의 분류는 형태의 유무를 구분하는 유형·무형 문화와 문화인류학적 분류방식인 용기(用器)·규범·관념문화를 기반으로 매장문화, 지명문화, 지적문화 등등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특이한 환경을 소유한 지방이 아닌 경우에는 매장문화를 가장 중요시 한다. 왜냐하면 매장문화는 장례라는 풍습과 함께 묻혀있는 유물을 통해서 문화를 분류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기준으로 볼 때 청나라가 자리하고 있던 간도를 포함한 만주 땅은 대한민국이 자리하고 있는 한반도와 여러 가지 환경이 비슷한 관계로 영토문화를 같은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고 그 대표적인 것 역시 매장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