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IT매체 폰아레나가 2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새로운 롤러블(rollable) 디스플레이 특허를 신청했다고 보도하면서 롤러블 디스플레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디스플레이가 커버드에서 폴더블을 거쳐 이제 롤러블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립스가 세계 최초로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선보였지만 중소형 디스플레이의 강자인 삼성과 OLED를 핵심으로 삼고있는 LG가 롤러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이 시장도 한국 기업의 독무대가 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삼성 롤러블 특허 신청

공개된 특허를 살펴보면 원통형과 직사각형 두 가지 형태로 돼 있으며 지문으로 정보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디스플레이 본체에 자석장치가 마련돼 있어 터치로 디스플레이를 말거나 펼 수 있다. 작은 회전모터가 디스플레이를 조절하는 게 일반이지만, 삼성전자의 새로운 특허는 본체에 자석장치가 붙어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디스플레이 자체에 자석이 탑재돼 있다는 뜻이다.

공개된 자료만으로 삼성전자가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폰아레나도 "아직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단순하게 정보를 저장하거나 재생하는 장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크기로 보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기술이지만 당장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적용될 수 있을지도 미정이다.

▲ 삼성의 롤러블 특허. 출처=갈무리

미완의 기술 롤러블

롤러블 기술은 아직 기술 테스트 단계라고 보는 편이 맞다. 디스플레이를 접는 폴더블(foldable) 기술이 일부 스마트폰에 탑재돼 공개되고 있지만 롤러블은 아직 '미완의 기술'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디스플레이의 진화로 보면 커브드에서 폴더블, 롤러블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폴더블과 롤러블은 플렉시블 기술에 해당되며 플렉시블은 커브드(Curved)와 벤더블(Bendable), 스트레처블(Stretchable) 등으로 세분화된다.

커브드는 디스플레이를 구부려 고정시킨 형태며 최근 프리미엄 TV에 도입돼 상용화됐다. 벤더블은 다소 낮은 곡률을 지원하면서 디스플레이를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며 스트레처블은 디스플레이를 늘리는 신기술이다.

커브드는 TV를 중심으로 이미 현실이 됐기 때문에 최근 디스플레이 업계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폴더블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X 프로젝트가 폴더블 스마트폰 기술을 지원할 전망이다. 아직 시제품이 나오지 않았으나 올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재팬디스플레이(JDI)도 방산기업 미네비아와 협력해 폴더블 스마트폰 시제품을 전격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변곡점은 지난해 6월 레노버가 보여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월드 2016'에서 레노버는 폴더블 스마트폰 '씨플러스(CPlus)'와 태블릿 '폴리오(Folio)'를 시연했다. 맥카시는 팔찌처럼  구부려 손목에 착용할 수 있으며 폴리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모두 지원하는 폴더블 기술력이 보여줬다.

삼성과 LG ,롤러블에서도 공격행보

롤러블은 중소형 디스플레이의 강자인 삼성과 OLED를 핵심으로 삼고있는 LG가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세계 최초의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필립스가 보여줬다. 2005년 IFA 2005에서 E-리더 래디우스 롤러블 디스플레이 프로토 타입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 LG의 롤러블 특허. 출처=갈무리

모바일 기기 등에 탑재되는 진짜 롤러블 디스플레이의 태동은 지난해부터다. LG전자는 지난해 CES 2016에서 1mm 두께의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를 전시한 바 있다. TV에 적용되는 기술이며 가장 가볍고 얇은 디스플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77인치와 UHD(3840×2160) 해상도, 투과율 40%, 곡률반경 80R(반지름이 80mm인 원의 휜 정도)을 구현해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스마트폰에서는 지난해 12월 폴더블과 롤러블, 커브드 모두 지원되는 특허를 출원했다. 회전모터가 달린 카세트 시스템을 지원하며 디스플레이 뒷면은 플라스틱 필름으로 마감해 강력한 내구도를 지원한다.

▲ 1mm 두께의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 출처=LG디스플레이

LG의 롤러블 중심에는 LG디스플레이가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4년 18인치 플렉시블 OLED 및 투명 디스플레이, 2015년 곡률반경 30mm 구현의18인치 롤러블 디스플레이, 2016년 55인치 투명도 40% 디스플레이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대화면 투명 및 플렉시블 OLED 디스플레이를 위한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 롤러블 TV도 염두하고 있다. 2020년 롤러블 OLED TV 패널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파주에 있는 P10 OLED 팹에서 생산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SID 2016에서 롤러블 OLED 디스플레이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5.7인치에 0.3mm 두께를 지원하며 무게는 5g에 불과했다. 스마트폰 탑재용이다. 2015년 12월에도 원통형 롤러블 디스플레이 특허를 출원했으며 최근 공개된 특허에는 디스플레이 자체에 자석장치를 탑재하는 기술까지 보여줬다.

시장조사업체 다이제스트 ICT는 "아직 폴더블 시대는 오지 않았다"면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여주는 대목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이제스트 ICT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디스플레이 기업과 전자 제조 기업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자보다 유리하다"면서 "평면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폴더블이나 롤러블은 디스플레이 제조와 양산 기술을 넘어 이를 장치에 장착하고 제대로 작동시킬 수 있는 적용 기술도 필요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와 장치 제조의 기술 협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이제스트 ICT는 "플렉서블과 마찬가지로 폴더블과 롤러블은 OLED 패널이 LCD 패널보다 유리하다"면서 "OLED 패널은 백라이트가 필요없기 때문에 LCD 패널보다 얇아 구부리거나 말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OLED가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의 패권을 쥘 이유가 더 추가된 셈이다. OLED 패널은 삼성과 LG가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패널 기업들보다 먼저 폴더블이나 롤러블 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