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2018년 자동차 판매 목표 대수를 755만대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판매 목표(825만대)보다 70만대(8.5%) 적다.

판매 목표치가 줄은 것은 지난해 여파가 적지 않아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반한(反韓) 감정으로 뭉친 중국 시장은 최근 들어 회복세를 보이지만, 미국시장은 판매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자율주행차와 노후화된 플랫폼, 엔진 라인업 교체 등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다는 의견을 내놨다. 신흥국 시장을 기반으로 올해 판매 회복세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각각 467만5000대, 287만5000대로 설정했다고 2일 공시했다. 총 755만대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70만1000대, 해외에서 397만4000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는 올 한 해 동안 12개의 신차를 출시하고, 상반기 수소전기차도 투입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국내에서 52만대, 해외에서 235만5000대를 판매 목표로 제시했다. 올해에는 상품성을 개선한 니로 EV와 쏘울 EV를 투입하고, 새로운 판매 전략과 서비스 인프라 확충 등 친환경차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위기를 뿌리칠까

현대·기아차가 올해 판매 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은 중국과 미국을 비롯해 해외시장 판매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중국시장에서는 지난해 3월 사드 배치 문제로 현지 소비자가 등을 돌렸다. 업계에서는 반한 감정이 확산한 중국은 최근 들어 해빙 분위기에 맞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회복세가 더디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중국과 함께 현대차그룹 주력시장인 미국시장의 전망도 밝지 않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하는 현지 트렌드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 주력모델의 노후화 문제도 있다. 게다가 현재 미국은 자동차 수요 정체기에 진입한 데다가 유럽 완성차업계와 경쟁도 격화된 상황이다. 이에 미국시장은 호전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 파업 문제도 걸림돌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말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해냈으나, 이후 진행된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이유를 임금·성과급이 예년 수준보다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와 완성차업계에서는 판매 목표치 하향 전망을 현대차와 기아차가 내실을 다지기 위해 판매 목표를 축소한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성장가도를 배경으로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부분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새로운 도전을 위한 준비?

업계에서는 노후화된 플랫폼과 엔진 라인업 교체에 주력하기 위해 숨 고르기를 한다는 판단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크게 10개로 구성된 엔진 라인업 중 7개를 교체하고 있다. 최근 전동화 전략을 확대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율주행 연구와 플랫폼 교체는 큰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일이다.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강당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지난해에는 중장기 전동화 전략을 통해 2025년까지 38개의 전동화 차종 운영 등을 핵심 방향으로 설정했는데 올해부터는 세부 로드맵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등 미래 핵심 사업 영역에서 전략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세계 유수 기업들과 협력 체계 구축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이 올해 신흥국을 새로운 시장으로 잡고 판매량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신흥국 판매 비중이 33%다. 이중 인도시장 비중은 11%다. 러시아 및 브라질 시장 점유율도 각각 20%와 10%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연우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2018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저성장 속 패러다임의 변화가 본격화되며 신흥국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일 것”이라며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성장을 견인 중인 신흥국 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 성장 수혜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