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회사에 큰 문제가 발생해 매뉴얼에 적힌 대로 위기관리팀을 소집해 보았습니다. 저희 대회의실이 총 30명 정도 들어가는 크기인데요. 매뉴얼상 적힌 위기관리팀원이 거의 50명에 육박하더군요. 상당수가 앉을 자리도 없더라고요. 위기관리팀원은 몇 명 정도가 적당한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그 매뉴얼에 문제가 조금 있습니다. 매뉴얼이 만들어질 때 어떤 지시와 공유가 이루어졌는지 잘 모르지만, 위기관리팀원의 숫자가 그렇게 많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질문에서 “위기관리팀원의 수가 몇 명이 적절한가?”라고 했는데요. 그 질문에도 정해진 수는 없습니다. 위기관리팀을 구성하는 인원의 가장 이상적인 숫자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위기관리 리더십과 상당 부분 비례한다고 보면 됩니다.

대부분 기업에서 위기관리를 위한 위기관리 핵심팀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해 각 주요 부서의 장들이 일단 그 핵심을 이룹니다. 여기에서 의사결정권자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낮은 경우일수록 그 수는 늘어납니다.

위기 시 의사결정 권한을 여럿이 배분해 자신의 부담을 줄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위기관리팀장을 대표이사가 하지 않고, 홍보임원이나 기획임원으로 배정해 놓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위기관리팀 인원의 수는 배가됩니다.

반대로 오너이자 대표이사가 위기관리팀장 역할을 직접 수행하는 경우에는 소집되는 위기관리팀원의 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수 이하로 줄어듭니다. 아주 극소수가 의사결정해 지시를 하달하는 군대 체계로 내부 위기관리 소통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위기관리팀이 만나 의사결정을 하는 시간의 길이와 횟수도 위기관리팀장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에 따라 대폭 늘거나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기업 내에서 아무리 권한이양이나 민주적 기업문화를 자랑해도, 매니저급들이 모여 앉아 결정할 수 있는 수준과 임원급들이 결정할 수 있는 수준과, 사장단급과 오너급의 의사결정 수준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매뉴얼상에서 위기관리팀의 범위를 나누기 위해서는 위기의 상황별 수준을 먼저 나누게 됩니다. 일상적이고 단순한 위기에 대한 대응은 주관 및 유관 팀장급들이 모이는 일선 협업팀 수준에서 다루게 됩니다. 그 위 그리고 또 그 위의 위기 상황별 수준으로 전개되면서 그 위기를 다루는 팀은 상향 조정됩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위기관리팀의 ‘상향 조정’이 곧 위기관리팀 인원수의 증대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위기관리팀의 상향 조정은 점차적으로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그룹의 분리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의사결정그룹이 상위로 조정됨에 따라 이전 팀장 그룹은 이제 실행에만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했을 때 수십 명의 위기관리팀 인원이 모두 위기관리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는 문제가 있는 체계입니다. 인원이 줄어 각 부서 핵심 임원들이 대표이사와 둘러앉았다 하더라도, 해당 임원이 깊이 있는 상황보고와 검증을 하지 못하고 앉아 있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있는 체계입니다.

또한 여러 임원들이 대표이사가 부재한 채 모여 앉아 위기관리를 위한 회의를 수시간에 걸쳐 연이어 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의 논의 내용들은 반복되고, 중복되고, 효율적이지 않게 회오리를 칩니다. 이보다 더한 경우는 이렇게 비효율적인 임원급 위기관리팀 위에 대표이사와 사장급 일부가 모인 최고의사결정그룹이 있는 경우입니다.

말 그대로 옥상옥(屋上屋)의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죠. 임원급 위기관리팀에서 장시간에 걸쳐 정리된 (결정되지 않은) 위기대응 시나리오들이 그 위 대표이사급 위기관리팀에 보고되는 비효율성을 상상해 보세요. 위기 시 이와 같이 의전을 따지는 기업이 위기관리에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위기관리는 곧 시간과의 싸움이라 그렇습니다. 작고 빠른 훈련된 조직만이 시간과 겨룰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