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등 최근 중국내 외국계기업들이 처우에 불만을 가진 직원들과 마찰을 일으키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진은 구찌 판매장.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가장 매력적인 중국 시장에서 해외 유수의 기업들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경제와 중국 노동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외국기업에만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볼멘 목소리도 함께 들리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최근 중국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중국 셴젠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근무했던 전직 구찌 직원 5명이 럭셔리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열악한 근무 환경을 폭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들 5명은 인터넷에 공개한 내용에서 셴젠 구찌 지점은 직원들에게 최소한 100가지 이상의 규칙을 적용했으며 이중에는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마시러 갈 때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만일 점포에서 물건이 없어지면 직원들이 그 비용을 충당해서 책임을 져야했다는 내용도 규칙에 포함됐다.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이 지점에서만 16번의 제품 분실 사고로 인해 총 7만위안(1260만원)이 직원들의 월급에서 차감됐다고 전직 직원들은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는 물건들에 보험을 들어놓았기 때문에 결국 두 번이나 보상을 받는 셈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직원들은 하루에 10시간 이상 근무하도록 일정이 짜여 있으며 밤 10시에 폐점할 때까지 퇴근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때로는 물품 목록을 정리하기 위해 새벽 2~3시까지 근무해야 했지만 구찌 측은 초과근무를 기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건강이 나빠진 것을 보상받고 초과근무한 부분에 대한 금전적 비용을 보상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구찌 측의 사과를 원하지만 회사 쪽에서는 아무런 연락이나 보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에 폭로된 구찌의 비인간적인 처우와 관련해 여론이 점차 악화되면서 중국 정부도 조사에 나섰다. 셴젠의 노동감독청은 구찌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으며 셴젠의 지점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의 구찌 점포 모두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감독청은 이미 구찌의 처우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전직 직원 5명에 대한 인터뷰를 마쳤으며 두 달 이내에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찌측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으나 해당 점포의 매니저 2명을 최근 교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눈높이 못 읽었다” vs “처우 좋은데 되레 차별”
일본 시계업체 시티즌의 광둥지역 공장에서도 직원들이 처우에 불만을 터뜨리면서 파업이 빚어졌다. 공장의 에어컨 이상으로 평일 근무 대신 휴일에 근무를 하도록 사측이 요구했으나 휴일 근무에 따른 수당은 지급하지 않으면서 직원들이 이에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그동안 가졌던 처우와 경영 방식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진 것으로 주변에서는 분석했다.

한국 기업들도 거센 파도를 피해가진 못했다. 버버리, DKNY, 마이클 코어스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핸드백을 주문자상표(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시몬느의 광동 공장에서도 직원들이 가혹한 근무환경에 불만을 표하며 파업에 들어간 바 있다.

이들은 하루 12시간 근무에 4시간마다 한 번씩만 화장실에 갈 수 있었으며 공장 관리자는 여직원들이 물건을 훔쳐가는지 여자 화장실까지 들어와서 확인했다며 분노했다. 공장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항변했지만 파업이 여러 날 이어지면서 결국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등에 합의하고서야 상황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외국 기업들이 특히 고초를 겪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해외 기업들이 과거의 눈높이로 중국 노동자들을 대우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 중국 내에서는 많다.

사회학자 시아슈에루안은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외국 유명 브랜드들은 다른 나라에서는 법을 잘 지키면서 사업을 벌여나가고 있는데 유독 중국에서는 종종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한다고 비난 받는다”면서 중국 당국이 좀 더 법 집행에 집중해서 중국 노동자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서는 외국계 기업이 중국 기업에 비해서 처우가 특별히 다를 것이 없는데 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좀 더 집중 포화를 받는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개진된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내 한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는 “외국계 기업들의 처우는 중국 기업과 비교해 오히려 평균적으로 좋다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 “중국 기업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정부가 개입해서 상황을 빠르게 종료시키는 반면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그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므로 결국 언론과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은 외국기업쪽”이라고 분석했다.쭦

중국의 대표 브랜드들
B&W인터내셔널 ‘바왕’은 샴푸의 여왕

B&W인터내셔널 그룹은 중국에서 인기 있는 샴푸 제조업체로 회사명보다는 샴푸의 브랜드인 바왕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1989년 첸치위안 회장이 설립한 B&W는 중국 한약 성분이 포함된 바왕 한방 샴푸로 외국계가 대부분인 샴푸 시장에서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탈모를 막아준다는 한방 샴푸 제품 등으로 남성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중화권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성룡을 모델로 섭외해서 더욱 인지도를 넓혀갔다. 중국의 샴푸 시장은 외국계 헤어 브랜드들이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데 P&G와 유니레버가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의 샴푸 시장이 현재 300억위안 규모이고 매년 15.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 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중국 로컬 브랜드의 입지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바왕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뉴스에 주가가 폭락하는 등 한차례 홍역을 겪기도 했지만 인체에 무해할 정도의 소량이라는 공식 발표가 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회사 직원들이 보도를 내보낸 기자를 찾아가는 등 행패를 부리면서 대외적인 신뢰도는 다소 하락하기도 했다. 향후 B&W가 세계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제품과 함께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이 유일한 지름길일 것이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chan@naver.com
지난해 9월부터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래플즈 칼리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 기업커뮤니케이션 등을 가르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년간 기자로 근무했다.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상오 기자 hanso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