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무법인이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 성능저하를 문제 삼아 집단소송 참여자를 적극 모집중이다.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이 1000조원 넘은 손해배상 집단소송에 나서는등 애플을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국내 소송은 난항이 예상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현재 진행중인 ‘아이폰 성능저하 집단소송’의 참여희망자가 접수개시 이틀만에 7만명을 돌파했다고 29일 밝혔다. 소송 참여자 모집기한을 내년 1월 11일까지로  정해 적어도 수 만명이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성능저하 논란에 휩싸인 애플의 아이폰. 출처=테크크런치

현행 국내 법률에서는 민사소송을 통해 한 사람이 승소해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람까지 효력이 미치는 집단소송은 증권소송을 제외하고는 허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이번 애플 관련 소송은 공동소송의 형식으로 소송에 참여한 사람만 판결에 따라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법조계 관련자들은 설명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애플이 성능 저하되는 하자를 숨기고 판매한 것은 판매 계약에서 발생하는 판매자의 후속적 제품 관리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서, 채무불이행이거나 불법행위가 된다”면서 “애플의 손해배상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손해액의 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법조계는 기계의 성능저하를 원인으로 금전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애플이 기계를 교체해 준다면 손해액이 상쇄되기 때문에 대체로 성능저하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손해금으로 방향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 관계자 설명이다.

이 경우 재판과정에서 정신적 피해를 금전으로 산정하고 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어렵다는 얘기다.

소송인을 모집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의 조계창 변호사는 “반드시 국내 민사 소송에 국한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미국소송에 참여하는 방식이나 소비자 단체를 통해 집단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사소송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해 소송과 동시에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조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어 조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손해액 산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으며 향후 소송 참여자들이 모집되는 대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초동 소재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이런 공동소송은 처음부터 손해액을 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대략적인 금액을 정하고 소송이 진행되면서 순차적으로 늘리는 방법을 구사한다"면서 "애플 측에서 정신적 피해가 무엇이고 그 산출 피해금액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다툰다면 소송은 장기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소송 의사를 피력한 고객들을 상대로 위임절차를 진행한 후 내년 2월 초에 본격적인 법적 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애플의 고의적인 성능 저하 조치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것이다.

방통위는 지난 8일 “애플코리아에 이번 배터리 게이트에 대한 설명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통위가 애플 측에 직접적인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기통신사업자법상 애플은 방통위의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방통위 관계자 설명이다.

▲ 구형 아이폰 배터리 성능을 의도적으로 저하시킨 애플의 본사 건물. 출처=픽사베이

배터리 성능 저하 시인한 애플...사면초가 빠지나

한편 세계적인 스마트폰 제조사인 애플은 최근 아이폰 6, 6 플러스, 6S, 6S 플러스, SE, 7, 7 플러스에 성능저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적용함으로써 고객들이 보유한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켰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구형 아이폰의 꺼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iOS 업데이트를 통해 기기 속도를 일부러 조절했다는 애플측 공식성명에도, 세계 각국에서는 애플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아이폰 이용자들은 9999억달러(약 1066조원)에 이르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금액은 애플의 시가총액 약 8800억달러(약 939조원)을 넘는 큰 금액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애플은 28일(현지시각) 구형 아이폰 성능저하에 공식 사과하고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 지원을 약속했다. 애플은 "고객들이 애플에 실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아이폰 배터리를 신형으로 교체하면 성능저하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사과했다.

애플은 내년 1월부터 배터리 교체비용을 현재 79달러에서 29달러로 낮게 책정, 차액 50달러(약 5만3000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는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기재된 게시글에서 시작됐다. 레딧에 글을 게시한 아이폰 이용자가 지난 9일(현지시각)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수록 iOS의 처리 속도가 느려졌다"는 글이 올린 것.

이에 애플은 지난 20일 공개 성명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는 주변 온도가 낮거나, 충전이 덜 됐거나, 노후한 상태일 때 최고 성능을 내지 못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이유로 기기를 보호하기 위해 갑자기 전원을 차단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해 아이폰6, 아이폰6S, 아이폰 SE를 대상으로 갑작스러운 전원 차단을 막으려고 이런 기능을 도입했다"면서 "iOS 11.2 버전의 아이폰7에도 이를 적용했으며 향후 다른 기기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형 아이폰의 종료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사전에 고객에게 충분한 양해를 구했어야 하지만 애플은 사전 고지와 사과는 물론 소비자와의 의논도 없이 배터리 성능을 늦췄다는데 대해 이용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애플의 공식 성명 발표 후 IT전문 매체 더버지는 “애플이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고 테크크런치도 “배터리 수명 저하 문제는 아이폰 사용자들과 우선으로 소통을 했어야 한다"면서 "애플의 소통 방식이 실패했다"고 질타했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소송참여의향을 밝히는한편, 애플리케이션(앱) 실행속도의 늦어짐 현상, 로딩중 멈춤 현상, 화면정지, 키보드입력 지연 현상 등 각종 성능저하 현상을 호소하는 한편, 배터리 불안정, 급속 방전 등 배터리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