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고수익일수록 리스크가 크다. 이는 절대불변의 법칙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투자자들은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 수익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다.

반면 리스크를 지지 않고 재테크를 노리는 사람도 있다. 재테크에 있어 가장 우선되는 것은 고수익보다 원금을 지키는 안정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익을 쫓는 재테크보다 만족할 수 있는 재테크를 요구한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다. 가령 ‘투자는 싫다. 무조건 예금이나 적금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만약 여윳돈 3억원이 생겼을 때 투자성향이 안정형에 치우쳐 있는 투자자들을 위해 원금 보전을 최우선에 놓은 재테크 방법을 알아봤다.

‘안정형’ 투자 노하우는

안정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외화예금과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먼저 외화예금은 최근 원화 가치 상승에 따라 눈여겨 볼만한 투자 방법이다. 외화예금에 투자하는 재테크 고수가 의외로 많다. 일단 안정형이 중시하는, 리스크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재테크 경험이 적은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외화예금은 세금 혜택도 있다. 환율 차이로 발생하는 차익은 비과세가 적용되면서도 금융종합소득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외화예금통장에서 발행되는 이자에 대해서 이자소득세 15.4%만 내면 된다.

투자 방법은 은행에서 외화예금이나 외화적금에 가입하면 된다. 통장에 달러를 예치해 예금에서 나오는 이자와 환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원·환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환테크 관련 이슈가 업계에 돌고 있다”면서 “환테크는 타이밍 싸움인데, 한꺼번에 3억원을 모두 투자하기보단 일정 기간 추세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TF도 발군의 투자처다. ETF는 환금성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따로 정해진 투자기간도 없다. 주식처럼 매매할 수도 있다. 정규 주식거래 시간에 언제라도 매도해 현금화할 수 있다. 언제라도 자산 리스크에 직면했다면 쉽게 방향 조정이 가능하다. 위기에 봉착했을 때 재빨리 현금화할 수 있는 투자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놓아야 유연성과 안정성이 함께 증가한다. ETF는 이 조건을 가장 잘 충족한다. 재테크 고수들이 즐겨 찾는 이유다.

ETF는 거래 비용도 적게 든다. 주식이나 펀드보다 훨씬 유리하다. 다양한 투자도 매력이다. 국내부터 시작해 해외 금융시장 대부분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주식부터 채권, 원자재와 귀금속, 부동산, 외환 등의 시장에 모두 투자가 가능하다.

여윳돈 3억원 생긴다면… “예금·적립식펀드 반반 투자 바람직”

3억원이 있다면 금융권 사람들은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만들까.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안정성을 고려할 때 50%는 은행에 단기 예금을, 수익을 노려 50%는 적립식 펀드를 권유했다. 안정성과 수익성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김형리 농협은행 WM사업부 차장은 “1년 후 사업자금이나 목돈을 조금 불리려는 계획이 있다면 소유하고 있는 자산의 절반을 단기 적금으로, 나머지 절반은 펀드나 투자 상품들에 매달 넣는 것이 좋다”면서 “수익률이 낮은 적금에서 안정성을 기대함과 동시에 펀드를 통해 수익률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대 수익률은 안정적인 만큼 2~3%대를 고려했다. 여윳돈 3억원은 보존하면서 연간 최대 900만원 정도의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케이스다.

또한 “안정형 금융소비자가 3년 이상 저축을 한다면 적립식 펀드를 적극 권한다”면서 “이는 채권형으로 가입하게 되면 저축과 거의 비슷한 셈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굳이 5~10년의 장기 투자를 고려한다면 비과세를 고려해 저축성 보험과 채권혼합형을 선택하는 것이 안정적이다”라고 덧붙였다.

홍승만 키움증권 금융상품팀 차장은 “3억을 투자한다면 변동성을 고려했을 때 환금성이 있는 자산은 예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면서 “나머지 자금은 모두 적립식 펀드로 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안정감 면에선 1년 미만 단기채권 펀드도 고려해볼 만하다”면서 “3~5년 장기 투자를 하겠다면 자산배분 상품을 이용해 주식과 채권의 일정 비율을 조절해가며 투자하는 상품이 알맞다”고 말했다.

이민홍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팀장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져 있어 외화예금에 50%를 넣는 것이 좋다”면서 “나머지 50%는 적립식 펀드에 넣고 수익률을 기대해보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정형이 투자를 한다면 1~3년을 두고 보았을 때 40%를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 들고, 글로벌 후순위 채권에 투자하는 삼성 PGI 하이브리드 인컴 펀드를 40%, 나머지 20%를 아시아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식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기대 수익률은 연 7~10%로 예금에 절반을 넣어두는 것보다 2~3배 높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삼성 PGI 하이브리드 인컴 펀드는 미국과 유럽 우선증권에 투자해 안정적인 이자와 배당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국고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고 하이일드 채권보다 양호한 신용등급을 나타내는 특징이 있다.

하이일드 채권은 고수익·고위험 채권이다. 신용 등급이 낮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으로 원리금 상환에 대한 불이행 위험이 높지만 그만큼 이자율이 세다. 그는 “이어 장기로 투자했을 경우 기대 수익률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최근 연이어 출시되고 있는 TDF펀드가 제격이다”면서 “TDF펀드는 지역과 시간을 분산하기 때문에 안정적이다”라고 말했다.

TDF는 연금에 특화한 장기 글로벌 분산전략 펀드다.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 10~20개를 분산해 투자한다. TDF는 해가 지날수록 채권의 비중이 높아지고 주식 비중이 낮아지는 전략으로 운용된다.

김은정 우리은행 WM자문센터 차장은 “금리 변동 민감도가 낮은 채권 중 투자자금 평균 회수 기간이 짧은(듀레이션) 단기 상품에 60% 비중을 두는 것이 좋다”면서 “주식 비중을 40% 정도 가져가 연 4~5% 수익률을 구성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만약 수익률을 더욱 높이고 싶다면 하이일드 채권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면서 “완만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진다고 보고, 선진국 우량 국채를 줄이고 하이일드 채권 등 크레디트물 투자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3억을 전부 원화로 가지고 있다면 통화 분산차원에서 20% 정도를 외화예금에 넣을 수도 있다”면서 “최근 10년 주기설과 금리 위기설이 나오는 만큼 달러에 예금을 넣어 변동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안정성을 도모하는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단기 투자로 안정성만 보면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투자도 매력적”이라면서 “국내 주식의 경우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조정이 있었고, 기업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아 PER(주가이익비율)이 10배가 안 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신흥국 투자의 경우 베트남이나 아세안 국가를 추천했다.

 

2018년은 금리 변동성 커… 유동성 높은 단기상품을 찾아라

최근 한국은행은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는 곧장 대출금리뿐만 아니라 예금금리 상승세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단기형 예금 상품을 찾아라’라고 입을 모은다.

단기 예금 상품은 금리 상승기에 안정형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수시입출금 예금 상품이 대표적이다. 수시입출금 예금은 1년 미만 단기상품으로 비교적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또 언제든 높은 수익률을 찾아 움직일 수 있는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수시입출금 예금 상품은 금리가 연 0.1% 정도인데, 예·적금 금리와 맞먹는 1% 중반 이자를 주는 상품들이 최근 다수 출시됐다. 그러다 보니 최근 금융권에서는 단기예금 상품에 자금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예금 증가액이 7~10월 사이 월평균 6조1000억원 정도 늘어났다. 이 중 1년 미만 정기예금에 자금 유입이 활발했다. 지난해 3분기 1년 미만 정기예금의 전체 예금 대비 비중은 33.7%로 1분기 31.3%에 비해 2.4%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권에선 금리 상승기를 맞아 금융소비자에게 단기성 정기예금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10월 말 최고 연 1.5%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 통장 ‘마이줌 통장’을 출시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수신액 1조원을 돌파했다. 이 상품은 최소 100만원부터 최대 10억원까지 예치할 수 있다.

신한은행의 ‘주거래 미래설계통장’은 평균 잔액 50만원부터 300만원까지 연 최고 1.5% 금리를 제공한다. 단 연금 수령 실적이 있어야 1%포인트 우대금리를, 신한카드 결제 실적 또는 공과금 자동이체 실적이 10만원 이상이어야 0.5%포인트 우대금리를 각각 받을 수 있다.

OK저축은행이 지난해 9월 출시한 수시입출금식 상품 ‘중도해지OK정기예금’은 출시 3개월 만에 수신잔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연 1.8% 금리를 제공하는 이 상품은 언제든지 해지해도 금리 손실이 없어 작은 금액, 큰 금액 상관없이 보통예금처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가입 기간은 36개월로 10만원 이상 5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금리 변화를 지켜보려는 고객들에게 단기자금 운영 용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저축은행들도 수시입출금 상품을 판매 중이다. 웰컴저축은행은 자유입출식 ‘Welcome 비대면 보통예금’은 잔액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일 때 최고 연 1.4% 금리를 제공한다. 페퍼저축은행도 자유입출식 예금인 ‘슈퍼저축예금’은 금액 한도 없이 연 1.7%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공평저축은행의 수시입출금 예금 ‘아낌없이 주는 저축예금’은 전일 잔액이 50만원 이상이면 연 1.7% 금리를 제공한다.

예측불허 ‘금리 인상’ 손해 두렵다면 ‘회전예금’

금리 상승 시기마다 자금을 옮기는 것조차 불편한 사람은 회전식 정기예금을 고려해봄 직하다. 정기예금은 가입 당시의 금리가 만기 때까지 적용된다. 이에 장기 정기예금 가입자는 금리 상승기에 불리하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한 상품이 바로 회전예금이다.

회전예금은 정기예금 가입 기간에 실세금리에 연동해 1개월 또는 3개월 등의 단위로 금리를 변경해준다. 예를 들어 연 1.25% 금리 정기예금에 가입했더라도, 3개월 뒤에 실세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하면, 이에 연동해 금리가 연 1.50%로 조정되는 식이다.

대표적인 예로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2’가 있다. 회전주기는 1~12개월 중 월 단위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연 1.93% 금리에 기간별 최고 0.1%포인트 우대금리를 혜택을 주고 있다.

신협의 ‘OK회전예탁금’도 금리변동부 회전식 정기예금이다. 100만원 이상이면 개설이 가능하고 계약 기간은 3년 이내다. 회전주기는 1개월, 3개월, 6개월 단위로 고를 수 있다.

김형리 차장은 “올해 금리 인상 확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수시입출식이나 회전예금이 지금 시기에 적절하다. 매달 금리를 고시했을 때 금리가 오른다고 생각한다면 회전예금을 짧게 설정하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