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자본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일 수밖에 없다.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는 기업은 회사를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하려는 투자자의 일방적인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반면 파산법원의 회생절차에서는 구조조정 기업이라도 어느 정도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

법원은 회생기업 중심의 복합적 구조조정 환경을 조성하는 데 더 주력하고 있다. 회생 기업의 경영권 회복과 기업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춘 것.

지난해 11월 22일 ‘중소기업 맞춤형 회생절차 심포지엄’을 개최, 중소기업의 효율적인 출구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대부분의 기업이 회생절차에서 출자전환으로 대주주 보유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 의욕을 잃는 점을 고쳐, 지분보유조항(ERP, Equity Retention Plan)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공론화했다.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 방식은 회생기업의 인수 과정에서 염가 매각의 우려를 없애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입찰 방식이다. 일종의 인수자 경쟁 입찰인 이 방식은 자본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있는 구조조정기업에 대해 사후적인 가격 보호 장치인 셈이다.

 

대우 로지스틱스, 보임기술: 다시 찾아온 경영권

회생기업이 출자전환으로 채권자에게 발행한 주식을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때 다시 찾아와 기업의 지배권을 회복하는 모델이다. 회생계획안에서 지분보유 조항이 핵심조항이 된다.

이 방법은 기업이 회생절차에서 채권 일부를 출자전환형식으로 바꿔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상환전환우선주로 발행하도록 회생계획안을 작성하고, 실제로 조건이 충족되면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회생법원은 지난해 11월 22일 심포지엄에서 “중소기업이 회생절차에서 무담보채권자에 대해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해, 회생계획 인가 후 3년 이내 초과수익이 지급되면 이미 발행된 상환전환우선주를 소각하거나 경영자의 자금으로 직접 매수가 가능하도록 제도 운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광학렌즈 전문기업 보임기술이 이 방법을 적용, 회생담보권자의 86%, 회생채권자 80%의 동의를 얻어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았다.

이보다 앞서 2011년에 대우로지스틱스가 회생계획이 인가된 후 의결권 있는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했다. 이에 사모펀드가 총 1200억원을 투자, 이 주식을 600억원에 인수했고 나머지 600억원은 전환사채를 인수했다. 회사는 이 대금을 변제 재원으로 사용해 회생절차를 졸업했다.

구조조정 자본시장이 활성화된다면 기술력 있는 기업은 회생절차 중 ‘상환우선전환주’를 발행, 사모펀드들이 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주인을 찾는 사례가 흔하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건설 사례: 몸값 올리는 스토킹 호스

스토킹 호스로 기업 매각가치를 최대화한 모델이다. 스토킹 호스는 구조조정 기업이 인수의향이 있는 기업과 M&A 계약을 조건부로 체결한 후, 회생절차에서 다시 공개입찰 절차를 거치는 제도다. 조건부로 계약한 인수의향기업과 공개입찰을 통해 등장한 인수희망자와 다시 경쟁을 시켜 기업의 인수가를 높이는 회생절차 M&A 기법이다.

한일건설의 경우 조건부 인수계약자는 고려제강이었다. 회생절차 공개매각에서 SM그룹이 고려제강보다 높은 인수가를 제안하자, 고려제강이 다시 인수 금액을 272억원으로 올린 뒤 우선 매수권을 행사, 한일건설을 인수했다.

스토킹 호스 방식의 M&A는 송인서적이나 성우엔지니어링 모델 모두에 접목이 가능하다. 구조조정 자본시장에서 사모펀드들이 P-플랜 형식으로 기업을 헐값에 인수하려는 시도를 하더라도, 채무기업이나 채권자가 스토킹 호스 방식을 채택하면 기업이 헐값에 매각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한일건설은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최종 인수 계약금액을 조건부 인수계약보다 약 100억원 이상 높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