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의 진화는 LED에서 LCD, 그리고 OLED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UHD TV의 발전으로 초고화질 디스플레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진데다 HDR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중심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있다. 물론 중소형과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을 나눠 분석해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으로만 보면 두 회사는 내년 OLED의 최강자로 자리를 굳힐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올해의 고무적인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글로벌 ICT 기업의 공세와 중국, 일본의 반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OLED가 탑재된 갤럭시노트8. 출처=삼성전자

시장 점유율 97.9%의 존재감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의 최상위 포식자다. 뚜렷한 경쟁자를 찾을 수 없다는 수준을 넘어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어울린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27일 올해 3분기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무려 97.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LCD를 포함한 전체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34.1%의 점유율로 역시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중소형 OLED 시장에서 두각을 보인 이유로 스마트폰 시장의 팽창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은 물론 화웨이, 오보, 비포와 같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은 최근 OLED 디스플레이를 경쟁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고수하던 애플도 아이폰X에 이르러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를 수급받았다.

수치로도 증명된다. 3분기 전체 시장의 스마트폰 용 디스플레이 매출은108억3668만달러를 기록해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77.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액은 400억달러를 넘길 전망이며 지난해 연 매출 338억8006만달러와 비교해 20% 이상 성장했다.

전체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을 스마트폰 용 OLED 제품이 선도하기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플렉서블 OLED가 부상하고 있다. 엣지 디스플레이에서 시작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이 프리미엄 OLED와 만나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스마트폰 용 플렉서블 OLED 평균 단가는 93.22달러를 기록해 일반 OLED의 29.54달러, LCD의 14.14달러를 크게 압도했다. 그리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전체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은 물론 OLED, 심지어 플렉서블 OLED 시장에서도 시장을 선도하며 추격자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고 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대형 OLED의 강자인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 전통의 강자들도 속속 중소형 OLED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영향력이 미비하지만 반(反) 삼성을 외치고 있는 글로벌 ICT 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대표적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구글과 애플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비슷한 시기에 LG디스플레이 OLED 시설 투자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픽셀의 구글과 아이폰의 애플이 지나친 삼성디스플레이 종속 현상을 끊어내기 위해 멀티벤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아이폰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 물량을 100% 독점하며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러나 물량을 수급받는 구글과 애플은 스마트폰 경쟁자인 삼성에게 OLED 물량을 전량 의존하는 것이 불안하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LG디스플레이를 택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 중국의 BOE가 10월26일 플렉시블 OLED 생산을 시작하는 한편, 애플과 접촉하며 OLED 수급을 논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을 단기간에 넘보기에는 기술이나 노하우에서 크게 밀리지만 특유의 내수시장 활용법으로 일종의 '중화권 연대'를 펼 가능성도 제기된다.

▲ LG OLED TV. 출처=LG전자

대형 OLED...LG가 맹주
전체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CD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그러나 TV를 중심으로 대형 OLED 시장이 조금씩 만개하고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발목을 잡고 있으나 서서히 OLED TV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는 19일 올해 글로벌 LCD TV 출하대수는 2억1063만대로 집계, 지난해와 비교하면 4.1%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내년에는 다시 2억188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하겠지만 그 위세는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다.

반면 OLED TV는 특급열차를 탈 전망이다. 위츠뷰에 따르면 올해 OLED TV 출하 대수는 150만대에 달하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72%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LG전자와 소니를 중심으로 OLED 진영이 몸집을 키우면 성장세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 OLED 시장의 맹주는 LG디스플레이다. 최근 13분기 연속 LCD 1위의 자리에서 밀려났으나 오래전부터 대형 OLED 경쟁력을 키워왔으며, 내년에는 공격적인 시장 점유율 증대가 예상된다.

최근 정부가 중국 광저우 OLED 투자를 조건부 재승인하며 분위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까지 정부는 OLED 기술 유출을 이유로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에 건설하려던 6만장 출하 규모 공장 승인을 불허했으나, LG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OLED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LG OLED 유럽 파트너스 데이. 출처=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내년 LG전자와 연계해 OLED TV 시장의 존재감을 다지는 한편, 올해 3분기 기준 31.5%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대형 OLED 진영의 맹주 자리를 굳힐 전망이다.

그러나 QLED TV를 내세우고 있는 삼성전자의 반격은 물론, 대형 OLED TV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성장에는 대비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OLED TV의 화면 일부가 번지는 번인 현상이 문제가 되는 등, 제품의 질 제고에도 나서야 하는 숙제도 해결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대형 OLED 시장의 맹주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형 OLED 시장의 맹주인 LG디스플레이가 해결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