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로움보다 해로움이 더 심하다. 안으로는 정신을 해치고, 밖으로는 귀와 눈을 해친다. 연기를 쐬면 머리카락이 희어지고, 얼굴이 창백해지고, 이가 빠지고, 살이 깎이고, 사람이 노쇠해진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이익(李瀷)은 자기의 문답집인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담배의 해로움에 대해 이 같이 적었다. 오래 전부터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이 알려진 흡연, 그러나자기와  사랑하는 이들의 건강을 위해 매해 금연 의지를 다지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금연에 실패한다. 담배, 어떻게 하면 끊을 수 있을까.

콜럼버스 "담배, '만병통치약'"…국가 금연정책 나오기까지

담배의 기원은 고대 마야 문명에서부터 시작했다. 마야인들은 종교 의식에 담배를 사용했으며 흡연을 했다. 1492년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탐험하다가 유럽으로 담배를 가져오면서 전역에 널리 퍼졌다. 한반도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세기에는 미국에서 담배기계가 발명되면서 현대적인 담배가 탄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담배가 처음 유럽에 들어올 때, 콜럼버스는 담배를 ‘만병통치약’으로 소개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편두통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었다. 흡연의 해로움은 여러 신체 질환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1990년대까지만 해도 카페, 길거리 등 공공장소에서 흡연하는 것에 대해 관대했다.

그러나 흡연이 폐암 등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질환의 주요인이 되고 간접흡연을 하는 사람에게까지 치명적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가에서 이를 관리할 필요성이 생겼다. 한국에선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인 담배규제 정책이 시작된다. 2015년에는 2500원이었던 담뱃값을 4500원으로 대폭 올리고 경고그림을 강하게 표기하는 등 강력한 금연정책 기조를 이어왔다.

국내 흡연자는 꾸준히 줄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98년 35.1%인 흡연 인구는 2015년 22.6%로 7년 새 10% 넘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남성 흡연자는 66.3%에서 39.3%로 대폭 줄었고, 여성 흡연자는 6.5%에서 5.5%로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OECD 국가 중 흡연율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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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가 담배를 끊기 힘든 이유

의료진들은 담배는 몸에 좋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백해무익(百害無益)이라는 말이 ‘딱’이다. 그러나 담배가 암, 호흡기, 심혈관 등 온몸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모르는 흡연자는 거의 없다. 담배를 끊기 힘든 이유는 특유의 중독성과 그로 인한 금단증상 때문만은 아니다. 담배를 끊고자 마음을 먹어도 향후 ‘암’에 걸릴 수 있다고 머릿속으로 되뇌어도 흡연자들은 일상에서 담배가 생각나는 특유의 '순간'이 있다고 토로한다.

30년 전 담배를 끊은 69세 남성 김 모씨는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하면서 금연을 다짐했으나 담배가 자꾸 생각나며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심리 때문에 초반 3번이나 금연에 실패했다. 특히 입에 담배를 물었을 때의 느낌이 자꾸 생각나 그는 평소 입에도 대지 않는 아이스크림을 담배 대신 먹기 시작해 1년 동안 몸무게가 10㎏이나 불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그는 금연에 성공했다.

애주가인 그에겐 ‘술’이 문제였다. 그는 “평소에는 절제력으로 담배를 안 필 수 있었는데, 술을 많이 마신 날에는 그렇게 담배가 피고 싶을 수 없었다”면서 “담배를 끊었다고 해도 10년 간 술을 많이 마신 날에는 주변 분위기에 따라 또 기분에 따라 한 두 개비씩 피웠다”고 말했다.

청소년기부터 담배를 피운 20대 남성 이 모씨는 흡연을 하지 않으면 대변이 잘 나오지 않아 금연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담배가 장 활동을 돕는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지만 이 같은 경험은 흡연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장에 다니는 30대 박 모씨는 동료와 상사간 관계 때문에 금연을 하기 힘들다. 업무상 중요한 이야기나 사내에서 도는 소문 등 직장생활을 할 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들이 삼삼오오 모여 흡연을 하는 가운데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박씨는 "식사 후나 일하다가 동료나 상사가 담배를 피우자고 하면 거절하기가 어렵다"면서 "특히 내가 없는 사이에 중요한 이야기가 오갈까봐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태우는 사례도 많다. 특히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보다 변수가 자주 발생하거나 마감과 성과에 쫓기는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흡연 욕구가 생기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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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메신저로 '금연' 사실 알리기, 금연약물은 '처방' 받아야

금연 의지를 다졌다면 제일 먼저 주변에 자기가 금연을 시작했다고 알리는 것이 좋다. 특히 요즘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를 활용해 자기가 금연을 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널리 알릴 수 있다.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꼭 병원에 가지 않아도 국가에서 운영하는 금연상담전화(1544-9030)이 있고 가까운 보건소에서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요즘엔 한국화이자의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타르타르산염)과 같은 효과적인 금연 약물도 나와 있다. 챔픽스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주변 지인이 처방받은 챔픽스를 자의로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해당 약물의 출처를 알 수 없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기가 어느 시간대, 어느 순간에 흡연 욕구가 강해지는지를 핸드폰으로 기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황희진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흡연을 지속하는 원인은 크게 습관과 중독으로 나뉠 수 있는데, 중독은 금연보조제로 대부분 해결이 가능하지만 습관을 고친다는 것은 개인의 의지에만 맡겨두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어 “금연서약서 한 장만 쓰고 나서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은 다음에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과 배경사진을 금연서약서 사진으로 바꾸고, 상태메시지도 바꾼 후 저장된 모든 지인들에게 금연서약서 사진을 보내는 방법을 추천한다”면서 “이어 오는 격려메시지를 캡처해 흡연 욕구가 들 때마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