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26일(현지시각) 2년 반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내년 2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22일)보다 배럴당 2.6%(1.50달러) 오른 59.9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5년 6월 이후 종가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 한때 60달러를 찍기도 했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렌트유 내년 2월 인도분도 2.7%(1.77달러) 오른 상승한 67.02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 이행이 잘 되고 있고 북해산 원유유를 영국에 공급하는 포티스 송유관이 보수를 이유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공급이 줄고 있는 가운데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리비아에서 송유관이 폭발하면서 공급이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데 따른 것이다.

고유가를 틈타 산유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 미국의 산유량이 많긴 하지만 예상만큼 많이 늘지 않으면서 유가를 떠받쳤다. 미국의 산유량을 가늠하게 하는 가동중인 원유 채굴 장비는 지난주 747개로 집계됐다. 미국의 산유량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유럽과 아프리카의 공급감소가 유가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WTI가 배럴당 60달러를 목전에 뒀고 브렌트유가 70달러를 가시권에 두면서 이제 투자자와 산유국, 소비국과 소비자들의 관심은 내년에도 이런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냐에 모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 성장에 따른 원유 수요를 제처놓고 원유공급만 봐도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보다는 오를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물론 포티스 송유관이 하루 공급하는 원유량은 45만배럴 수준이어서 국제 원유 시장 전체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또 미국의 산유량이 하루 1000만배럴에 육박하지만 자체 소비량이 워낙 많아 국제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많지 않다. 결국 미국의 산유량이 중요한 변수이긴 하지만 세계 산유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감산합의를 주도하는 OPEC과 러시아의 향후 행보가 유가 방향을 결정지을 주요 변수임에 틀림없다.

OPEC은 현재 유가상승이란 호기를 놓치지 않고 고삐를 더 죄고 있다. OPEC은 유가의 재균형을 위해 러시아와 함께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지난달 말 결정했다. 그리고 합의 이행률이 꽤 좋다. 이것이 또 유가상승을 낳고 유가상승이 또 감산을 낳는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OPEC은 지난 21일 공동감시위원회(JMMC) 보고서를 통해 11월 말 현재 감산합의 이행률 122%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OPEC은 보고서에서 “이는 시장의 재균형을 달성하고 시장을 지속되고 안정되도록 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참가국들의 변함없는 공약의 분명한 과시”라고 평가했다.

이는 감산합의 참가국들이 할당된 양보다 생산을 더 줄인다는 뜻이다. 더욱이 JMMC가 이런 결과에 만족을 표시하면서 생산국과 소비자 모두를 위해 감산합의 참가국들의 완벽한 이행을 권고해 앞으로도 감산합의 이행률이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미국이다. 셰일업체들이 고유가를 그냥 보고 지나칠 리 만무하다. 머지 않아 채굴장비를 늘릴 공산이 있지만 이는 유가 향배에 달려에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도 변수다. 러시아는 현재의 감산합의 ‘출구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단지 점진적이고 엄격히 관리를 받는 출구전략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 감산합의를 영원히 지킬 생각은 없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은 지난 22일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영 아람코를 상장한 이후 감산합의에서 갑자기 나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만인이 재균형이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감산합의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점진적인 출구전략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일거에 감산합의를 중단할 경우 생길 생산확대에 따른 유가 급락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오르면서 러시아는 감산합의를 내년 말까지 이행할 경우 미국의 증산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를 표명해왔다. 러시아는 시장과열을 막기 위해 감산합의에서 적절한 때에 나오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러시아의 산유량은 내년에 1098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유가는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라크의 루아이비 석유장관은 원유시장이 내년 1분기에 균형에 도달할 것으로 낙관한다고 밝힌 것만 봐도 그렇다. 산유국이 말하는 원유시장의 재균형은 곧 고유가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OPEC 회원국들이 내년 하반기에나 원유시장 재균형이 달성될 것이라고 보도는 것에 비하면 대단한 낙관론이기만 하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원유수입국엔 새해 벽두부터 '나쁜 소식'이 전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