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Knightscope

고전 서부 영화에 나오는 영웅처럼 그는 한 가지 사명 - 사람들을 괴롭히고 공공 기물을 파괴하고 함부로 자동차에 침입하는 범죄의 온상이 된 거리를 말끔히 정리하는 것 – 을 띠고 천천히 마을로 굴러(말 그대로) 들어갔다.

서부 영화와 다른 점은, 그가 사람들의 허가 없이 1분에 수 백장의 사진을 찍는, 천천히 움직이는 몸무게 400파운드(180kg)의 로봇이라는 점과 무대가 2017년의 샌프란시스코 미션 디스트릭트 (San Francisco’s Mission District)라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잘 못 되었다. 잘 못 되어도 한참이나.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 나이트스코프(KnightScope)로부터 시간 당 6달러를 내고 빌려 온 키 5피트(1.5m), 폭 3피트(0.9m)의 K5 오토노머스 데이터 머신(K5 Autonomous Data Machine) “K-9”은 처음 업무에 투입되자 마자 바비큐 소스와 배설물 세례를 받고 담요에 덮여 거의 쓰러질 뻔한 수모를 당했다.

그것으로 다가 아니었다. K-9이 그가 순찰 임무를 맡은 인도에 터를 잡고 있던 노숙자들을 차별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이 소문이 퍼져나가 대중의 분노를 촉발하자, K-9을 고용한 동물 구조 그룹 SPCA의 샌프란시스코 지부는 야심 차게 출발한 로봇 보안 파일럿 프로그램을 즉시 중단시켰다.

이 단체의 제니퍼 스칼렛 회장은 워싱턴 포스트(WP)에 “샌프란시스코 SPCA가 로봇 보안 파일럿 프로그램을 즉시 중단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거리의 안전을 개선해 자원 봉사자나 동물들의 안전 분위기를 만들려는 노력으로 로봇 프로그램을 실험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SPCA 관계자는, 동물 보호소 건물이 노숙자에 의해 두 차례나 파손되고 직원들이 괴롭힘과 야유에 시달리자 주차장과 동물 은신처 외부를 순찰하기 위해 로봇을 고용했다고 말했다. 로봇의 임무는 범죄 현장의 사진과 보안 영상을 찍어 직원이나 경찰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SPCA의 대변인이 샌프란시스코 비즈니스 타임스(San Francisco Business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새로 고용한 로봇이 “SPCA 건물 밖의 노숙자 숙영지를 없애고 범죄를 신속하게 줄이는데 효과적인 도구”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SPCA 관계자는 노숙자를 쫓아 내려는 의도는 아니었으며 자신들은 지역 단체들과 손잡고 노숙자들의 애완 동물 돌봄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호소했으나, 로봇을 파괴하라는 대중들의 외침이 그치지 않았다. 여러 매체들은 SPCA가 노숙자들을 쫓아내기 위해 로봇을 고용했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특히 “로봇이 노숙자와 전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뉴스위크의 헤드라인이 대중 시위의 불을 당겼다.

SPCA 관계자는 폭력과 파괴 행위로 동물 보호소에 대한 보복을 하자고 촉구하는 메시지를 수 백 건 접수했으며, 지금까지 동물 보호소 건물에 두 차례의 파괴 공격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제니퍼 스칼렛 SPCA 회장은 "샌프란시스코 SPCA는, 노숙자에게 피해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설에서 강도 사건 발생을 예방하고, 자동차 침입, 괴롭힘, 파괴 행위 및 낙서와 같은, 시설에서 자주 발생하는 여러 범죄를 저지하기 위해 로봇 사용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인터뷰하면서 적절치 못한 단어를 사용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들은 시범 프로그램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우리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노숙자 문제에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K-9의 개발사인 나이트스코프는 WP에 보낸 이메일에서 “로봇이 노숙자를 몰아내기 위해 고용됐다는 비난은 선정적인 보도”라고 말했다.

“SCPA는 재산, 직원 및 방문객을 보호 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이트스코프는 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SPCA는 자동차 침입 사고가 줄어들었고 주변 지역의 전반적인 안전성과 품질이 향상되었다고 보고했습니다."

나이트스코프가 개발한 장비 중에서 단명으로 끝난 보안 장비는 K-9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도 워싱턴 항구를 순찰하던 K5 로봇이 분수대에 빠져 콘 모양의 몸체 절반이 물에 잠기면서 폭력 범죄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들으며 사용을 중단한 적이 있다.  

당시 이 로봇의 이미지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사람들은 이 사건을 “스티브의 단명”이라고 부르며 많은 꽃과 편지로 이 단명의 로봇을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