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스촨성(四川省)의 한 리튬 광산          출처= 픽사베이

전기차 시대를 사실상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터리의 성능도 문제지만 배터리 생산에 절대적으로 필수품인 구성 원료의 공급이 안정적이어야 하고 적절한 가격이 유지되어야 전기차의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또 한가지 필수 조건은 충전시설의 확충이다. 얼마나 빨리 충전시설이 확산되느냐와 충전시간의 단기화 여부가 전기차 보급 속도를 결정짓는 관건이다.

배터리를 만드는데 필요한 원료가 변동 없이 적절한 가격으로 공급될 수 있을까.

코발트 가격: 금년에만 115% 상승
리튬 가격: 금년에만 45% 상승
그라파이트 가격: 금년에만 30% 상승

자동차 제조사들은 코발트, 리튬, 그라파이트 같은 배터리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필수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원료들이 부족해 가격이 올라가면 전기차의 가격도 올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지정학적 영토 확보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미 지질 조사국(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에 따르면, 가장 기본적인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원료인 리튬은 전 세계 매장량의 3분의 2가 중국과 칠레에 포진되어 있다. 수요가 급등하면 중국은 이 천연 자원을 외교적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석유가지고 그랬던 것처럼.

앞서 본 것처럼 체코 치노벡의 야산에서 리튬 광산을 찾는 것도,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성분을 몇 개 나라가 통제할 수 있다는 위험 때문이다. 1300년대 초에 체코의 이 지방에서 주석을 채굴했다. 뒷날 이 지역은 텅스텐의 중요한 공급원이 되었다가 1993년에 폐광되었다. 리튬 수요가 커지면서 이 지역이 다시 부각된 것이다.

호주 회사인 유러피언 메탈스 홀딩스(European Metals Holdings Ltd.)도 암반을 뚫고 핵심 시료(core sample)를 캐내며 리튬 매장 지도를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까지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치노벡에서 리튬 채광 및 가공을 시작할 계획이다.

유러피언 메탈스의 리처드 파블릭 치노벡 현장소장은 “이미 배터리 회사로부터 연락이 오고 있다”고 귀뜸했다.

코발트의 경우, 세계 최대 생산지는 아프리카의 콩고인데, 이 나라는 전쟁에 짓밟혀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나라 중 하나다. 불법 채광은 물론 어린이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광업 회사들은 콩고보다 문제가 적고 안정적인 지역을 찾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퍼스트 코발트社(First Cobalt)는 온타이로(Ontario)주의, 그 이름도 걸맞는 ‘코발트’라는 작은 도시의 옛 코발트 광산을 다시 개장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트렌트 멜 CEO는 “전기 자동차 시대의 도래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 테슬라 직영 충전소          출처= roadandtrack.com

더 많은 충전소가 설치되어야 하며, 충전 속도도 빨라져야 한다  

(연료를 가득 채웠을 때) 휘발유 자동차의 평균 주행 거리: 475마일(760km)
(완전 충전 시) 전기 자동차의 평균 주행거리: 190마일(305km)

설령 전기차를 휘발유 자동차와 같은 가격대로 살 수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한다. 충전할 장소가 (주유소 만큼)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자동차를 충전하기 위해 하루 종일 줄 서서 기다리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전기차가 대세가 되려면, 운전자들이 화장실에 갔다 오거나 커피 한잔 마시는 동안 배터리를 충전시킬 수 있는 고전압 충전소 망이 확충되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전기차를 몰고 전국을 누빈다는 것은 (충전소가 부족해) 일종의 모험이다.

유타주 로건(Logan)에 있는 유타 주립대학교의 에드윈 스태포드 마케팅 교수는 최근 구입한 테슬라 S를 몰고 가족과 함께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가기 위해 충전소가 얼마나 있는지 세심하게 찾아 보아야 했다.

테슬라 S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테슬라가 자체 운영하는 충전소에서 무상 충전이 가능하지만 충전하는 동안 식사를 하거나 쇼핑을 해야 한다. 테슬라에 따르면 테슬라 충전소의 ‘고속 충전기’(supercharger)로 30분간 충전하면 170마일(270km)를 주행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태포드 교수는 주유소마다 편의 시설이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네바다의 한 충전소에는 주위에 카지노 뿐이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충전 장치가 불법 주차된 트럭에 의해 가려져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베이 에리어(Bay Area) 부근의 충전소에서는 다른 테슬라 운전자들이 충전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다행히 여러 스타트업들과 ABB 같은 기존 에너지 회사들이 전 세계에 걸쳐 충전소를 세우느라 여념이 없어서 충전소 보급 형편은 계속 좋아질 것이다. 미국에는 이미 1만 6천 곳의 충전소가 있는데, 이는 2010년에 수 백 곳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지만 11만 2천개에 달하는 주유소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역설적이지만, 폭스바겐의 탄소 배출 사건이 충전소 확장을 가속화 시켰다. 폭스바겐은, 불법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폭스바겐 자동차를 산 미국의 고객들에 대한 해결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보급과 기반 시설(충전소 등) 확충을 위해 20억 달러(2조 1600억원)를 주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 합의금을 투자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인 일렉트리파이 어메리카(Electrify America)는 1 단계로 2019년 중반까지 전국적으로 2000개의 고속 충전기를 설치하고, 향후 수 천 개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