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니아인 B 씨는 가족들과 한 달에 평균 두세 번 영화를 보러 간다. 그런데 최근 들어 영화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1인 평균 1만원 정도지만 4인 가족이 함께 보면 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한 끼 식사까지 곁들이면 10만원은 훌쩍 달아난다. 그럼에도 놀이공원이나 공연 등 다른 문화생활에 비해 무척 싼 편이라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극장사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일반 영화 가격은 대략 1만원이다. 여기에서 해당 영화의 상영 시간이 주말이냐 주중이냐, 오전이냐 오후냐, 극장의 위치가 어디냐, 좌석이 어디냐 등 세부 조건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 그런데 상당수 관객들이 영화 티켓 가격에 대해 비싸다는 반응이다. 물론 영화 관람객 입장에서 티켓 가격이 낮을수록 만족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평균 티켓 가격(ATP, Average Ticket Price)은 2016년 기준으로 8000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온갖 제휴 할인 프로그램까지 감안하면 영화 가격은 더 낮아진다. 이는 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해 보더라도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다. 세계 영화산업 상위 10개국을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 영화가격은 인도나 중국 다음으로 저렴하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비단 해외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영화 산업 생태계에서 영화 한 편에 들어가는 수많은 노력과 투자를 생각한다면 영화 티켓 가격이 과연 높기만 한 것인지는 생각해볼 만하다.

우선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수입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들여다보자. 관객이 영화관에 와서 영화티켓을 구매하면 이 중 10%는 부가가치세로, 3%는 영화발전기금으로 빠지게 된다. 이 남은 금액 중 극장이 일부를 취하고 나머지 금액은 배급사로 정산해 주게 된다. 이 정산 비율을 ‘부율’이라고 한다. 보통 한국영화의 경우 극장이 45%를 제하고 나머지 55%는 배급사에 돌려준다. 배급사는 분배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10%의 배급 수수료를 선공제한다. 이후 영화에 투자된 금액들을 먼저 산정해 선지급한 후 남는 수익금에서 통상 투자사:제작사가 6:4의 비율로 나눠 갖게 된다. 상당히 복잡한 산술방식에 의해 쪼개지는 셈이다.

예컨대 순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합쳐 10억원이 투여된 한국 영화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영화가 개봉 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100만명의 관객이 들었을 경우 티켓 가격 1만원을 기준으로 총 매출은 100억원에 이른다. 여기서 부가가치세 10%(10억원)와 영화발전기금 3%(3억 원)를 제하면 87억원이 남는다. 이후 부율 규정에 의해 영화관은 45%인 39억1500만 원을 갖고 나머지 55%인 47억8500만원을 배급사로 보낸다. 여기서 배급수수료 10% 4억7850만 원을 제하고 나면 남는 금액은 43억650만원, 10억원 제작비를 빼면 33억650만원이 남는다. 원가를 모두 뺀 순이익인 셈이다. 적게는 수 개, 많게는 수십 개에 이르는 투자자들은 이 금액에서 60%인 19억8390만원을 지분별로 나눠 갖고, 제작사는 40%인 13억2260만원을 배분 받는다.

이 방식에 따르면 관객이 많이 들면 들수록 영화계가 받을 수 있는 분배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반면 관객이 예상만큼 들지 않으면 투자금액을 고스란히 허공에 날리게 된다. 영화는 한 번 흥행이 되면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수익률을 거둘 수 있지만 그만큼 투자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체 영화의 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다. 영화 10편 중 실제로 이익을 보는 영화는 한두 편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8~9편은 손해를 보는 셈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 동안 극장 개봉한 상업영화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간 수익률은 -15~14%에 머물고 있다. 2016년만 놓고 볼 경우 제작비 80억원 이상의 대형영화가 벌어들인 수익률은 50%를 넘어선 반면, 40억원 미만의 영화들은 -40%를 밑돈다. 몇백명의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여 오랜 기간 피와 땀을 쏟아 부은 영화들인데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영화계에서는 수익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는 방법으로 영화 티켓 가격의 현실화를 바란다. 극장 입장에서는 최근 임대료와 인건비, 영화관 시설 투자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 반해 관객 증가세가 정체현상을 보인다. 제작 쪽에서도 영화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도 영화 가격이 인상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고객의 주머니를 생각하면 영화 티켓 가격을 올리는 것은 많은 제약이 따른다.

고객이 지불하는 영화 티켓 가격은 궁극적으로 한국영화계의 기초 자산이 된다. 관객이 지불하는 1만원짜리 영화 티켓 한 장이 한국영화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자양분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