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은 해마다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시장 규모 역시 2015년 5조 7632억원에서 2016년 6조 4041억원으로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커피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세를 늘려가고 있는 커피 산업은 여전히 성장 중이라 할 수 있다.

2017년 아시아 최대 규모의 커피 전문 전시회인 ‘서울카페쇼’에서는 2018년 커피 업계 키워드로 'H.U.M.A.N'을 선정했다.

'인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HUMAN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등장하는 혁신적인 기술과 빠른 발전 속에서도 변화의 중심은 언제나 '사람'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키워드다. 동시에 다양한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주목해야 할 High-quality(고품질), Untact(비대면 서비스), Mood(분위기), Art(예술과의 연계), New experience(새로운 경험)의 영문 머릿글자를 조합한 단어다.

고품질(High-quality), 좋은 커피를 제대로

커피 소비량이 많아지면서 커피를 ‘마시는 것’에서 ‘향유하며 즐기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믹스커피나 인스턴트커피 판매량이 줄어드는 대신 스페셜티 커피나 직접 원두를 구매해 홈카페를 즐기는 등 고품질 커피를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2017년 국내 커피 산업의 핵심 키워드 역시 ‘스페셜티’였다. 스페셜티 커피의 정확한 의미는 산지 소구지역의 기후, 토양, 사람의 3요소로 떼루와(극소기후)가 표현되고 매력 있는 풍미와 특성을 가진 커피로 산지의 생산부터 정제, 유통까지 일괄된 생산이력제(Tracebility)가 명확하고 미국·유럽 스페셜티 협회(SCA)가 선정한 기준점수 80점 이상의 커피를 뜻한다.

▲ '맛있는 음식과 스페셜티 커피가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진 ‘바빈스커피’ 사진제공=한국창업전략연구소

홍대와 연남동, 상수동, 강남,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 등의 힙한 카페골목에는 다채로운 스페셜티 커피를 내세운 카페들이 즐비해 있으며, 커피프랜차이즈 또한 2012년부터 최고급 원두인 루왁커피와 스페셜티 커피를 전면에 내세운 ‘바빈스커피’를 포함 ‘셀렉토커피’, ‘엔젤리너스’와 ‘테라로사’, ‘투썸플레이스’에서도 스페셜티 라인을 갖췄다.

새로운 경험(New experience), 기존과는 다른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라

도심은 물론 주택가 골목에도 한 집 건너 카페가 생기면서 커피와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 외 남들과 다른 뚜렷한 콘셉트와 서비스의 차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개인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요즘 소비자들인 만큼 커피업계 역시 새로운 경험에 주목해야 할 전망이다. 

국내 카페 시장의 굵은 흐름은 카페와 다양한 업종군의 조화라고 볼 수 있다. 가령 식물을 테마로 한 카페나 수면 카페, 마사지 카페가 힐링컨텐츠와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으며, 최근 등장한 동전 빨래방과 카페를 접목한 곳도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음료 판매 공간에 한정되기 보단 차별화 된 디저트와 브런치 메뉴 등을 추가해 식당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 한국 진출 18년간 스타벅스의 모든 노하우를 집대성한 스타벅스 더종로점.

올해로 출범 18주년을 맞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매장의 프리미엄화와 디저트류 강화 등을 통한 문화공간 탈바꿈 전략을 펼쳤다. 간판에서 커피(Coffee) 단어를 빼고 디저트와 파스타 등의 푸드를 늘리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푸드류 매출은 2013년 580억 원에서 지난해 135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음식을 파는 곳이라는 'BAR'와 커피 원두를 뜻하는 'BEANS'의 합성어로, '맛있는 음식과 좋은 커피가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진 ‘바빈스커피’ 또한 1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커피와 함께 호텔식 수제 브런치와 수제버거, 리조또, 파스타 등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엔 주키니호박과 치킨에 유자 소스를 얹어 상큼하게 즐길 수 있는 ‘주키니호박치킨샐러드’와 로제 소스에 매콤함을 더한 ‘쉬림프로제리조또’ 등 북유럽스타일의 이색 브런치 메뉴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커피 위에 생크림과 색소를 이용해 멋진 그림을 그리는 '크리마트'로 유명해진 씨스루는 예술 작품을 연상시키는 커피로 여성 고객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 ‘디저트 큐레이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디저트카페 ‘커피하루셋’ 사진제공=한국창업전략연구소

디저트카페 ‘커피하루셋’은 디저트의 급격한 트랜드 변화에 맞추기 위해 디저트연구소를 두고 ‘디저트 큐레이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실례로 올해 여름을 겨냥한 만나역크림빵을 업그레이드한 ‘비스켓슈’와 110년 전통의 캡슐형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판매했으며, 최근엔 케이크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마시는 디저트’인 ‘티핑주스’를 출시해 시장 차별화를 두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Untact), 무인서비스로 편리하고 쉽게!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커피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라이프 시스템 개발기업 로보러스의 인공지능형 컨시어지 로봇은 직접 주문을 받고 재방문 고객을 식별해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구매고객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다. 

스타벅스가 선보인 ‘사이렌오더’ 서비스도 대표적인 비대면 서비스 기술 중 하나다. 모바일로 간단하게 음료나 음식을 미리 주문하고 결제하면 별도로 줄을 서지 않고도 음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아예 고객을 응대하는 점원이 없는 무인카페도 생겨나고 있다. 자동화 기계로 음료를 선택하고 결제도 고객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앞으로 무인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분위기(Mood), 공간, 스페이스마케팅에 주력

커피 전문지 '월간커피'에서 올해 진행한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선정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준으로 전체 응답자의 48.4%가 선택한 '분위기'가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커피뿐만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공간도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SNS 채널을 통한 소통이 활발해짐에 따라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매장일수록 사진을 남기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공간마케팅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개성 있는 공간으로 인기가 높은 카페 거리로는 강남, 성수, 이태원, 마포 등을 꼽을 수 있다.

▲ ‘플랜테리어’(Plant+Interior, 식물로 꾸민 인테리어)로 공간을 조성해 인기를 얻고 있는 식물카페

최근 ‘플랜테리어’(Plant+Interior, 식물로 꾸민 인테리어)로 공간을 조성해 인기를 얻고 있는 식물카페, 신발공장을 개조해 만든 '앤트러사이트', 투박하지만 멋스러운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의 '빈브라더스', 한옥과 빈티지가 조화를 이룬 익선동 카페들의 경우 지금껏 보지 못한 색다른 매장 분위기로 관심을 끄는 곳들이 많다.

커피, 예술과 만나다. 예술과의 연계(Art) 

시장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브랜드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개별 브랜드의 정체성을 부각하고 이를 바탕으로 커피에 대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앞서 소개한 '분위기' 역시 그러한 노력 중 하나로 이와 함께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 '예술과의 연계'다. 커피의 맛 외에도 예술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커피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상품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커피전문점에서 브랜드 고유의 다이어리, 텀블러, 머그 등의 상품을 선보이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할리스커피는 그래픽 디자이너를 비롯해 일러스트 만화가, 판화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유명 작가 6인의 개성을 담은 '2018 할리스커피 플래너'를 선보였다. 엔제리너스 커피는 올해 이국적인 정서를 주제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표현하는 프랑스 화가 '앙리루소(Henri Rousseau)'와의 협업으로 머그와 텀블러 등을 포함한 '앙리루소 컬래버레이션 MD'를 출시하기도 했다. 

매년 연말 시즌을 앞두고 '리미티드 에디션'을 공개하는 네스프레소 역시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크레이그&칼(Craig Redman & Karl Maier)의 디자인으로 리미티드 에디션을 구성, 예술과의 협업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