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빅스비의 아버지로 통하는 최고 무선 기술 책임자 이인종 부사장이 사의를 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사장은 2011년 상무로 입사해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인프라 경쟁력 확충에 큰 역할을 했다. 보안솔루션 녹스와 간편결제인 삼성페이 개발을 주도했으며 지난해 비브랩스 인수를 통한 인공지능 기술력 확보에도 나섰다.
이 부사장의 사의의사는 19일 팀원들에게 사내 메일로 알린 후 외부에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지난 7월 회사에 사의를 밝혔으며 후임도 직접 추전했다.
직접적인 사의 이유는 가족문제다. 이 부사장은 장문의 메일을 통해 지난 7월 딸이 미군 장교로 이라크에 파병됐다는 사실을 알리며 "가장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부사장의 사임을 두고 빅스비 실패에 따른 책임론이 제기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야심차게 등장한 빅스비가 범용성에서 경쟁작에 밀리는데다 잦은 오작동에 시달리는 등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이 부사장이 최근 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사의 이유가 이 부사장이 주도한 삼성페이를 둘러싼 조직 내 이견이라는 말도 있다. 현재 삼성페이는 네이버페이와 함께 국내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한 최강의 플랫폼으로 꼽히지만 그 이상의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않다. 매력적인 플랫폼이지만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통해 얻는 수익도 없이 유지비용만 쌓이고 있으며, 심지어 데이터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신용카드를 스마트폰으로 대체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삼성전자는 추측들을 일축했다. 삼성전자는 20일 "7월부터 회사에 사의를 밝혔지만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아 이런저런 억측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가족과 관련된 개인 일로 사의를 표명한 것이 맞으며, 그렇지 않다면 팀원들에게 장문의 메일까지 보내 양해를 구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삼성페이와 관련된 조직 내 이견에 대해서는 삼성전자 측은 "삼성페이가 수익을 올리는 구조도 아니고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이 아니지만, 갤럭시 스마트폰의 강력한 사용자 경험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면서 "출시된 후 2년이 지난 삼성페이 문제로 사의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