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사고와 관련, 정확한 사망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신생아실에 있던 12명의 신생아들을 전원·퇴원 조치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병원측의 감염병 위기 의식이 부족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감염 위험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하는등 제대로 격리 조치가 되지 않아 발생한 사상 초유의 ‘메르스 사태’와 같은 감염 확산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19일 현재까지도 신생아들의 정확한 사망원인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질본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사망한 신생아 3명이 숨지기 전에 한 혈액배양검사에서 장내 세균인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정상 성인에 존재하는 장내 세균이다.

이 세균은 물, 토양, 음식, 동물의 장관에서도 흔히 발견될 수 있다. 드물게 면역저하자에서는 의료관련감염으로 전파된다. 감염된 환자나 보균자의 접촉을 통한 감염, 모체를 통한 수직감염 등은 보고되기도 했다. 

또 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전원·퇴원한 환아에 대해 의료기관등이 검사한 결과에서는 4명에서 괴사성 장염을 일으킬 수 있는 로타바이러스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질본의 판단은 상황을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K 의과대학의 한 교수는 “세균 감염에 의한 사망인지, 기계 오류 때문인지 사망의 인과관계는 부검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며 "그런데도 정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공간에 있던 신생아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고 퇴원시킨 것은 성급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전원·퇴원한 나머지 12명의 신생아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라며 "전원된 병원에 같이 있는 신생아, 퇴원 후 아기와 접촉한 면역저하자(가족)에게 세균이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바람직한 방법은 일단 이대목동병원 내에 통제가 가능한 무균실 같은 공간에 12명의 신생아들을 격리시킨 뒤에 원인규명이 됐을 때 퇴원이나 전원을 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메르스사태 때도 응급실에 왔던 감염자가 퇴원하는 바람에 전파가 된 것"이라며 "만약 전파가 가능한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면 비슷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전원을 해도 문제가 안 된다는 주치의의 허가가 있었기 때문에 전원 또는 퇴원 조치가 된 것이라면 감염 위험성은 낮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만약 감염 위험이 큰 세균이 원인이었다면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감염 차단의 기본 원칙이 이번에도 또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현재 이코노믹리뷰가 확인한 바로는 전원된 환아 중 보라매병원에 전원된 아기(1명)는 격리조치되어 있다.

가장 많은 환아(5명)가 전원된 강남성심병원 측은 “이번 사태 관련, 병원 자체에서 얘기가 나가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면서 말을 아끼고 있으며 나머지 병원(세브란스, 서울의료원)으로 전원된 환아들의 상태도 알 수 없었다. 어떤 상태에서 조치되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  

질본 관계자는 이코노믹리뷰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환아들은 별도의 격리 공간(1인실)에 있다. 나머지 1명은 2인실에 있지만 중환자실 인큐베이터 자체가 격리 공간이기 때문에 병원 내에서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생아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세균 감염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감염병 위기 대응에 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감염 발생을 초기에 발견하고 전파를 막기 위해 감염예방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문제를 지적한 K 의과대학 교수는 "신생아들의 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을 전원, 퇴원 요구했고, 이를 병원측이 수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병원과 당국에 대한 불신에서 빚어진 것"이라며 "이런 문제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