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저희 병원에서 일종의 의료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경찰과 조사기관이 병원에 들이닥쳤고요. 모두 현 상황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요. 기자들이 몰려와 병원의 공식입장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이런 경우 먼저 기자회견을 열어서 상황을 브리핑하고 사과해야겠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이 단어는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또한 위기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당연히 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이 핵심입니다. 언론을 대상으로 해당 위기를 설명하고 자사의 위기관리 방안에 대해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 노력도 그 일환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신속하게 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라는 뜻은 위기관리를 위해 대언론 커뮤니케이션‘만’ 먼저 하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더구나 질문 병원에서 관리하려 하는 위기가 ‘의료사고’라면 분명히 해당 사고로 피해를 입은 환자와 그 가족들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들이 위기관리 관점에서 ‘원점(Source)’입니다.

해당 원점에 대한 커뮤니케이션과 사과가 무엇보다 중요한 위기관리 실행이라는 의미입니다. 원점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다른 어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생각만큼 효과를 발휘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원점이 제외되거나 원점 대상 커뮤니케이션을 건너 뛴 다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종종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드는 해사 행위입니다.

사실 위기관리 현장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순서상 맨 마지막이라고 해도 큰 이의는 없습니다. 위기관리 과정에서 실행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순서는 원점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그 다음이 가장 중요한 관련 이해관계자입니다. 그 다음은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의 직원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 후 마지막이 언론이나 일반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은 원점들이 언론 기사를 보고 자신들에게 피해를 입힌 기업의 메시지를 처음 접하게 됩니다. 주요 이해관계자들도 언론이나 온라인을 통해 문제를 어렴풋이 인지하게 됩니다. 직원들도 기사를 읽으며 자사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상상합니다. 이런 기업의 경우 어떤 신기한 위기관리 기술을 발휘한다 해도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을 것입니다.

“바빠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원점과 이해관계자와 직원들까지 챙겨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기업 위기관리팀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어도 커뮤니케이션에는 순서와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무시하거나 생략해서는 아무런 의미 없는 커뮤니케이션 행사만 반복될 뿐입니다.

정상적인 위기관리팀은 그 순서에 따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평소 많은 준비와 훈련을 합니다. 위기관리팀 내 역할과 책임을 배분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복잡하고 난해하니 그냥 언론을 대상으로 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발표로 모든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을 대신하자고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사고입니다.

환자 및 가족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행정팀의 일이고, 경찰이나 조사기관과는 법무팀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고, 홍보팀은 언론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위기관리팀 구성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역할과 책임이 정해져 있는 것은 다행입니다. 그러나 각 부서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정해진 전략과 순서에 따라 관리 관제되지 않으면 위기관리는 어렵습니다. 이 또한 해당 기업의 역량과 경영 품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피해를 입어 아파하고 슬퍼하고 분해하는 원점들을 찾아가 공감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그들을 감싸 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어야 문제가 풀립니다. 추후 시작될 소송이나 여러 협상 등이 우려되더라도 훈련받은 최고위 인사는 원점인 그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해야 합니다. 그것이 원점관리입니다.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이 실행된 다음 언론을 모아 기자회견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기억하십시오. 기자회견은 순서로 맨 마지막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그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