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의 기업구조혁신 지원 방안. 전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방안과 여러모로 다르다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위기의 기업이라도 언제든 출구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미다. `자율 → 시장 →재기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 구조조정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민간 자본시장과 매치시키겠다는 의도는, 종전 기업구조정의 경직성에 탈피하는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종래 기업 구조조정 작업은 국책은행이 주축이 되는 정부 주도였다. 이 방식은 특히 대출 채권의 회수가 주 목적이 되거나 이도저도 아닌 채 시간을 끌다 법원의 회생절차(법정관리)로 집어넣는게 대부분 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술력과 영업기반이 살아 있는 기업은 가치가 하락하고,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쳐 인수자도 찾지 못해 청산절차를 밟기도 한다. 

금융공기업 대신 시중은행이 채권자인 회사도 출구전략이 한정적이긴 마찬가지. 대부분의 위기 기업은 시중은행의 채권을 인수하는 연합자산관리(UAMCO)가 최대 채권자가 된다. 부실채권을 인수해 운용수익을 올려야 하는 유암코도 회사의 회생을 낙관할 수 없어 회생절차에 돌입하더라도 회생계획안 동의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구조조정 시장에서 위기 기업은 최대 채권자의 결정에 운명을 맡겨야 했다.

이번에 내놓은 정부의 혁신안은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운용수익이 나오게 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 시장에 자본이 들어와 다양한 M&A 수요자가 나타날 수 있게 하겠다는 복안을 담겨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정책금융기관의 자본과 시중은행의 자본이 합쳐진 기업구조혁신펀드(母 펀드)를 조성해 개별 사모펀드(PEF, 子 펀드)들에 출자한다.

이 펀드의 약 50% 이상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위기 기업에만 투자하도록 범위를 한정했다. 이번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운용하는 한국성장성금융 투자운용본부 노해성 팀장은 “종래에는 채권자, 기업, 시장이 개별적으로 움직였다면 이번 혁신안은 펀드를 통해 이해관계인들을 한 틀 안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라며 “개별자본의 사모펀드들은 위기 기업에 투자해 운용수익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투자기법이 동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암코 김두일 본부장은 “구조조정의 시장이 채권단 중심의 투자금 회수 구조에서 기업의 투자로 그 저변이 확대되는 구조”라며 “이 구조는 결국 은행의 재정 건전성에도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사업재편이나 인력감축과 같은 방법 외에도 재무적인 구조조정으로서 채무조정이 필요하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부실채권을 투자해 인수한 PEF는 법원 회생절차를 통해 기업의 채무를 조정함과 동시에 출자전환을 통해 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획득하는 트렌드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혁신안 중에서는 회생절차에 돌입한 기업의 낙인효과와 손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캠코 주도의 DIP(Debtor In Possession) 금융을 활성화하겠다는 점도 눈에 띈다. DIP 금융은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에 대해 신규자금을 투입하는 금융기법이다.

종래 구조조정 시장에서 DIP 금융은 사례가 많지 않았으나, 정부 주도의 DIP금융이 활성화된다면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한 PEF도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회생절차 중에 추가로 신규자금을 투자하는 의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구조조정은 많은 투자자가 다양한 각도에서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생태계로 변모된다.

중소벤처기업부 이동원 재기지원과장은 “민간시장이 활성화되면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컨설팅도 더욱 선택지가 넓어지는 효과가 생긴다”며 “위기기업이 정책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더라도 민간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