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 민생경제살리기위원회 주최로 열린 ‘온라인 포털과 소상공인 간 불공정 개선’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포털과 O2O 플랫폼 서비스의 등장으로 발생되는 피해를 호소한 가운데, 간담회에서 인용된 일부 자료의 설문조사가 미흡하고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달 O2O 기업인 '요기요'는 18일 입장자료를 통해 소상공인연합회가 간담회에서 내세운 자료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요기요는 “자료에 보면 요기요의 경우, 수수료 16%에 배달대행 수수료, 카드수수료, 부가세 등을 더하면 총 비용이 음식값의 40%까지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는 명백히 잘못된 내용”이라면서 “요기요의 수수료는 12.5%이며, 외부결제 수수료는 3%다. 부가세를 더할 경우 17.05%가 올바른 수치”라고 해명했다.

 또 전화주문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받고 있지 않고, 음식점 사장이 원할 경우 수수료가 아닌 월정액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부연했다.

요기요는 최근 배달앱 문제가 이슈로 부상해도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을 지켰던 곳이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이 배달앱에 쏟아지는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수 차례 입장자료를 내고 법적 분쟁에 들어가도 움직이지 않았다.

배달의민족과 달리 수수료를 받는데다, 외국계 글로벌 유한기업이라는 점이 최근에는 약점으로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 이유에서 요기요의 입장자료 발표를 이례적인 것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 출처=요기요

간담회 자료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작성한 ‘온라인 포털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현황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다. 중기부가 지난 11월 인터넷 포털과 O2O 등을 이용하는 업종별 소상공인 20개사를 심층인터뷰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보고서 자체에 있다. 먼저 요기요의 수수료를 잘못 기재한 것은 물론 설문조사 모집단의 숫자가 너무 적다. 20명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의미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소상공인 종사자는 605만명이며 소상공인 점포수는 306만개다. 306만개의 소상공인 중 20명을 대표로 선정했다고 계산해도 설문조사 모집단은 전체에서 0.0006535%에 불과하다. 잘못된 수수료가 보고서에 기입된 요기요의 배달앱 부문은 모집단이 단 3명이다.

▲ 온라인 포털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현황 실태조사 결과보고서 모집단. 출처=갈무리

소상공인연합회의 수상한 설문조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인터넷 포털 불공정 거래 실태조사' 설문조사를 실시하며 편향된 질문지로 비판을 받았다.

총 31개 문항으로 설문조사가 구성된 가운데 결론이 정해진듯한 설문조사 문항은 논란이었다. 실제로 B13 문항의 경우 '귀 업체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광고가 부당하다 생각하십니까?'로 되어 있으며 B15는 '귀 업체는 소상공인 및 소비자에 의해서 형성된 인터넷 포털 컨텐츠를 이용하여 검색엔진, 검색어, 검색순위를 측정하는 광고의 최대 피해자가 누구라 생각하십니까?'로 적혀있다. 모든 문항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넣는 방식이다.

당시 소상공인연합회가 희망재단 출연금 문제로 네이버와 다투던 와중에 인터넷 기업들을 ‘깔아뭉개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 올해 초 소상공인연합회 설문조사 일부. 출처=갈무리

온라인 포털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현황 실태조사 결과보고서가 새로운 내용도 없이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배달앱의 광고 경매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는 잊을만 하면 나오는 단골이라는 비판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1월 ‘배달앱, 숙박앱 등으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 두고 볼 수 만은 없어’라는 논평을 통해 배달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한 달에 50만원 이상의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으며, 이에 배달의민족은 입장자료를 통해 소상공인연합회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한 후 최승재 회장의 비리까지 거론하며 ‘적반하장’이라는 키워드까지 꺼냈다.

배달의민족은 “(소상공인연합회는) 명확한 출처나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임의의 수치를 내세우며 배달앱의 ‘베팅식 경매 광고 방식’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심각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면서 “배달의민족은 전단지 등 기존 광고홍보 수단에 비해 더 저렴하고, 효과적인 매체다. 2015년 8월 이미 ‘수수료 0%’를 선언하며 건당 주문 중개 수수료를 전면 폐지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광고 상품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의 민족은 또 “월 50만원 이상 입찰 광고에 비용을 쓰는 업주는 전체 광고주 약 5만 명 중에서 4%에 불과”라면서 “소수의 사례를 마치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일반화하는 것은 전형적인 ‘침소봉대(針小棒大)’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온라인 포털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현황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분석하면 요기요와 배달의민족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다방과 직방 등 부동산 O2O 플랫폼까지 모두 비판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관계도 맞지 않고 이미 논란이 되어 반론까지 나온 내용을 줄기차게 되풀이한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ICT 스타트업 업계는 국민의당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ICT 뉴노멀 법, 카풀앱 규제 등 대표적인 ICT 규제안에는 모두 국민의당이 관여하고 있다. 15일 열린 국민의당 민생경제살리기위원회도 마찬가지며, 위원장은 김언주 의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소상공인과 택시기사 등 일반 서민을 대상으로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물론 망 중립성 논쟁이 가열되며 ICT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근원적인 고찰이 필요하고, 네이버와 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지나치게 글로벌 역차별 이슈를 꺼내며 여론몰이를 시도한다는 비판도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스타트업에게는 절대 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보여주는 ‘반(反) ICT 플랫폼 투쟁’은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논란이 커지자 소상공인연합회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보고서는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아닌,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라면서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닌, 상생의 대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논란의 보고서에 대해서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코그니티브컨설팅그룹이라는 곳에 의뢰해 만든 보고서며, 이런 보고서가 정부 부처의 주도로 등장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