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나눠주고 지원금 제공하며 사진 찍고 웃는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때 되면 돌아오는 각설이처럼 일정한 시기,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물론 가치 있는 일이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가 사회를 위해 공헌하는 것은 그 자체로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더욱 장려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에만 치중한다면 진정한 사회공헌이라고 할 수 있을까? SK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여기에서 효과적인 사회공헌을 위한 방안은 무엇이며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진정한 사회공헌’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기업의 메커니즘과 경영의 효율성을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지속가능하게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이 곧 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뜻이다.

▲ 지난 10월 열린 CEO세미나의 최태원 회장. 출처=SK

반도체에 이어, 또 다른 최(崔)의 법칙 나왔다

최태원 SK 회장은 6월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딥체인지(Deep Change) 2.0을 강조하는 한편 상생이라는 화두를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근 우리 사회가 단기간에 이뤄낸 고도성장 속에서 의도치 않았던 양극화와 같은 사회경제적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SK는 대기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사회문제 해결에 SK와 임직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11월 3일에는 중국에서도 사회적 기업의 가치를 역설했다. 최 회장은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베이징 포럼 2017’ 개막 연설을 통해 “중국과 한국, 나아가 아시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 사회가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가치를 더 많이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끈다.

그는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차이가 점점 벌어져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오늘날의 사회문제는 이미 정부와 시민단체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기업과 사회가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SK는 사회적 기업 성장을 위해 국내 최초로 민간펀드를 결성, 투자자로 참여한다. 펀드에는 SK행복나눔재단과 KEB하나은행이 각각 40억과 10억을 우선 투자했다. 연말까지 총 130억원 규모의 펀드로 키우는 것이 목표며 현재 국내 및 외국계 금융사가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의 실질운영은 IBK투자증권이 담당한다.

SK는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첫 사모펀드인 ‘사회적 기업 전문사모 투자신탁1호’가 SK행복나눔재단과 KEB하나은행 참여로 우선 결성됐다”고 발표하며 “사모펀드를 통해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첫 자본시장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호황)로 최의 법칙을 완성한 SK가 사회적 기업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새로운 법칙을 창조했다고 본다.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SK는 지난 2012년부터 사회적 기업가 양성을 위해 세계 최초로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사회적 기업가 MBA’ 2년 전일제 과정을 개설했다. 올해까지 졸업한 1기부터 3기 졸업생 중 86%가 창업에 성공해 42개의 사회적 기업을 운영 중이고, 이번에 졸업 예정인 4기 졸업생들도 17명 가운데 16명이 이미 창업했다.

최 회장은 매년 사회적 기업가 MBA 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본인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철학과 열정을 함께 나누는 자리도 갖고 있다. 올해도 지난 10일 4기 졸업 예정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회의 행복을 키우기 위해 더 많은 인적·물적 자원이 사회적 기업에 유입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가자”며 학생들을 독려했다.

▲ 8개 시회적 기업의 합동 김장나눔 행사. 왼쪽부터 강재영 동반성장위원회 운영국장, 최광철 SK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장은제 해맑은김치 대표, 조달현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이사, 이준모 한국기독교장로회 복지재단 사무국장. 출처=SK

사회성과인센티브 제도, 그것이 궁금하다

지난 4월 SK그룹과 사회성과인센티브 추진단은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제2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를 열고 93개 사회적 기업에 48억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시상식도 열었다. 사회성과인센티브 제도는 최 회장의 주도 아래 SK가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한 뒤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SK는 “최 회장이 자신의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에서 인센티브를 지원해 사회적 기업의 재무적 고민을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제안을 했다”며 “사회성과인센티브 추진단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 사회적 기업 분야 이해 관계자들과 함께 2015년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기업이란 무엇일까?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기업과 제3자 후원을 통해 운영되는 비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취약계층 일자리 확보, 사회서비스 제공, 지역주민 생활 개선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과 판매와 같은 영업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으로 정의한다. 2007년 제정된 사회적기업육성법에 의거, 별도 인증 절차를 거쳐야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된다.

SK는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낸 ‘착한 일’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사회성과 제도가 1석3조의 효과를 만들면서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결국 ‘착한 가치’를 창출한 사회적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원해 장기 존속이 가능한 경영 기반을 만들어 주면 지속적으로 ‘착한 가치’ 생산이 가능해지고, 사회문제 해결의 폭도 넓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게 SK의 사회성과 인센티브가 탄생했다.

SK 주도 사회성과 인센티브 추진단은 2015년부터 인센티브 제도에 참여할 사회적 기업을 모집, 1년 단위로 사회적 가치를 평가한 뒤 생산한 사회적 가치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인센티브는 3년간 지급되며 더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인센티브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3년 뒤에는 졸업하게 했다.

사회적 가치의 측정은 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사회성과 인센티브는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평가한 뒤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프로젝트이며, 궁극적으로 모든 일반 기업들도 재무적 가치 추구 위주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도 함께 창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의 말처럼 명확한 목표 설정과 결과에 책임지는 자세, 그 과정을 탄탄하게 관리하는 역량은 사회적 기업가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 (이미지 작업 필요)사회적 기업 유형과 사례. 출처=SK

SK가 걸어온 길은 어떨까. 사회성과 인센티브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은 2015년 44개에서 2016년 101개로 2배 이상 많아졌다. 이들이 생산한 사회적 가치도 103억원에서 201억원으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2015년에 모집한 1기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사회적 가치는 평균 2억2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늘어났다.

물론 사회적 기업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평가 지표 개발을 위해 수십 차례 전문가 토론을 거치고 기업 현장 방문과 실측을 통한 참가 기업들과의 합의과정을 통해 비로소 가능해졌다는 후문이다.

SK에 따르면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는 2015년 60억4000만원(1117명)에서 2016년 84억1000만원(1368명)으로 증가했으며 사회 서비스(사회취약 계층을 위한 의료 교육 등 복지 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는 지난해 29억원에서 72억9000만원으로 증가했다. 또 환경문제 해결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는 2015년 1억3000만원에서 2016년 10억6000만원으로 8배가량 증가했고 생태계 문제 해결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는 2015년 12억원에서 2016년 33억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들 사회적 기업에 지급된 인센티브는 경영 애로를 해소하고 미래성장 동력원을 창출하는 종잣돈으로 사용되면서 재무적 가치를 개선하는 효과까지 동반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기 사회적 기업을 상대로 인센티브 사용처를 조사한 결과 기존 사업 재투자와 신규 사업 투자(42%)가 가장 많았다. 인건비(20%)와 복리후생(12%), 부채상환(9%), 시설환경 개선(8%) 등에 사용됐다. 또 인센티브로 비즈니스 측면에서 서비스와 상품 개발을 위한 기술력 강화와 자본과 수익구조 개선 및 재무 건전성 확보, 고용 안정성 등이 확보되면서 안정적 경영이 가능해졌다고 답변했다.

▲ 카이스트 사회적 기업가 MBA4기 졸업예정자와의 간담회. 출처=SK

그동안 사회성과인센티브에 사용된 재원은 SK가 사회적 기업을 돕기 위해 설립한 사회적 기업 ‘행복나래’ 이익금으로 마련됐다. 행복나래는 정관에 ‘연간 수익금이 3분의 2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수익금의 3분의 2가 아닌 전액을 사회에 환원해 왔으며, 그 금액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누적 94억원에 이른다.

SK와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사회적 기업진흥원과 민간 금융사인 신협중앙회가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로 사회적 가치를 생산한 사회적 기업에게 ‘혁신추구상’을 수여하고 사업 기회를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편의를 제공키로 했다. 사회공헌? 사회적 기업? SK는 ‘생각나면 하는 일’이 아니라 일종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