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여행 중 촬영된 버즈 올드린과 사라진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출처=나사

1969년,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인류 ‘최초’로 지구를 벗어나 다른 행성인 달에 착륙했다. 그들과 함께 우주로 떠난 시계는 오메가 사의 스피드마스터. 당시 닐 암스트롱의 시계는 크로노그래프에 문제가 생겨 우주선에 두고 내렸기에 최초로 달 착륙을 기록한 시계는 버즈 올드린이 착용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단 한 점뿐이다. 하지만 그 시계는 우주인들이 지구에 돌아온 후 돌연 사라졌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손목시계이며, 전설적인 역사의 유일한 산증인의 실종. 그렇게 근현대 시계 역사에 있어 가장 큰 미스터리가 탄생했다.

“버즈 올드린의 시계는 어디에 있는가?!”

 

달에 갈 것이다. 우리가 먼저!

▲ 아폴로 11호의 우주인들. 왼쪽부터 닐 암스트롱, 마이클 콜린스, 버즈 올드린. 출처=나사

미국과 구소련의 경쟁에 전 세계가 떨어야 했던 시대에, 두 나라가 피운 경쟁의 불씨는 지구를 넘어 우주로까지 번졌다. “달에 갈 것이다. 우리가 먼저!” 두 나라는 먼저 달에 가기 위해 위험한 시도들을 서슴지 않았다. 그와 함께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했다.

미국은 달 착륙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며 그 시대 우주인들의 생존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물건인 시계를 선별하기 위해 수십 개의 시계를 직접 구입, 비공개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영하 50도, 영상 100도를 오가는 극한의 온도와 우주선이 겪는 가속도, 지구의 1/6뿐인 달의 중력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시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작은 오차에도 우주인들의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에 합격의 기준은 그야말로 우주에 닿을 듯이 높았다. 드라마틱하게도 단 하나의 시계만이 까다로운 모든 테스트에 합격했는데, 그것이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다.

 

▲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광고. 달에 다녀온 최초의 시계임을 강조한다. 출처=오메가

사실 미국은 달에 착륙할 수 있는 완벽한 기술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단지 소련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달 착륙 프로젝트를 멈추지 않았었던 것뿐이었다. 달에 무사히 도착한다는 보장도, 달에 도착한 뒤 무사히 살아서 지구로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었기에 모든 우주인들은 목숨을 걸고 달을 향한 여행길에 올랐다. 아폴로 11호의 우주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어떤 보험사도 그들의 생명보험을 받아주지 않아 가족들의 생계를 걱정한 버즈 올드린과 닐 암스트롱은 자필 사인지를 만들어서 아폴로 11호의 발사일에 맞춰 사인지를 발송하기도 했다. 단지 자신들이 돌아오지 못하면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였던 윌리엄 사파이어는 실제로 우주인들이 돌아오지 못할 것에 대비한 추도문도 미리 준비해 놨다. 추후 인터뷰를 통해 당시를 떠올렸던 윌리엄 사파이어의 한 마디가 희박했던 성공 확률을 대변해준다. 

"당시 달 착륙 계획 중 가장 위험이 높았던 단계는 착륙선이 궤도를 돌고 있는 사령선과 다시 접촉하는 것이었습니다. 실패할 가능성도 높았고, 만약 그들이 실패한다면 그들을 달에 죽게 내버려 두고 떠나야 했을 겁니다. 관제센터는 모든 통신을 두절시키고 그들은 굶어죽기를 기다리거나 자살해야 했을 겁니다."

그렇게 누구도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우주로의 여행은 우주인들의 고군분투로 성공하게 된다. 그리하여 버즈 올드린과 함께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 있어서 큰 도약’을 함께한 20세기 가장 중요한 손목시계가 되었다.

 

전설처럼 사라진 시계

▲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출처=Washington DC

1970년, 우주비행사와 함께 달 표면을 횡단한 최초의 시계인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는 인류의 보물로서 영구적으로 보관되기 위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우주전시관으로 옮겨질 예정이었다. 인류 역사에 기여를 한 보물인 만큼 운반 팀은 전문 인력으로 구성되었다. 나사의 지시는 스파이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꼼꼼하고 신속하게 진행됐다. 미국 최고의 보물 운반 팀의 작업. 버즈 올드린의 시계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안착되는 것은 결정된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를 위해 움직인 특수 운반 팀은 그 어느 때보다 고양되어 있었고 자신감이 충만했다. 하지만 마치 미스터리 소설의 프롤로그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 시계가 운반 도중 사라진 것이다. 

습격을 당한 것도 아니고 운반 팀의 계획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도 아니다. 마치 숙련자의 마술같이 시계가 그저 사라진 것이다. 함께 우주에 다녀온 다른 보물들은 모두 그냥 놔둔 채로. 인류 최대의 보물 중 하나인 오메가 스피드마스터가 사라졌지만 현장에서는 그 어떤 물증도, 심지어는 심증도 찾지 못했다. 현재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는 닐 암스트롱의 스피드마스터만 전시돼 있다. 그렇게 버즈 올드린의 스피드마스터는 올해로 47년째 자취를 감추고 있다.

 

숫자 43

▲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실버 스누피 어워드 한정판. 다이얼에는 아폴로 계획을 함께했던 NASA의 비행통제가 진 크랜츠의 명언인 "Failure is not an option.(실패라는 옵션은 없다)”와 아폴로 13호의 승무원들이 우주선 시스템이 고장 났을 때 스피드마스터로 13초의 궤도 수정을 해 지구로 돌아올 수 있었던 사건을 대변하는 "What could you do in 14 seconds?(14초 동안 당신은 무얼 할 수 있나?)”가 새겨져 있다. 출처=Haute Time

여느 실종사건이 그러하듯 스피드마스터가 사라진 후 몇 년 간 많은 사람들의 제보가 잇따랐다. 그중 가장 유명한 사건은 2003년에 일어났다. 빈티지 스피드마스터를 수집하던 몰리라는 사람이 어느 날 자신의 스피드마스터 백 케이스 안쪽에 숫자 43이 새겨져 있는 걸 발견한다. 버즈 올드린의 스피드마스터에도 같은 인그레이빙이 있었다는 걸 시계 애호가들은 알고 있었기에 오랫동안 사라져있던 문워치의 정체가 몰리의 스피드마스터라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시계의 출처는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해변가. 그야말로 호사가들의 관심을 끌만한 스토리가 완성된 것이다.

몰리는 스미스소니언박물관과 우주과학관, 그리고 나사에 바로 연락을 취했다. 놀랍게도 달 탐험과 관련된 모든 기관들은 몰리의 주장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만약 그 시계가 진짜라면’이라는 가정 하에 몰리, 나사, 우주과학관,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중에 누구에게 소유권이 있냐는 문제로 분쟁이 생기기 시작했다. 몰리는 자신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르는 이 시계의 소유권을 얻기 위해 법적 분쟁을 불사하기로 마음먹는다. 결국 나사는 시계의 진위를 확실하게 검증하기 위해 미국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아 자료를 수집하고 보고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1년 뒤, 나사의 보고서가 공개되자 몰리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크게 아쉬워했다. 백 케이스의 인그레이빙은 기원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정기적인 서비스 마킹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몰리의 스피드마스터 이외에서도 같은 인그레이빙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버즈 올드린과 미국은 몰리의 시계가 진품이 아님을 공식 발표했다. 몰리는 백만장자가 될 기회를 잃었고, 우리는 인류 최대의 보물을 다시 찾아야만 했다.

 

버즈 올드린의 스피드마스터는 누구의 것인가?

▲ 달 표면에서 촬영된 버즈 올드린과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출처=오메가

몰리의 사건으로 인해 ‘만약 버즈 올드린의 스피드마스터가 세상에 나왔을 경우’ 소유권을 누가 갖게 되느냐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몰리의 스피드마스터가 진품이라는 입증이 되지 않았던 상황에서도 버즈 올드린, 나사,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이 서로 자신이 시계의 권리를 가진 주인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시계를 찾는 일이다. 어쩌면 전설의 시계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시계가 평범한 스피드마스터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며, 혹은 시계가 이미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 또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브레게처럼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얼마 전 폴 뉴먼의 롤렉스 데이토나가 세계에서 제일 비싼 손목시계의 가격을 쉽게 갈아치운 것처럼 버즈 올드린의 스피드마스터도 시계의 역사를 다시 쓸 만한 값어치와 의미를 갖고 있다는 데에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 스피드마스터 현행 모델을 착용한 버즈 올드린. 출처=Classic Driver Magazine

스피드마스터 문워치는 인류 시계 역사에 가장 중요한 시계이자, 가장 낭만적인 시계다. 우주의 역사와 함께한 전설적인 시계. 그리고 그 전설에 기름을 부은 미스터리한 행방불명. 시간이 지날수록 시계의 가치를 더욱 농익게 할 이 극적인 사건들은 책 속의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 시대에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언젠가 우리가 폴 뉴먼의 데이토나를 만난 것처럼 버즈 올드린의 스피드마스터를 만나게 될 날을 기다려본다.

 

<참고문헌>
watches and art, Haute time, Washinton DC, Claasic driver Magazine, NASA

 

▶ 지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계 집결지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홈페이지]

▶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공식 포스트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N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