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와 팀 쿡으로 이어지는 애플 아이폰. '원 모어 띵!'의 희열을 간직한 우리는 아이폰을 감히 명작이라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혁신의 대명사, 기술의 결정체, 애플 스타일, 우리는 명작을 영접하기 위해 애플님이 아무리 세금을 내지 않아도, 아무리 AS를 발로 처리해도 지금 이 순간에도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오. 애플님이 한국에 애플 스토어도 열어주십니다. 하늘에서 은총이 빗발칩니다. 애플 팬덤은 천국으로 가서 72개의 아이폰과 만날겁니다.

 

명작이 발에 채일 정도로 많으면 명작이 아니기 때문일까요. 애플님은 우리의 마음을 헤아려 친히 아이폰의 공급상황도 조절하고 계십니다.

맞습니다. 기온이 영하일 경우 아이폰이 작동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에는 기온이 0도로 떨어질 경우 아이폰이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애플 코리아는 '아이폰 허용 가능한 작동 온도로 유지하기'라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주변 온도가 섭씨 0도~35도(32도~95도F)인 장소에서 iOS 기기를 사용하라'는 계시를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온이 0도로 떨어져도 우리의 애플님을 위한 마음은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애플은 조만간 이 문제를, 아니 은총을 iO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다립시다. 다만 그 전에 각 지역의 기온을 살펴보며 애플의 은총을 차분히 기다리는 것도 우리의 참된 자세이겠지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기상청 자료를 통해 아이폰의 은총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을 살펴보겠습니다.

▲ 출처=애플 코리아

겨울에는 애플의 은총이 없다..남쪽 빼고

기상청 국내기후자료 데이터베이스를 뒤져본 결과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의 기온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편차는 있지만 여름에는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집니다. 다만 이 데이터는 2010년까지만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대략의 추이를 보는 것으로만 갈음하겠습니다. 자세한 지역 자료를 보기 위해 국내기후자료에서 과거자료, 일별자료를 참고하겠습니다.

아직 12월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추이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서울부터 보겠습니다. 서울의 지난해 10월1일 최저기온은 17.5도입니다. 아이폰 은총을 느끼기에 딱 좋은 기온입니다. 다만 10월27일부터 갑자기 최저기온이 8.6도를 기록하며 뚝 떨어지네요. 10월30일과 10월31일은 각각 1.6도와 0.7도입니다. 위험해집니다.

▲ 서울지역 지난해 11월 날씨. 출처=기상청 홈페이지 갈무리

11월1일은 최저기온이 영하 2.4도입니다. 은총이 멀어지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편차는 있어도 11월 둘째주는 대부분 최저기온이 영상이네요. 이렇게 쭉 가면 좋으련만 11월22일 다시 영하가 시작됩니다.

12월18일부터 다시 영상을 반복하지만 이내 12월 말이 되면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집니다. 올해 1월과 2월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의 대부분 영하를 기록합니다. 3월 중순은 되어야 다시 영상을 기록합니다. 지난해 11월부터 2월까지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은 11월은 10일, 12월은 23일, 올해 1월은 26일, 2월은 28일이나 됩니다. 모두 합치면 87일입니다.

▲ 서울지역 지난해 12월 날씨. 출처=기상청 홈페이지 갈무리

올해 10월 최저기온도 비슷합니다. 10월 말부터 영하로 떨어지더니 11월 초 반짝 상승, 그러나 다시 영하로 돌아가 12월18일 현재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네요. 최저기온은 영하 6도입니다. 애플 매니아, 서울에서 도망치십시요. 통상적으로 겨울로 분류되는 11월부터 2월까지 서울에서 애플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여기서 궁금합니다.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지역의 상황은 어떨까요? 다른 지역도 비슷합니다. 먼저 강추위로 유명한 곳을 보겠습니다. 강원도 철원. 지난해 10월29일 영하 8도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계속 0도 이하를 기록하다가 무려 올해 3월25일 간신히 0.6도로 올라섭니다. 철원에 계신 분들은, 지난해 기준 10월29일부터 3월25월까지 정상적인 아이폰 사용을 하지 못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철원지역 올해 1월 날씨. 출처=기상청 홈페이지 갈무리

철원이 너무 가혹하다고요? 그럼 따뜻한 남쪽지역이면서 광역시인 부산을 보겠습니다. 역시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부산은 온통 최저기온이 영상입니다. 아이폰 매니아들, 안심하세요. 부산은 아이폰 특별시입니다.

그러나 비켜갈 수 없습니다. 부산은 지난해 12월15일 처음으로 영하 1도의 최저기온을 기록하기 때문입니다. 이후로 12월까지 영상과 영하를 오간 후 올해 1월 중순까지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데이터를 보면 1월 중순부터 2월 초순까지만 최저기온이 0도 이하로 떨어집니다. 부산 최저기온이 0도 이하로 떨어진 날은 지난해 11월 기준 0일, 12월은 8일, 올해 1월은 16일, 2월은 12일에 불과합니다. 모두 더하면 36일입니다. 서울은 87일인데 부산은 36일.

▲ 부산지역 올해 1월 날씨. 출처=기상청 홈페이지 갈무리

애플이 말한다 "지구인이여..환경을 생각하라"
물론 최저기온이 0도 이하라고 아이폰이 무조건 작동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따뜻한 곳으로 가거나 외출을 삼가하면 그만입니다. 또 최저기온이 있으면 최고기온도 있으니 겨울에 24시간동안 아이폰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모바일 이후 초연결 시대의 최초불꽃으로 스마트폰이 각광을 받는 현재,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선봉으로 활동해야 하는 스마트폰이 '고작' 영하의 날씨에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입니다. 일각에서는 환경오염으로 지구온도가 지나치게 뜨겁거나 차가워지며 애플이 일부러 날씨에 민감한 아이폰을 출시해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애플은 iOS 업데이트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부디, 원만한 아이폰 사용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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