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지난주 거의 보합세 수준에서 한 주를 마감했다. 미국산 원유의 기준인 서부텍스사산원유(WTI)는 주간으로 0.1% 하락했고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약 0.3% 하락했다.이로써 두 유종은 3주 연속으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가격은 배럴당 57.30달러와 63.23달러 등으로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는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뒤섞여 있어 전망을 내놓기가 대단히 어렵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5일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1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0.5%(26센트) 오른 배럴당 57.30달러로 장을 마쳤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2월 인도분은 0.1%(8센트) 내린 배럴당 63.23달러에 장을 끝냈다. 이로써 브렌트유는 올들어 11% 이상 올랐다.

브렌트유 내년 1월 인도분은 지난 11일 전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2%(1.29달러) 오른 배럴당 64.69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는 2015년 6월1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65~75달러 범위에서 거래될 것이라거나 심지어 브렌트유는 내년 말게 배럴당 70달러 중반에서 80달러 중반대로 가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마저 나오고 있다.  유가 앞에는 많은 변수가 있기에 지나친 낙관론에 기대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세븐스리포트의 공동편집장인 타일러 리치는 이날 마켓워치에 “북해 포티스 송유관 폐쇄는 주초 유가를 상승하도록 자극했지만 미국 원유생산량이 주중 세 번 이상 평균치를 웃돌아 선물가격이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심한 한 주였다”고 평가하고 “원유 시장의 기술적 추세는 강한 매수세인 반면 시장 기초여건은 미국의 무자비한 산유량 증가로 덜 고무적이어서 원유 시장의 움직임은 서로 다르다” 고 진단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수요일 보고서에서 미국의 산유량은 8일로 끝난 주간에 하루 평균 978만배럴로 전주에 비해 하루 7만3000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감산합의를 통해 유가안정, 원유시장 재균형을 시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결코 바라지 않는 소식이다.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미국의 가동중인 석유채굴 장비가 줄었다는 점이다. 유전정보 서비스 업체이 베이커휴즈는 15일 가동중인 채굴기가 지난주 4개 준 747개라고 발표했다. 이는 곧 미국의 산유량이 준다는 뜻이다. 앞선 지난 3주 동안 채굴기는 계속 증가했다.

리치 타일러는 “미국의 산유량 증가는 WTI가 배럴당 60달러대 초반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브렌트유는 지난주 포티스 송유관 폐쇄로 가격을 지지받았는데 이 송유관은 최대 한 달간 가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이는 곧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유가는 이번주 오를 것인가, 하락할 것인가. 하락 가능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각) 국제유가 배럴당 65달러까지 오르면 OPEC와 러시아 등 24개 산유국의 감산합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전했다.

WSJ은 OPEC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OPEC 내부에서 지나친 유가 상승이 러시아 등의 내부 이탈을 부르고, 미국 셰일석유 생산을 부추겨 석유시장을 감산 이전 상태로 되돌려 놓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OPEC 14개국과 러시아 등 비 OPEC 주요 산유국 10개국의 감산은 탄탄한 결속을 자랑하며 효과를 내고 있다. OPEC과 러시아 등 24개국은 지난달 30일 전 세계 석유공급량의 2% 수준인 하루 180만배럴 감산을 내년 말까지로 연장키로 합의한 뒤 유가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다.

덴마크 삭소뱅크의 상품 전략 책임자 올레 한센은 “추가 유가 상승은 (합의를 깬) 몰래 생산 공개 초대장이 될 것"이라면서 "이는 감산합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고 WSJ은 전했다.

일부 OPEC 회원국들도 러시아 석유 업체들이 합의 붕괴 출발점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석유업체들은 유가상승의 혜택을 누리자는 입장이며 특히 지난달 30일 감산연장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에 출구전략을 논의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OPEC의 감산 노력을 무위로 돌릴 또 다른 변수는 미국의 셰일석유다. 이미 미 석유업체들은 유가 상승을 느긋하게 즐기며 증산에 나서고 있다.

아바트레이드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에이드리엔 머피는 마켓워치에 ”OPEC 주도 감산합의는 미국 생사업체들에게 빈자리를 채워넣을 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내년 미 석유생산이 하루 1000만배럴로 사상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도 최근 내년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칠 5가지 변수로 영국 북해 포티스 송유관, 글로벌 원유 수요, OPEC과 러시아 출구전략, 베네수엘라, 비회원국의 원유 공급을 제시했다. 일부 항목의 차이가 있긴 WSJ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가 상승과 하락 요인이 혼재 돼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