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이사회가 김정태 회장을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셀프 연임’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전히 김 회장에 우호적인 회추위원들이 과반 이상이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이사회는 오는 22일 이사회를 열고 김 회장을 회추위에서 제외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또 이번 회의에서는 회추위는 앞으로 회장을 회추위에 포함하지 않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추위원인 박문규 사외이사도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사외이사는 하나은행과 거래관계가 있는 회사의 주주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박 사외이사는 금융업계에선 보기 드물게 물티슈 제조업체 '에이제이' 회장 경력으로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에 올라 6년째 재직 중이다. 또 박 사외이사가 그의 아들과 함께 소유하고 있는 회사에서 제조하는 물티슈는 김정태 회장의 아들인 김 모씨가 설립한 온라인쇼핑몰(인카루셀)에서도 판매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하나캐피탈은 박 사외이사 소유 회사의 물티슈를 김 회장 아들 쇼핑몰을 통해 구입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자회사 하나카드를 통해 박 사외이사 소유 회사의 물티슈 브랜드명인 '베베숲'이 표시된 제휴카드를 발급한바 있다. 박 사외이사는 물티슈 업체로는 드물게 KEB하나은행이 주최하는 LPGA대회에 지난 10월 스폰서십을 체결하고 20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나금융노조는 이날 퇴임을 결정한 박 사외이사 소유 회사의 물티슈가 지난해 KEB하나은행 등 계열사에 출산휴가를 갔던 여직원들을 포함해 상당 직원에게 배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지주측은 박 사외이사 소유 회사로 부터 하나금융지주가 기부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하나금융노조가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금융감독원에 조만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비위 관련 조사요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 요청서에는 하나금융지주가 박 사외이사 소유회사와 물티슈 거래시 ▲김 회장 아들 회사의 온라인쇼핑몰을 거쳐 구매한 점 ▲하나금융지주가 박 사외이사로부터 물티슈를 기부받았다고 주장하는데, 현금으로 결제한 하나금융지주의 계좌의 출금내역 확인 요청 등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와 하나금융노조 등은 이날 박 사외이사 사퇴는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하나금융지주와 박 사외이사간, 김정태회장 아들과 박 사외이사간 거래관계가 있으면서 회추위원으로 포함돼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 위한 조치일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박 사외이사는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사퇴관련, "최근 저와 관련해 터무니없고 사실이 아닌 음해성 소문이 일부 언론에 게재돼 명예와 기업의 평판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저와 제 가족, 회사의 명예도 중요하기 때문에 (하나금융지주)사외이사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 박 사외이사 '회추위원' 사퇴...차기 회장 인선 영향은

그러나 김 회장과 박 사외이사가 하나금융지주 회추위에서 빠져도 공정성 문제에서 자유로운 회추위원으로 구성되지 않는한 3연임에 도전하는 김 회장의 목적달성에 큰 장애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 퇴임운동을 벌이고 있는 하나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2년 김정태 회장 취임이후 선출된 사외이사들은 모두 김 회장이 추천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인사로 볼 수 있다"면서 "회추위가 다시 구성된다해도 기존 사내외이사들로 회추위가 다시 채워질 경우 3연임에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회추위에 포함돼 있는 윤종남(위원장), 송기진, 김인배 사외이사 3명은 지난 2015년 2월 김 회장 연임을 지지했던 위원들이다.   

하나금융의 회추위는 3명에서 최대 8명까지로 구성되는데 모두 이사로 해야하고 과반수 이상의 사외이사가 참여해야 한다. 이렇게 구성한 회추위의 과반이 찬성하면 결국 회장 단독후보가 되고 이변이 없는 한 이후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 박 사외이사 회추위 사퇴관련)아직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내년 초 하나금융을 비롯한 금융지주회사들의 경영권 승계 절차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대한 검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은 민간 금융사의 경영자 선임절차를 금융당국이 지적하는 것은 ‘관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관치와 감독은 다른 것"이라면서 "금융지주회사법과 상법 등을 토대로 금융당국이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감독기능까지 관치라고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