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14일(현지시각) 망 중립성 원칙(Net Neutrality Rules)을 전격 폐지한다고 밝혔다.망 중립성이란 이동통신사와 같은 통신망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이 통신망을 이용해 사업을 하는 사업자에게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구글과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은 인터넷은 공공 서비스라는 원칙이 흔들렸다고 반발하고 있다.  만약 국내에서도 망 중립성 폐기 결정이 나온다면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장기 관점에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FCC의 망중립성 폐기 원칙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17일 발표한 의견서에서  "미국의 망 중립성 폐기 결정이 앞으로 인터넷 생태계에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면서 "업계에서는 관련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인터넷협회는 "거대 인터넷기업을 보유한 미국과 달리, 우리 인터넷 산업은 아직 국내 시장에서조차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면서 "망중립성 원칙을 더욱 공고하게 유지하고 강화해야 해외 기업과 경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FCC는 다음달 14일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망 중립성 폐지에 대한 안건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버라이즌, AT&T, 컴캐스트와 같은 통신사업자들은 망 중립성 폐지에 환영하지만 구글, 페이스북 등 IT 기업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망중립성이란

망 중립성이란 이동통신사와 같은 통신망 제공사업자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에는 인터넷 공급자가 웹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차단 불가 원칙과 인터넷 공급자가 고의로 웹 사이트의 접속 속도를 지연시키거나 향상시킬 수 없음을 의미하는 조절 불가 원칙이 들어있다. 또 인터넷 기업이 통신 사업자에게 돈을 내고 빠른 로딩 시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유료 우선순위 부여 불가, 인터넷 공급자가 인터넷 속도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공개하도록 한다.

▲ 망 중립성 폐지 관련 이미지.출처=마켓리얼리스트

통신사업자,ICT 세상 무소불위 권력자 되나

망 중립성은 IT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다. 모든 사업자가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구글과 넷플릭스,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 만약 통신사가 트래픽(통신량)에 따라 특정 콘텐츠를 고의로 제어한다면 통신사는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인터넷 기업에 높은 이용료를 물리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그동안 망중립성 이란 원칙에 따라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의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통신망을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통신망 사업자들은 일정기간 국가에서 부여받은 사업권(라이선스)으로 주파수를 할당 받아 사업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주파수는 국가와 국민의 소유이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망 중립성을 폐기할 수 없다. 통신망이 공공재라는 원칙이 이에 적용된다.

물론 통신사들도 할 말은 있다.  자기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통신망을 만들지만 정작 돈은 인터넷 기업들이 벌고 있어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통신사들은 데이터 전송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망을 넓히는데 투자하지만 트래픽이 증가해도 그것에 비례해 수익이 늘지는 않는다.

게다가 해외와 경쟁해야 하는 인터넷 기업이나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망 중립성이 폐기되면 통신사들은 자회사의 음원 서비스를 무료로 배포하거나 통신사와 협력을 맺은 업체에만 인터넷 접속 권한과 빠른 인터넷 속도를 제공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통신 사업자들이 차별해서 가격을 부과하거나 자사 콘텐츠를 우선 배치하는 등 영향력을 남용할 수 있다”면서 “스타트업이나 중소 콘텐츠사업자들은 망 사용료를 낼 여력이 없어 한국이 어렵게 이룬 인터넷산업 혁신이 무너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 망 중립성 관련 이미지.출처=더컨버세이션

국내 변화 망 중립성 원칙 계속 될 듯

정부는 망중립성 원칙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동통신사들은 차세대 통신망 5G에 대한 투자와 가계 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망 중립성 완화 요구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망중립성이 폐기되면 통신사에게는 이득이 되고 ICT 플랫폼 기업에는 악재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망 중립성 폐지가 선언되면 플랫폼 사업자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통신사들은 망 중립성 폐지 틈을 이용해 플랫폼 사업자들의 전유물인 미디어 콘텐츠 사업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CT 관련 사업에 적극 진출할 것이라고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자기들이 투자한 통신망을 기반으로 관련 콘텐츠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통신사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하는 등 통신사들은 통신 사업 외 분야에서 경쟁을 선언해 놓고 있다.

망중립성 폐지는 과거 카카오와 삼성전자 스마트TV 분쟁 사례를 비춰 볼 때 ICT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게 틀림없다. 카카오는 지난 2012년 6월 통신사들에게 카카오톡 기능인 보이스톡 품질을 저하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통신사는 무료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에게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 서비스가 IT산업 발전과 이용자 편익을 저해할 뿐 아니라 이동통신 시장의 투자여력을 위축시킨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같은 해 2월에는 KT가 삼성의 과도한 트래픽 사용을 이유로 스마트TV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통신업계 측은 트래픽 과부하를 유발하는 사업자에게 비용을 더 받아야 한다며 주장했지만 이동통신사들이 소비자 요금 인상을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 등으로 일단락 됐다.

국내 망 중립성 강화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게 통신업계와 인터넷업계의 중론이지만 플랫폼 사업자와 통신사업자들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