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달 20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금지’를 골자로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 상정할 것이라는 소식이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에 전해졌다.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제도 도입 이후 급증하고 있는 변호사 직역 침해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올해 초 변협 회장 선거에 당선된 김현 협회장은 즉각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와 함께 세무사법 개정안 직권 상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고, 그 덕분인지 세무사법 개정안의 직권 상정은 좌절되는 듯 보였다.

변협 집행부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변협 내부에서는 세무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리를 좀 더 보강해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잇따랐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세무사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를 저지할 확실한 명분을 쌓지 않는 이상 세무사들의 거센 도전을 막아내기란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다.

#2. 이러한 우려는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현실이 되어버렸다. 지난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은 한 차례 좌절되었던 세무사법 개정안을 기습적으로 본회의에 직권 상정했고,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한 김현 협회장 등 변협 집행부는 부리나케 국회 앞에서 세무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규탄하는 삭발식까지 감행했지만, 결국 세무사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올해로 창립 64주년을 맞이하는 변협은 회원들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협회장이 삭발까지 하는 초강수를 두었지만, 결국 세무사법에서 ‘변호사’라는 자격자 명칭이 사라지는 굴욕을 당했다.

1. 세무사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로 달라지는 것은?

‘세무사의 자격’을 규정한 기존 세무사법 제3조 제3호는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에게도 세무사의 자격을 부여하고 있었다. 물론 그 이전에는 같은 조항 제2호를 통해 ‘공인회계사의 자격이 있는 자’에게도 세무사의 자격을 자동 부여하고 있었지만, 2012년 개정을 통해 해당 규정은 삭제되었고, 이 때문에 공인회계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 취득은 이미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번 개정 세무사법을 통해 변호사 역시 공인회계사의 전철을 밟게 됐다. 이제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을 자동 취득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고, 개정 세무사법 제3조 규정에 따라 앞으로 세무사 자격은 세무사 시험을 합격한 사람만이 취득할 수 있게 됐다.

2. 이번 세무사법 개정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변호사에게 자동 부여되던 세무사 자격이 사라졌으니 개정 세무사법으로 인해 변호사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 동안 변호사는 세무사법상 세무사의 자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는 실무적으로 전혀 활용할 수 없는 허울뿐인 자격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세무사법은 2003년 당시에도 변호사 직역과 관련한 개정이 한 차례 있었는데, 당시 세무사법 개정을 통해 변호사는 국세청에 세무사로 등록하거나 세무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즉, 2003년 이전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일반적인 세무사와 마찬가지로 모든 영역에 걸친 세무사 업무가 가능하지만, 그 이후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국세청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기장대리 업무 등을 할 수 없음은 물론 세무사라는 자격자 명칭도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자격은 있으되 해당 업무를 할 수도, 자격자로서의 명칭을 사용할 수도 없는 모순이 계속되면서, 세무사협회는 아예 변호사 자격자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 규정까지 삭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변협은 변호사 자격자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고 있는 만큼 세무사 고유의 업무를 모두 할 수 있도록 세무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왔다.

각 전문자격증을 대변하는 두 단체의 양립 불가능한 주장은 결국 국회의 외나무다리 위에 섰고, 세무사법에서 ‘변호사 자격자’를 내쫓은 세무사협회는 최후의 승자가 됐다.

3. 앞으로도 계속될 변호사 업무영역에 대한 논란

세무사협회는 내친 김에 조세 관련 소송에서의 ‘소송대리권’까지 넘보고 있다. 즉, 조세 관련 소송에서는 세무사가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법정에 나가 변론을 하겠다는 것이다.

변협으로서는 아직 그럴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변리사협회를 통해 특허 관련 소송에서의 ‘소송대리권’을 변리사에게도 부여해야 한다는 입법 발의까지 이루어진 만큼 세무사협회의 동향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변협은 세무사, 변리사 이외에도 노무사, 공인중개사, 행정사 등 변호사 업무영역을 둘러싼 다른 전문자격사와도 업무영역을 둘러싼 광범위한 전선(戰線)을 형성하고 있어 당분간 변호사 직역 수호·침탈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조태진 법조전문기자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