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는 크게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으로 나눌 수 있다. 사망에 대비해 들어두는 생명보험과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드는 손해보험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손해보험회사의 경우 어떤 회사는 ○○화재, 어떤 회사는 ○○해상, 어떤 회사는 ○○손해보험으로 이름이 제각각이다. 보험사의 이름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그리고 사명을 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출처=픽사베이

보험의 시초는 14세기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4세기 유럽엔 르네상스의 꽃이 피었다. 예술, 학문을 바탕으로 문화가 융성했고 이들과 함께 발전한 것이 바로 항해술이다. 유럽의 개척자들은 배 한 척에 몸을 싣고 나침반과 지도를 들고 세계로 뻗어나갔고, 항해술을 바탕으로 해상무역도 발전했다. 이들에게 배는 중요한 자산이자 터전 그 자체였다.

그러나 바다는 이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던 선원들은 풍랑과 파도에 맥없이 스러졌고 무역선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항구로 돌아오곤 했다. 해상 사업은 매우 위험했고 일종의 모험과도 같았다. 이에 항해 도중 발생하는 선박, 화물의 손해를 공동으로 부담하는 제도인 해상보험이 탄생했다.

해상보험은 14세기 그리스, 이탈리아 등 지중해 인근 유럽 국가에서 발전해 15세기 스페인, 16세기 벨기에, 17세기 영국, 18세기 미국 등을 거치며 손해보험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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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보험은 해상보험에 이어 발전한 개념이다. 1666년 영국에서 발생한 ‘런던 대화재’ 이후 상인들을 중심으로 가옥, 상품, 화물 등에 대한 화재보험 형태가 발전했다. 1708년 설립된 영국의 선(Sun)사가 대표적이다. 이후 산업혁명을 겪으며 18세기 이후 화재보험은 독일, 프랑스를 거쳐 18세기 미국으로 건너가며 전파됐다.

우리나라 손해보험회사 이름에 ‘해상’, ‘화재’ 등이 들어가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해상보험과 화재보험이 손해보험의 시초이자 대표 형태인 만큼 이를 상호에 넣어 사용하는 것이다. 15일 현재 손해보험협회 정회원 15개사(재보험과 보증보험 제외) 중에서 사명이 ○○화재인 회사는 3곳, ○○해상은 1곳, ○○손해보험은 9곳이었다.

다만 사명에 ‘화재’, ‘해상’이 들어가는 경우 풀네임으로 풀면 해상과 화재가 둘 다 들어가는 곳이 많았다. 메리츠화재해상보험, 흥국화재해상보험, 삼성화재해상보험, 현대해상화재보험 등 해상과 화재가 모두 적혀있었다.

‘화재∙해상∙손보’…보험사 간판의 비밀은?

그렇다면 보험사 이름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걸까. 보험업법 제8조 1항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그 상호 또는 명칭 중에 주로 영위하는 보험업의 종류를 표시하여야 한다'고 나와있다. 즉 보험사 이름에 드러나는 분야가 해당 보험사의 주된 사업분야가 되는 셈이다.

 

국내 보험사 중 사명을 가장 많이 바꾼 KB손해보험을 사례로 조금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KB손해보험의 모태는 1959년 설립된 범한해상화재보험이다. 당시 선박보험과 화재보험을 중심으로 손해보험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70년 럭키금성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1988년 사명을 럭키화재해상보험으로 바꿨다. 화재보험영역에 주력하게되면서 사명의 순서도 ‘해상화재’에서 ‘화재해상’으로 바뀌었다. 1995년 LG화재해상보험으로 이름을 다시 바꾼 뒤 2006년 LIG그룹에 편입되면서 사명은 LIG손해보험으로 바뀌게 된다.

2006년 당시 금융위원회는 LIG손해보험에 권고를 내렸다. 화재, 해상 등 특정 보험업 보다는 전체 보험업종을 아우를 수 있는 이름을 사용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LIG화재’나 ‘LIG해상’이 아닌 LIG손해보험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하게 됐고 이후 사명을 바꾸는 회사들도 화재나 해상 보다는 손해보험이라는 포괄적인 사명을 갖게 된 것이다. 2014년 LIG손해보험이 KB금융그룹에 편입되고 2015년 KB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할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됐다.

지난 11월 동부화재에서 사명을 바꾼 DB손해보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DB손보의 모태인 한국자동차보험공영사는 1962년 자동차보험을 전업으로 하는 보험사로 출발했다. 이후 1983년 동부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하고 자동차보험 뿐만 아니라 화재보험 등 손해보험 영역을 취급하면서 1985년 사명을 동부화재로 바꿨다. 지난 11월 ‘동부’의 상표권이 실효되면서 DB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바꿀 때는 이전보다 더 포괄적인 보험업종을 반영하고자 했다고 DB손보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범준 금융감독원 손해보험국 팀장은 “과거엔 화재∙해상보험이 손해보험의 주된 업무였다”면서 “예전에 만들어진 회사의 경우 화재나 해상 등의 이름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생기거나 보험사 이름이 바뀌면서는 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