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사용장애(알코올중독) 치료제 디설피람(disulfiram)이 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세계 과학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디설피람은 알코올 중독 치료에 쓰이는 약물이다. 알코올의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의 산화를 억제한다. 술을 소량만 마셔도 두통·메스꺼움·호흡곤란 등이 생기기 때문에 금주를 유도한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디설피람은 시중에 나온 지 60년 가까이 되는 약물이다. 디설피람의 항암효과에 대해서는 1970년대부터 연구가 진행돼 왔다. 1970년대 과학자들은 동물실험을 통해 ‘디설피람이 암세포를 처치하고, 종양의 증식을 지연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1993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병원 연구팀이 종양을 제거한 유방암 환자 64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도 디설피람의 항암효과가 입증됐다.

체코 팔라키대, 덴마크 국립암연구센터,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스위스 성갈렌병원 공동연구진은 더  명백한 근거를 도출하기 위해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암 진단을 받은 환자 24만여명을 추려내 디설피람의 효능을 분석해 그 결과를 이달 초 네이처지에 게재개했다.

연구 결과 과 디설피람을 복용한 환자 3000명 중 약물을 꾸준히 복용한 1177명에서 암 사망률이 약 34% 감소했다. 디설피람과 구리 보충제(copper supplement)를 병용했을 때 항암 효과는 더욱 극대화됐다.

연구팀은 또 실험용 쥐에게 디설피람과 구리보충제를 병용한 결과 유방암 세포 증식을 지연시키는 등 효과가 상승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디설피람이 암세포가 새로운 혈관을 만들고 자신의 세포를 주변으로 확장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암 증식을 억제시킨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에 참여한 연구에 참여한 지리 바르텍(Jiri Bartek) 덴마크 국립암연구소 박사는 “디설피람의 항암효과가 입증돼도 제약사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디설피람 특허권이 만료됐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향후 추가 연구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디설피람을 저렴한 가격으로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휴면기 접어든 HIV 바이러스 활성화 시켜

디설피람이 에이즈 치료제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호주 멜버른 대학 연구팀이 2015년 ‘란셋 HIV’ 저널에 밝힌 연구에 따르면, 디설피람이 체내에 숨어있는 HIV 바이러스를 깨워 사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미 항레트로 바이러스 치료제를 복용한 HIV 양성 환자 30명에게 디설피람을 투여한 결과, 최고 용량(2000mg)의 약물을 투여한 환자에서 휴면기 HIV가 다시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를 깨우는 것이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말했다. 항레트로 바이러스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HIV가 휴면기에 들어가면 바이러스의 치료에 큰 장애로 작용한다.

연구를 주도한 쉐론 르윈(Sharon Lewin) 교수는 “휴면기 HIV를 깨우는 약물은 독성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큰 문제였다. 디설피람은 독성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HIV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