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사물인터뷰 - 그 물건과 은밀한 대화. 샌디스크 아이익스팬드 베이스 편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사무실에 출몰한 이 물건 정체를 알 길이 없다. 용도가 짐작이 가긴 한다. 생김새로만 보면 외장하드나 무선 충전기 같다. 부드러운 고무 재질 표면을 더듬다가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샌디스크(SanDisk)라 적혀 있더라. ‘저장 장치이겠구나.’ 대충 파악이 끝났으니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PLAY G – 샌디스크? SD카드 회사 맞지?

아이익스팬드 – 안녕. 다들 그러더라. 내 이름은 아이익스팬드 베이스(SanDisk iXpand Base). 샌디스크 출신이지.

PLAY G – 외장하드 맞지?

아이익스팬드 – 아니. 아이폰 전용 백업 디바이스야. 나를 이용해 아이폰을 충전하면 내 몸에 자동으로 사진, 동영상, 연락처 등이 저장되지.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데이터 도둑이구나.

아이익스팬드 – 세상 삐딱하게 보는구나. 데이터 백업이라니까. 요즘 사람들은 폰 저장 장치에 중요한 디지털 데이터를 잔뜩 보관하잖아? 혹시 저장된 데이터 날린 경험 없어?

PLAY G – 있지. 폰이 고장 나거나 잃어버려서.

아이익스팬드 – 흔한 일이야. 찍어둔 사진이나 영상을 몽땅 날린다고 생각해봐. 추억을 잃어버리는 아찔한 경험이지. 1000개 넘는 연락처를 날린다면? 머릿속이 하얘지겠지?

PLAY G – 불길한 소리!

아이익스팬드 – 난 이런 일을 사전에 막아주는 역할이지. 데이터를 잃어버려도 내 몸에 백업해둔 걸 다시 불러내면 그만이야. 데이터 보험을 들어놓는 느낌이랄까. 충전하면서 자동으로 백업이 이뤄지니 쉽게 사용할 수 있고!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혹시 무선 충전·백업이 가능해? 생긴 게 딱 무선충전 패드인데.

아이익스팬드 – 애석하게도 그렇진 않아.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지. 네 아이폰에 꽂기만 하면 충전과 백업이 동시에 이뤄진다고. 충전은 거의 매일 하지? 나랑 함께면 백업도 매일 할 수 있지.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 따로 있어 데이터를 쉽게 백업하고 복원 가능해.

PLAY G – 애석한데, 나 아이폰이 아니라 화웨이야.

아이익스팬드 – 앗, 실례. 이만 물러가야겠구나.

PLAY G – 괜찮아. 이야기 들어보고 아이폰으로 바꿀 수도 있으니. 그런데 아이클라우드 사용하면 자동 백업이 되지 않아?

아이익스팬드 – 맞지. 날카로운 질문이네. 다만 아이클라우드는 단점이 있어. 무료 제공 기본 용량이 5GB에 불과하거든. 터무니없지? 용량을 늘리려면 매달 돈을 내야 해. 예컨대 200GB 저장 공간을 활용하려면 매월 2.99달러를 결제해야 하지. 나? 월 사용료 따위 받지 않아.

PLAY G –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도 있잖아? 컴퓨터에 데이터를 백업해도 되고.

아이익스팬드 – 물론 가능한 이야기야.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도 한계가 명확해. 용량이 적거나, 비용이 발생하거나, 번거롭거나. 컴퓨터에 백업을 한다? 처음엔 매일 하다가도 귀찮아서 일주일에 한번, 나중엔 한달에 한번, 그러다가 아예 안 하게 될걸? 꼭 백업을 멈추면 폰이 탈이 나더라고.

PLAY G – 백업 안 하고 나중에 데이터 복구하면 되지 않아?

아이익스팬드 – 맹공을 펼치는구나. 데이터 복구는 돈이 많이 드는 일이지. 복구에 성공할지도 불확실하고. 최후 수단일 뿐이야.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백업이 오래 걸리진 않아?

아이익스팬드 – 초기엔 모든 데이터를 옮겨야 하니 제법 시간이 걸리지. 이후엔 추가 데이터만 옮기면 되니까 금방이야. 그냥 충전하다보면 백업이 끝나 있지.

PLAY G – 백업 도중에 케이블을 빼면 데이터 다 날아간다든가 하진 않고?

아이익스팬드 – 괜찮아. 다시 연결하면 작업을 멈춘 지점부터 이어서 시작하지.

PLAY G – 다른 장점은 없니?

아이익스팬드 – 표면이 패턴 있는 고무 재질이잖아? 여기 아이폰을 올려두면 미끄러지지 않아 안전하지. 또 케이블이 길면 지저분하잖아? 내 몸 아래에 케이블을 정리해서 감아놓을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놨어.

PLAY G – 가격은? 이제 제일 중요하지.

아이익스팬드 – 용량에 따라 달라. 32·64·128·256GB 총 4가지 버전이 있지. 가격은 6만원대부터 20만원대까지. 아이폰5 이상이면 호환 가능해. 아이패드는 모든 모델과 함께 사용할 수 있고.

▲ 사진=노연주 기자

#POINT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거나 고장이 나면 대개 치명타를 입는다. 그간 쌓아둔 데이터를 날리는 경험은 생각하기도 싫다. 백업 습관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샌디스크 아이익스팬드 베이스가 있다면 굳이 습관 들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겠다. ‘충전’이라는 습관화된 행위만 하면 자동으로 백업을 해주는 물건이니까. 백업이 비로소 일상이 된다. 전에 아이폰 유저였다. 아이익스팬드 베이스 때문에 다시 아이폰을 탐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있다. 아이폰X가 얼마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