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데스매치 - 리뷰 vs 리뷰. 전자레인지 겸용 컵라면 편

#농심 신라면 블랙사발 “라면은 뭐다? 논쟁은 시간 낭비” - 박정훈

우리나라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라면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장담컨대, 2위가 무엇이든 1위는 그와 압도적 차이를 보일 것이며 응답은 ‘농심’ 아니면 ‘신라면’일 것이다. 다른 소비재는 몰라도 라면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농심과 신라면의 인지도를 따라올 수 있는 제품은 없다. 농심이 마케팅만 앞세우는 회사라면 30년 이상 국내 라면업계 1위의 자리를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바로 ‘맛’이었다. 자, 이것이 이번 데스매치의 대(大)전제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전자레인지 겸용 신라면 블랙사발(이하 신라면)과 진라면 골드에디션컵(이하 진라면)의 데스매치. 결론부터 말해 농심이건 오뚜기건 브랜드 네임 떼고 오직 제품의 맛으로만 비교해도 신라면의 ‘압승’이다. 맛 비교를 위해 두 제품을 한 번은 끓는 불을 부어서 또 한 번은 전자레인지로 조리해 먹어봤다. 

진라면은 끓는 물을 부어 라면을 조리했을 때와 맛의 차이가 없었다. 전자레인지 조리 겸용 제품이라는 특별함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컵 뚜껑에 '조리시 전자레인지를 활용하시면 훨씬 맛이 좋습니다'라고 씌어 있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반면 신라면은 ‘아, 이 제품을 왜 전자레인지에 조리해 먹는 것이 더 좋은지’를 확실하게 보여줄 만큼 끓는 물을 이용해 조리한 제품과 현격한 맛의 차이를 보여줬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면 진짜로 더 맛있다.

▲ 사진=노연주 기자

신라면 전자레인지 용기에는 농심의 라면 연구개발 팀이 지난 30년 이상을 쌓아온 제조 노하우가 담겨있다. 일반 용기와 달리 뜨거운 온도에서 형태가 변하거나 녹지 않는 안전한 재질로 제작된 특수 재질이다. 식약처의 엄격한 검사도 통과해 전자레인지 조리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해결했다. 아울러 신라면의 면발은 두 가지 조리 방법을 사용했을 때의 맛을 고려해 별도로 개발된 제품이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면 더 맛있는 제품을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이상의 차이들을 한 마디로 정리해 오뚜기 진라면을 좋게 평가한다면 ‘나쁘지 않다’, 그러나 농심 신라면은 ‘이전도 좋았는데 더 좋아졌다’로 평가하겠다. 

이번 데스매치 매치업은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이건 뭐 '드래곤볼' 손오공과 천진반의 대결도 아니고.  

 

#오뚜기 진라면 골드에디션컵 “농심은 지는 해, ‘갓뚜기’가 괜히 나온 말 같나” - 견다희  

‘끓여먹는 컵라면 시대를 열겠다’며 당찬 포부로 농심은 ‘신라면 블랙’으로 전자레인지 용기면을 출시했다. 어허, 이런 전자레인지로 끓여먹는 컵라면은 지난 2009년 오뚜기가 ‘오동통면’ 전자레인지 용기면으로 출시한 것을 모르고 있었나? 이후 ‘한 번도 안 돌려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돌려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대중화 됐는데 대체 또 무슨 문을 여신다는 건지.

일단 라면을 먹기 전에 용기를 살펴봤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라면 서포터 마크가 눈에 들어왔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후원하면서 ‘진라면 골드에디션’을 출시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금메달을 기원하면서 금색으로 디자인도 바꿨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건 ‘스마트그린컵’이다.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인체에 무해하고 환경에도 좋다니 역시 ‘착한 기업’이다.

▲ 사진=노연주 기자

아무리 그래도 라면은 맛이 있어야 한다. 용기 뚜껑을 연 후 분말 스프를 넣고 표시선까지 뜨거운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2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1분이 지난 후부터 맛있는 라면 냄새에 입에 침이 고였다. 조리가 끝났다는 전자레인지의 알림 소리가 들리자마자 서둘러 꺼내 맛을 보았다. 

100℃ 전후의 온도에서 2분간 조리하니 면이 더욱 찰지고, 국물 맛도 깊어졌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니 면이 중간 심지까지 익어 투명해졌고 국물 간도 면에 배 더 맛있었다. 가장 라면다운 맛이라는 평가를 받는 진라면. 그 맛이 제대로 살아났다. 끓는 물에 불린 라면과는 확실히 맛이 달랐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 하지 않나. 한동안 프리미엄 라면의 인기가 뜨거웠지만 소비자들의 입맛은 다시 익숙했던 그 맛을 찾고 있다. 한결같이 가장 라면다운 맛을 지키고 있는 오뚜기다.

다음으로 농심의 신라면 블랙 사발을 먹어봤다. 일단 용기를 여니 두 개의 분말스프가 있었다. 분말스프를 넣고 끓는 물을 넣은 뒤 전자레인지에 2분을 돌렸다. 기다리다 우연히 분말스프 봉지에 ‘후첨분말(조리 후 넣어야함)’이라는 걸 발견했다. 이미 두 개 다 넣었는데. 조리방법을 잘 보이는 곳에 써 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다행히 전자레인지 순서를 기다리던 지인은 후첨분말을 조리방법에 맞게 넣어 맛을 보니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왜 번거롭게 두 번에 나누 넣으라고 했을까. 2분간의 조리가 끝난 뒤 맛을 봤다. 역시 전자레인지로 조리를 하니 면도 국물도 더 맛있었다. 그러나 그냥 신라면 블랙이다. 

오뚜기는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진라면 제품을 전자레인지 용기면으로 내놓았다. 농심은 왜 당찬 포부와는 어울리지 않게 흥행에서 쓰디쓴 고배를 마신 신라면 블랙으로 전자레인지 용기면을 출시했는지 의문이다. 과연 다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전자레인지 용기면 시장에 후발주자로 나선 농심은 가격도 착하지 않다. 101g에 1600원이라니. 라면 하나 가격이 1500원을 넘어간다. 비슷한 용량의 110g짜리 진라면 골드에디션이 950원인 것을 보면 역시 ‘갓뚜기’다.

오뚜기의 면발이 다른 제품들보다 품질이 유난히 뛰어났던 시기가 있었다. 솔직히 그 시기에 면발이 엉망이었던 신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면발의 기준은 오뚜기가 됐고 다른 제품들의 품질도 개선됐다. 

농심이 새로운 맛과 프리미엄 라면을 내놓자 라면 시장을 이끄는 선도 기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라면 면발의 품질을 한 단계 올리고, 전자레인지 용기면이라는 새로운 조리 방법을 만들어낸 오뚜기가 진정 라면 시장의 선도 기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