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 변호사’로 유명한 공승배(46·사법연수원 28기) 트러스트 대표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공 대표는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은 중개업을 할 수 없다는 것 등을 규정한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이유로 유죄를 받았지만 변호사업계는 소비자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공 대표는 대법원 상고의사를 밝혀 이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13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 대표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공 대표는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아파트를 중개하면서 매도인과 매수인으로부터 수수료 99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회사 홈페이지와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 ‘트러스트 부동산’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혐의도 있다.

배심원 7명 중 무죄 4명, 유죄 3명 의견이 반영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공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이같이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1심과 달리 ‘공 대표가 무등록 중개업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 대표가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매매 임대차 거래 대상 부동산 정보가 올라와 거래가 진행된 점, 거래 당사자 간 접촉하지 않고 트러스트법률사무소 변호사를 통해 의사를 조율한 다음 계약서를 작성할 때 대면하는 점 등을 보면 중개행위를 함으로써 무등록 중개업을 영위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은 중개업을 할 수 없고, ‘공인중개사무소’, ‘부동산중개’ 등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공 대표는 그동안 트러스트가 중개 수수료는 무료로 받아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자문료 명목으로 받은 수수료가 사실상 중개 대가라는 게 재판부 결론이다.

재판부는 “소속 변호사가 순수하게 자문만 한 것은 아니고 거래 당사자를 직접 접촉해 중개업무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면서 “보수 전액이 자문대가라고 보기 어렵고 중개 대가로 보는게 합리적”이라고 판결했다.

 법률전문가인 공 대표가 중개의뢰인들에게 별다른 손해를 끼치지 않았고, 오히려 저렴한 수수료로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공 대표는 선고 직후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혔다. 공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부동산은 거의 전재산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번 판결은 부동산 서비스를 혁신하고 국민 선택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염원을 저버린 판결”이라고 말했다.

 공 대표를 강하게 비판해온 한국공인중개사협회(KAR)의 한  관계자는 “항소심 재판을 통해 전문자격사제도의 근간을 뒤흔들고 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트러스트 공변호사에 대해 사법부의 유죄판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모두 3차례 제출하는 등 강력히 대응했다”면서 “법률자문이라는 꼼수로 변호사가 공인중개사 자격증 없이 업권을 침해하는 것은 불법중개행위로 처벌받게 됐다”고 말했다.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업을 누가 해야 하는지에 대해  변호사 업계에서는 입장이 많이 갈리고 있으며 벌금형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현행법상 애매한 부분이 많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공승배 변호사의 취지는 ‘국민의 선택권을 늘려 더 싼 값에 더 고품질의 중개를 하겠다’는 것이었다”면서 “중개업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뚜렷한 기준이 없는 데다가 공 변호사의 취지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아쉽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상윤 한국조정중재원 변호사는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행위는 임대차계약 분쟁, 전세금반환청구 및 명도, 재건축과 재개발 분쟁 등 다양한 민형사 분쟁의 시발점이 되는 중요한 법률행위”라면서 “이 같은 중요한 법률행위가 지금까지 비전문가에게 맡겨져서 소비자들은 거래대상물건의 최대 0.9%에 상당하는 고액의 수수료를 부담함에도 그동안 그에 상응하는 법률서비스(예 분쟁예방 사전 자문)를 받지 못 해왔다”고 비판했다.

서 변호사는 “이에 소비자들에게 공인중개사와 변호사 중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공인중개사들보다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중개뿐만 아니라 계약서 작성, 사전 법률 검토 등 관련 제반 법률 서비스까지 종합으로 받을 수 있는 소비자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