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의 글로벌 경영 혁명> 황상석 지음, 푸른지식 펴냄

조선업,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 분야에서 불황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 1200년 전 통일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는 당시 글로벌 경영을 실현하며 오늘날에도 영감을 주는 인물이다. 이 책은 그의 세계화 정신과 성공 비결을 분석한다.

교통과 통신 기술이 오늘날에 비해 매우 뒤쳐진 그 시기에 장보고는 어떻게 ‘세계인으로 사는 삶’을 살았을까? 당시는 절대 왕조 체제가 확고했고, 당나라를 중심으로 한 책봉·조공 체제가 구축돼 있었다. 이 때문에 이 책은 당시 동북아 국제 정세에 대해 자세히 살피며 시대 상황을 이해한다.

장보고의 소년 시절 신라의 상황은 절망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신분 제도인 골품제는 섬사람인 장보고를 평민보다 미천하게 취급했으며, 가뭄과 기근·흉년 등 잦은 자연재해로 국가 경제가 파탄에 이르렀다. 혼란한 시기를 틈타 사리사욕을 챙기는 귀족들이 나타나면서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장보고는 828년 신라 흥덕왕에게 서남해안의 해적을 소탕하기 위한 목적으로 청해진 설치를 제안했다. 흥덕왕은 이를 받아들였고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기존의 관영무역 경로가 한·중·일 해상무역 경로로 교체됐으며 신라는 서남해안을 비롯 한·중·일의 제해권을 확보하면서 해상무역까지 주도했다. 

장보고가 한·중·일 3국 해상무역은 물론 동서 교역에서도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관세음보살 신앙’이다. 육로를 이용하는 수송에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지 않지만, 바다를 이용한 수송은 그렇지 않았다. 바다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감과 불안감을 해소해야 했기 때문이다. 장보고는 단순히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관음의 소의경전(所依經典, 근본 경전)인 <법화경>을 염불하고 기도하면서 안전 항해를 구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장보고의 글로벌 경영은  지구를 하나의 지역으로 보고 경영하는 것으로, 여러 나라를 소비지로 삼고 시장을 개척하는 국제 경영보다 한 차원 높은 개념이다. 글로벌 경영이 원활하게 하려면 우수한 인재를 모으고 원자재를 싸게 조달하며, 원가를 절감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물류 체계를 개선해 수송 일정을 단축함과 동시에, 다국적 생산품을 글로벌 마케팅으로 판매해야 한다.

장보고가 글로벌 경영을 위해 구사한 전략으로 다섯 가지가 꼽힌다.  첫째, 소통과 협력으로 인적 관계망을 구축했다. 둘째, 국제 교역의 경험이 있는 재당 신라인 무역상과 유대를 강화했으며, 셋째 신라계 무역상의 도움으로 당나라·일본과 통상 교섭을 벌였다. 넷째, 재당 신라인 무역상이 구축한 해양 교역망을 활용해 한·중·일 해상무역을 주도했고 다섯째, 제나라의 상권을 장악한 고구려 유민을 흡수해 신라인 경제 공동체를 복원하도록 했고 고구려 유민을 규합했다.

장보고는 고대 동아시아 무역의 패러다임을 기존의 공정무역·관영무역에서 삼국무역·중개무역(仲介貿易)으로 전환하는 성과도 거뒀다. 당시 시대 흐름을 간파하고 한·중·일 3국의 무역보다는 중국의 물건을 일본에, 일본의 물건을 다른 나라에 판매하는 무역을 주도했다.

저자는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국경을 초월하여 세계인 또는 초국적인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서 초국적인의 삶을 살았던 장보고의 경험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장보고의 정신을 벤치마킹하기를 권한다. 부제는 ‘천년 전 바다를 지배한 전략을 배우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