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취임후 첫 대기업 방문지로 LG그룹을 찾아 “협력 업체 상생에서 모범이 되는 대기업”이라면서  “상생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기대하겠다”고 덕담을 건냈다. 이에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면서  “내년 19조원 투자하고 1만명 고용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부총리의 LG그룹 방문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모두발언만 공개됐고 나머지 간담회 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정부의 중요한 경제정책은 혁신성장이며, 대기업도 마찬가지”라며 “정부도 할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공고 출신이고 LG 협력업체인 박용해 동양산업대표가 상고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제가 상고를 나왔는데 특성화 고등학교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개인적으로 반갑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와 LG그룹의 만남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정부와 대기업의 소통이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대기업과 지나치게 거리를 두고 있다는 지적에 휘말린 바 있다. 비선실세 논란과 촛불집회 등을 거치며 조기대선을 통해 탄생한 정부인만큼 미르재단과 K 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제공한 대기업과 껄끄러웠다는 말이 많았다.

 대기업의 ‘입’ 역할을 한 국경제인연합회는 위상과 권위가 크게 실추됐으며 한국경제인총연합회도 비슷한 처지로 전락했다. 그나마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경련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국까지 신설했다.

그 연장선에서 김 부총리가 지난 8일 대한상의와 만난 후 일정을 조율해 LG그룹을 방문한 것은 “대기업도 한국 경제의 핵심”이라는 당연한 전제를 바탕으로 나름의 소통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부총리의 대기업 첫 방문장소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삼성이 아닌, 또 최태원 회장이 불기소 처분을 받기는 했으나 비선실세 논란에 일부 휘말린 SK가 아닌 LG를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은 2003년 재계에서는 처음으로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배구조와 관련된 잡음이 없다”면서  “비선실세 논란의 무풍지대인 LG그룹이 김 부총리의 첫 대기업 방문장소로는 제격이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기업의 혁신만큼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 가치’도 이번 김 부총리의 행보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다.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1959년 라디오를 시작으로 백색가전의 왕자로 군림했으며 한국 전자산업의 역사로 평가된다. 그 연장선에서 창업주의 경영철학인 ‘인화’를 내세워 사회적 기업 가치를 조직문화로 삼고 있다.

특히 내년 19조원 투자, 1만명 고용 약속에 시선이 집중된다. 12일 열린 간담회에서 LG그룹은 협력사로의 상생협력 확산노력이 2차, 3차 협력사에 대한 부당한 경영간섭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정부가 가이드 라인을 주어야 한다고 건의했고 , 정부는 긍정적인 검토를 약속했다. 나아가 LG그룹은 내년 19조원을 투자해 경영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1만명의 직원을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LG그룹과 같은 대기업이 ‘좋은 뜻’으로 2차, 3차 협력사와 협력하는 것을 정부가 확실하게 인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1만명 고용 창출은 모두 사회적 기업의 가치를 내세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재경영을 바탕으로 사업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고용창출을 원하는 정부와의 교감이라는 이중포석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다만 LG그룹은 이번 김 부총리의 방문과 그 배경을 두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LG그룹은 “김 부총리의 대기업 첫 방문지로 LG그룹이 낙점된 것은 지난 8일 대한상의에서 일정이 잡히던 중 ‘합’이 맞아 성사된 것으로 안다”면서  “LG그룹이 할 수 있는 일을 차분하게 생각하고 실천에 옮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은  “일각에서 인화의 경영 등을 이유로 LG그룹과 김 부총리의 만남을 해석하고 있다”면서  “고마운 해석이지만 현 상황으로는 ‘LG그룹이 더 잘해야 한다’는 의미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