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얼마 전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두 가지 기업이 있다면서요, 하나는 들킨 기업이고 다른 하나는 들킬 기업이라고 하더라고요. 최근 여러 이슈들을 보면 일부 공감도 됩니다. 왜 기업들이 문제를 이리도 개선하지 못하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미국에는 원래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기업이 존재한다. 위기를 경험한 기업과 위기를 경험할 기업이다.” 이 말은 ‘위기는 피할 수 없으니 기업은 철저히 준비해서 사전과 사후에 위기를 잘 관리하라’는 가르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나 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질문에서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의 의미는 한국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부정 이슈를 잘 살펴보면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굳이 최근 이슈로만 한정하지 않아도 상당히 많은 이슈들은 해당 기업이 이미 ‘인지하고 있던 이슈’인 경우들입니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요? ‘모르고 있던 이슈’와는 또 어떻게 다를까요?

쉽게 풀어 사람으로 기업을 비유해보죠. 어떤 사람이 어느 날 스스로 ‘질환 증상’을 인지하게 됩니다. 왼쪽 가슴 쪽이 심상치 않은 거죠. 예전에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적도 있어서 ‘아, 내가 다시 심장에 이상이 오고 있구나’ 인지하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그런 이상 증상이 인지되면 그 사람은 바로 병원으로 가 더욱 구체적인 진단을 받고, 수술이나 치료를 받을 것입니다. 이는 건강하게 잘 살아야겠다는 자신의 ‘의지’가 전제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반대로 그런 이상 증상을 인지했음에도, 병원에 가지 않고 별 일 아니라는 듯 심장에 무리가 가는 활동을 지속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음속에서는 찜찜하지만, ‘큰 문제까지는 생기지 않을 것 같아’라는 기대만으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심장마비가 옵니다. 다행히 병원에 실려와 조치를 받아 살아나긴 했습니다. 이 사람은 왜 알고 있던 병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요? 이는 건강하게 잘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약하거나, 없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위기를 반복하고 외부로부터의 반면교사가 없는 기업들도 이와 비슷합니다. 이 글을 쓰고 읽는 현재 이 시간에도 비서를 성추행하는 기업 오너들이 어디엔가 있을 것입니다. 운전사를 폭행하고 심한 욕설을 하는 기업 오너나 임원들도 있을 것입니다. 노예계약이나 황당한 근무 규칙을 공공연히 교육하는 기업도 있을 것입니다. 하루 업무 내내 밀어내기에 열중인 사원들도 있을 것입니다. 오염된 원재료를 재활용하고 있는 생산직원들도 아직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도 많은 전례가 있었고, 실패사례가 있었음에도 개선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아까도 말했듯 이들은 대부분 ‘지금 내가(우리가) 하고 있는 이 행위가 언젠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은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인식이 적절한 개선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의지로까지 연결되지 않는 것뿐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강력한 의지’는 누구의 몫일까요?

당연히 위기관리 의지는 최고의사결정권자로부터 나옵니다. 그에게 위기관리 의지가 없다면 위기관리는 처음부터 성공할 수 없는 행위가 돼 버립니다. 더욱 심하게 표현해 그에게 ‘위기관리 의지’보다 ‘위기유발 의지’가 더 강하다면. 예를 들어 ‘누가 뭐라 해도 우리는 거래처를 쪼아서 매출 타깃을 맞춰야겠어’ ‘나중에 공정위나 검찰에 고발되더라도 일단 이 문제는 우리 방식대로 처리하자. 나중에 예상되는 문제는 그때 가서 보고…” 이런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지가 존재한다면 더더욱 진정한 의미로서의 위기관리는 ‘쓸 데 없는 짓’이 되고 맙니다.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을 넘어 최근에는 더욱 더 심각한 기업이 나타나고 있기도 합니다. 그 유형은 ‘다시 들킨 기업’입니다. 언론과 정부기관, 사회단체들부터 소비자들까지 아무리 크게 비판하고, 처벌을 추진하고, 문제 개선을 직접 요구해도 이런 문제 기업은 별반 달라질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물론 모든 기업이 다 그렇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보다 많은 기업들이 ‘의지’를 가지고 보이지 않는 개선을 통해 문제의 뿌리를 없애는 위기관리를 성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계속 더 나은 방향으로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탈을 반복하는 의지박약 기업들이 도리어 더 비판받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