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는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시간적으로 발전하고 공간적으로 확대되는 심적 상태의 기록이다. 세계사란 세계의 민족이, 조선사란 조선민족이 그렇게 되어온 상태의 기록이다’라고 <조선상고사> 총론에 기록함으로써 역사라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직전까지 일어난 인류의 모든 생활과 사상이 축적된 것으로 보았다.

선생께서는 아와 비아를 ‘주관적 위치에 서 있는 자를 아라 하고, 그 밖의 것은 비아’라고 정의했다. ‘그것은 국적, 계급, 학문 등 모든 것에 존재하는 것으로, 반드시 본위(本位)인 아가 있으면 비아 가운데에도 아와 비아가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아에 대한 비아의 접촉이 잦을수록 분투가 더욱 맹렬하여 인류 사회의 활동이 쉴 사이가 없으며, 역사의 전도가 완결될 날이 없다. 그러므로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의 기록인 것이다’라고 정의한 것이다. 그러나 아와 비아의 투쟁이 역사가 되려면 반드시 상속성과 보편성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즉,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어야 하고 일시적인 지역에 어쩌다 생긴 사건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는 동물과 다르기 때문에 일정한 지역에 고유하게 분포한 무리끼리 자신들만의 사상과 생활방식을 축적하게 되고, 그것이 지금 이 순간에 일정한 지역에서 공간적으로 누리는 문화라고 한다면 그 문화가 시간이 흘러가면서 축적되는 것이 바로 역사라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관을 바탕으로 선생께서는 고조선의 영역과 단군의 존재를 명확히 하고 고구려, 발해의 역사를 체계화 시켰을 뿐만 아니라 한사군이 반도 안에 있었다는 것이 허구임을 밝혔다. 즉 조선의 역사는 만주의 역사를 포함하며, 조선의 영토는 만주를 포함하는 것임을 밝히신 것이다. 그리고 이 연구는 1910년 일제가 조선을 병탄하자 중국에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하는 것은 물론 만주에서 고구려와 발해의 유적을 돌아보면서 스스로 증명해 내신 살아있는 역사인 것이다. 이미 언론인으로서 애국계몽운동과 국권운동을 펴던 선생께서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무엇보다 민족의 혼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혼을 살리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우리 자신의 역사와 영토를 올바르게 알게 함으로써 광활한 영토와 유구한 역사를 지녔던 민족 자부심을 일깨워 나라가 독립하는데 일조를 가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고 선생께서 우리 역사를 과장하거나 부풀린 것이 아니다. 선생께서는 ‘역사는 역사를 위하여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지, 역사 이외에 다른 목적을 위하여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사회의 유동상태와 발생한 사실을 그대로 적는 것이 역사로 저작자의 목적에 따라 사실을 덧붙이고 고쳐서는 안 된다.’고 <조선상고사> 총론에서 스스로 밝히고 계신다. 이것은 당시 일제가 조선의 역사를 왜곡하여 시간을 축소하고 공간을 좁히려는 것을 알고 계신 선생께서 조선 역사를 바르게 전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셨던 것이다.

자랑스러운 역사는 물론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다. 과거에 있었던 사실 그대로를 기술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참된 역사인 것이다. 비록 당시의 조선이 일제에 의해 병탄당하고 있던 때라고 하더라도 조선의 역사는 조선의 역사답게 기록되어야 한다는 것이 선생의 뜻이었고 선생께서는 그 꿈을 이루시기 위해서 고군분투하셔서 결국 <조선상고사>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김으로써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이 역사를 연구할 수 있는 지표를 남겨주신 것이다.

선생께서 남기신 업적 중에서 가장 커다란 것은 찬란한 대한민국 역사의 길잡이가 되신 것이지만, 그분께서 단지 조선의 역사 연구만을 하신 것이 아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이 가장 큰 독립운동이라는 것을 아셨지만 역사를 연구하는 한 편 실제 몸으로 독립을 위해 투신하신 분이다. 한일 병탄 이전부터 만민공동회에 참여하시고 중국에 망명한 이후에는 1919년 3․1 독립운동이 있기 직전인 2월에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동지들과 <대한독립선언서>를 선포하는 등 실제 몸으로는 독립운동을 하면서 백성들을 계몽하기 위해서 역사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이다. 1936년 일제에 의해 수감되어있던 여순감옥의 독방에서 순국하시기 전까지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의 정신과 영토를 우리들에게 전수해 주신 분이다.

일제에 의해서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조국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하신 선생께서 아직도 일제의 식민사관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하면서도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한 이들과, 서로 자신들의 정권에 맞는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 근대사를 쑤셔대는 이들을 만난다면 무어라고 하실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아마도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이며, 인류의 행복한 내일을 설계하기 위한 도구이니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