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파생상품 시장의 거인인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가 지난 10일 오후 5시(현지시각)부터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나카모토 사토시가 만든 암호화폐가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에 대한 우려는 여전합니다. 윙클보스 형제는 비트코인으로 10억달러를 벌었다지만 화폐가 가져야 할 강제성도 없고 변동성도 심한 암호화폐는 여전히 미지의 공포입니다.

 

국내에서는 규제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대체 왜 오르는지 모르는' 비트코인을 두고 많은 이들이 자신을 불나방처럼 태우고 있다는 우려일까요.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은 최근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두고 "화폐 역할 수행이 어렵다"며 "상식을 뛰어넘었다"고 단언했습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1일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비트코인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예의주시한다는 것은 '규제의 타이밍을 재고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업계에서는 갑론을박입니다. 암호화폐 파도에 힘입어 대한민국이 디지털 경제 패러다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일본이 이미 비트코인 거래 국가별 화폐 57.95%를 확보한 지금 '우리에게 찾아온 유일한 기회를 살릴 시간이 부족하다'는 논리입니다. 다만 '규제를 통한 시장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들은 비트코인 버블을 우려하며 '모두가 파국으로 달리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결론이 어떻게 될까요? 아무도 모르지만 버블의 측면에서 우리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는 여지는 있습니다.

▲ 출처=픽사베이

일반적으로 비트코인, 암호화폐 버블을 말하는 이들은 세 가지 역사의 사실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바로 튤립버블과 미시시피 버블, 남해버블 사건입니다.

튤립버블은 17세기 초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사건입니다. 당시 네덜란드에서는 튤립이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한 송이 가격이 3000길더까지 치솟았다고 합니다. 일반 가정의 1년 생활비가 300길더면 충분한 시기, 너도나도 튤립에 투자했습니다. 심지어 대출 권유, 사채업자들도 판쳤어요. 결론은? 파국이었습니다. 끝을 모르고 달리던 튤립 가격이 폭락하며 투자자들은 파산했고, 버려진 튤립은 그대로 썪어버렸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남해버블은 위대한 과학자 뉴튼도 손실을 보게 만든 유명한 버블이죠. 1720년 아프리카 일대 노예무역과 보물선 인양이 소위 '돈 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영국 정부는 아예 남해회사라는 국유회사를 세워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섭니다. 이후 금융회사로 변신한 남해회사는 주식을 국채로 교환해주며 승부수를 던졌고,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몰렸습니다. 사업이 '대박'인데다 정부가 보증한다는 믿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호시절도 한 때입니다. 남해회사의 성공을 쫒아 비슷한 사업체들이 범람하는 한편 예상보다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결국 남해회사는 파산했습니다. 당연히 남해회사의 화려함에 매료되었던 투자자들도 파산했어요.

미시시피버블은 남해버블 시기와 비슷한 때 벌어진 일입니다. 국가 재정이 어려워지자 프랑스 왕 필리프 2세는 이민자 출신 존 로의 제안을 받아들여 은행을 설립하는 한편 아메리카 식민지 루이지애나 지역의 식민지 개발권과 교육권을 독점하는 미시시피라는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미시시피의 주식을 매각해 매각대금을 프랑스 국채로 받는 절묘한 전략. 처음에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식민지 개발도 엄연히 한계가 있었고, 미시시피 회사의 주가가 오르자 프랑스 정부는 주식 발행을 남발하는 악수를 뒀습니다. 결국 미시시피는 무너졌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닷컴버블이 있습니다. 2000년대 초 세계는 물론 국내도 휩쓸었던 닷컴버블을 기억하시나요? 회사 이름에 '닷컴' 하나만 넣으면 엄청난 투자금이 몰려오던 인터넷 기업 황금기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닷컴열풍은 완전한 버블로 붕괴해 버렸습니다.

네, 앞의 버블논란을 비트코인과 대입하면 어렴풋이 뭔가 보입니다. 상당히 비슷합니다. 획기적인 돈벌이의 등장, 무자비한 투자 광풍, 균형감각 상실, 붕괴(버블)로 이어지는 정형화된 공식입니다. 비트코인은 이 공식을 따라가는 분위기입니다. 소름끼치게 닮았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자. '비트코인은 버블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튤립버블 등등을 보라. 비트코인은 악(惡)이다'라는 주장에 동의합니까? 동의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전제가 하나 필요해요. '버블 후의 세상을 보라'

튤립버블부터 보겠습니다. 이 사건은 최악의 버블이 맞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광기에 휘말려 고통을 받았어요. 그런데 튤립버블 이후의 상황을 따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튤립의 원산지는 어디일까요? 네덜란드요? 아닙니다. 터키입니다. 튤립이라는 이름 자체가 회교도들이 머리에 두르는 터번을 뜻하는 '튤리반드'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반적으로 튤립하면 네덜란드를 말합니다. 그 기원이 바로 튤립버블에 있습니다.

당시 세계 최강국 스페인에서 막 독립한 신생국 네덜란드는 신생국 특유의 생동감으로 사상과 금융의 중심지가 되었고, 튤립버블을 통해 튤립의 나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튤립버블은 네덜란드 경제에 공포였으나, 그때까지 튤립에 익숙하지 않은 네덜란드 인들은 버블의 공포끝에서 튤립만 건져내 지금도 자국을 대표하는 꽃으로 키워냈습니다.

남해버블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영국 경제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지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공인회계제도가 바로 남해버블을 계기로 생겨났습니다.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때 제3자에 의한 회계감사를 받도록 한 제도는 남해버블의 파국에서 건져낸 유일한 소득입니다. 미시시피버블이요? 절대왕정시대 초유의 경제파동이었고, 프랑스 대혁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중론입니다. 미시시피 붕괴 후 프랑스 정부는 1803년 아메리카 식민지인 루이지애나를 미국에 팔아버립니다. 이는 미국 독립의 결정적 순간으로 지금도 회자됩니다.

닷컴버블도 비슷한 시각이 필요합니다. 생각해봅시다. 지금 우리는 많이 부족하지만, 스타트업 전성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이라는 수업료를 지불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스타트업 전성시대를 온전히 맞이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고통 후 얻는 소득'보다 '그냥 얻는 소득'이 더 좋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버블이든 공포든 우려든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면 '소동'이 벌어진다는 점 아닐까요?

광기가 아니라면 좋겠지만 광기라고 해도, 우리는 항상 버블 이후의 새로운 시대에서 길을 찾았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주인이 버블 그 자체가 될 것인가, 혹은 다른 무언가가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비트코인 버블이 끝나도 비트코인이 생명력을 얻을 수 있고, 아니면 블록체인 기술만 남을 수 있을겁니다.

핵심은 단 하나.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입니다. 의미없는 고통은 없으며, 우리는 항상 그랬듯이 차분히 길을 찾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