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사물인터뷰 - 그 물건과 은밀한 대화. 뱅앤올룹슨 베오랩 50 편

영 어색하다. 압구정에 위치한 고급스러움이 뚝뚝 떨어지는 공간에 내가 발 딛고 서있다니. 이번 사물인터뷰 주인공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사진 속 모습과 비슷한 녀석을 발견했다. "혹시." 말을 온전히 걸기도 전에 거북이처럼 목을 내밀더니 우아하게 연주를 시작한다. 뜻밖의 환대에 마음이 놓인다. 첫 마디는 강하게 질러본다.

 

PLAY G – 목이 짧구나.

베오랩 50 – 목이 아니라 어쿠스틱 렌즈야. 내 이름은 베오랩 50. 덴마크 뱅앤올룹슨 출신 하이엔드 디지털 라우드스피커야. 92년 동안 쌓아온 뱅앤올룹슨 기술력이 오롯이 담겼지. 혹시 베오랩 90에 관해서는 들어봤니?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나야 모르지.

베오랩 50 – 공부 안 하고 왔구나. 베오랩 90 형님은 뱅앤올룹슨 90주년 스페셜 에디션이야. 혁신 사운드 기술을 몽땅 섭렵한! 난 베오랩 90 이후 처음 나오는 하이엔드 디지털 라우드스피커지. 나 역시 혁신 기술을 계승하는 임무를 지니고 태어났어.

PLAY G – 어떤 기술? 스피커가 소리만 좋으면 그만 아닌가?

베오랩 50 – 시니컬하구나. 첫째는 빔 위드 컨트롤(Beam Width Control). 사운드 센서로 소리 폭을 조정하는 기능이지. 둘째는 액티브 룸 컴펜세이션(Active Room Compensation). 내가 놓인 환경을 분석해 사운드 왜곡을 줄이는 기술이야. 쿨링 그릴(Cooling Grill)도 탑재했어. 스피커 유닛 온도를 조절해 온도 변화에 따른 음질 변화를 막아주는 역할이지. 어떠한 청취 환경에서도 최상의 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기본 자세랄까.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내가 사실 '막귀'거든. 너란 녀석 목소리는 참 크구나.

베오랩 50 – 최대 출력 2100W. 어마어마하지? 집에서도 영화관 부럽지 않은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을 거야. 내 몸엔 7개의 드라이버(4분의 3인치 트위터 1개, 4인치 미드레인지 3개, 10인치 우퍼 3개)와 앰프 7개가 들어있어. 앰프는 뱅앤올룹슨이 독자 개발한 '아이스 파워(ICE Power)'.

PLAY G – 나 사실 막귀에다가 스알못(스피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야. 미안. 디자인은 참 예쁘구나. 키가 몇이야?

베오랩 50 – '뱅앤올룹슨' 하면 '디자인' 아니겠어? 독일 디자인 회사 Noto GmbH가 날 디자인했어. 알루미늄 캐비닛에 블랙 패브릭 커버와 나무 패널을 덧댄 형태지. 삼각형, 사각형, 원형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야. 날 인테리어 치트키라고 불러줘. 키는 103.6cm, 무게는 61kg.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비만이구나. 궁금한 점 또 하나. 스알못은 널 제대로 다루기 어렵지 않을까?

베오랩 50 – 조작이 어렵지 않아. 내 몸을 가볍게 터치해 조작할 수 있지. 가벼운 터치는 불쾌하지 않아! 스마트폰 앱으로도 손쉽게 조작 가능하고. 내장 앰프가 있으니 별도로 앰프를 설치할 필요도 없어 설치가 간편하지. 복잡한 오디오 케이블도 필요 없어.

PLAY G – 마지막 질문. 가격은 얼마야? 최소 몇백 할 것 같은데.

베오랩 50 – 정가 4230만원.

PLAY G – 응? 잘못 들었나?

베오랩 50 – 베오랩 90은 가격이 2배야. 난 절반 가격에 혁신 기술을 탑재했으니 합리적이지.

PLAY G – 역시 스피커는 고오오오급 취미구나.

▲ 출처=뱅앤올룹슨
▲ 출처=뱅앤올룹슨

#POINT 인터뷰 내내 시니컬한 태도로 임했지만 베오랩 50가 예사롭지 않은 스피커란 사실은 처음부터 알았다. 연주가 시작되자 입체감 넘치는 사운드가 몰려왔다. 막귀이자 스알못인 내가 듣기에도 '좋은 사운드'임을 직감했다.

디자인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소리가 흐르는 예술작품'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베오랩 50는 사운드는 물론 비주얼로도 사람 홀리는 물건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베오랩 50가 들려주는 음악에 집중하고 있는 이 순간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아닐까 하고.

가격을 생각하는 순간 몽상에서 깨어났다. 4000만원이면 수입 자동차도 구입할 수 있는 가격 아닌가. 가격 때문에 뱅앤올룹슨을 포기하려는 사람을 위한 대안이 있다. 비앤오 플레이(B&O PLAY) 말이다. 실현 가능한 뱅앤올룹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