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우싱턴포스트(WP) 캡처

우리는 새로운 독점력의 시대에 살고 있다. 메가 합병이 연일 언론의 헤드 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지난 주 약국 소매점 체인을 운영하는 미국의 대형 의약품 기업 CVS 헬스는 미국 최대 민간 의료보험회사 중 하나인 에트나(Aetna)를 인수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통신업계의 거물 AT&T는 미디어 거물인 타임 워너를 인수하기 위한 850억 달러(93조원)짜리 초대형 협상과 관련해 미 법무부와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독점과의 싸움이 민주당의 경제 아젠다의 중심이 된 것은 다소 의아하다. 엘리자베스 워렌(민주, 매사추세츠州) 상원의원은 “시장에서의 반경쟁의 힘이 중앙 정치 무대에서의 힘으로, 즉 우리 정부를 사로잡는 권력으로 변질될 수 도 있다”는 강력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경제 전문가들도 항공, 은행, 헬스케어, 통신 등과 같은 주요 산업에서의 집중화가 위험 수준에 까지 이르렀으며, 이는 기업에게는 더 높은 이익을 가져다 주겠지만, 소비자에게는 서비스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 소비자들은 시장 지배력의 부상에 대해 대체적으로 무관심하다. 많은 대기업들은 친절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식품 소매업체 홀푸드를 인수한 이후 에코 스피커가 식품 소매업체의 매장 통로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어쨌든 케일(양배추같이 생긴 진녹색 채소), 연어, 아보카도(열대 과일의 일종)의 가격은 내렸으니까. 그럼 됐지, 뭐가 문제냐고?

그런 메가 합병의 피상적인 이익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대가를 치르는 것은 바로 민주주의다. 오늘날 검열되지 않는 기업의 힘은 미국 국민에게 가장 큰 위협이다. 제한 받지 않는 독점의 시대는 우리에게 많은 경제적 불이익을 가져다 준다. 우리는 낮은 임금, 불안정한 일자리 및 정리 해고의 증거가 더 뚜렷해지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압도적인 경제력과 압도적인 정치력 사이의 공생 관계이다. 이것은 잔인하게 강한 사슬을 만들어 내며 자신들의 지배력을 굳건히 한다. 

미국 기업이 자신들의 사업 이익을 위해, 선출직 연방 공무원(대통령)에게 로비 하는데 매 정권(political cycle)마다 거의 65억 달러(7조원)의 돈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것은 선거에 지출되는 돈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물론 보건, 통신 및 금융과 같은 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 대부분의 돈을 감당한다. 수천 명의 로비스트들이, 금융 규제에서부터 세금 법령까지 모든 것을 자신의 뻔뻔한 이기심에 맞도록 제정 또는 수정하기 위해 미 의회를 매일 같이 떼 지어 몰려다니는 것이다.  

독점적 기업이 공공 여론을 압박하는 가장 나쁜 예가 공청회 한 번 없이 의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공화당의 세제 개혁안이다. 뉴욕타임스의 아담 데이비드슨은 이 법안을 새로운 신용 카드의 티저 금리(teaser trate, 모기지 차입자에게 상환 기간 중 첫 2~3년간 적용되는 낮은 금리),  즉 미국에서 소득이 낮고 신용등급이 낮은 흑인이나 히스패닉 계층에게 티저 금리를 제시하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판매했으나 이후 티저 금리를 적용 받는 기간이 만료되자 차입자들은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고, 모기지 연체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던 이 금리와 비교했다. 세제개혁안이라는 것이 가난한 사람과 중산층에게 초기에는 유혹이지만 해가 지나면서 부유층에게 혜택이 돌아가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더 내야하고, 년 소득 1백만 달러를 넘게 버는 사람에게 세금을 가장 많이 깎아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세제개혁안의 백미는 대통령이 직접 명령한 법인세 삭감이다(35% → 20%). 린제이 O. 그래함(공화,사우스 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법인세를 인하하지 않으면 기업들의 재정 기부금이 멈출 것"이라고 주장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세제 개혁안을 찬성하는 사람은 총 유권자의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 세제 개혁안이 통과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비민주적이다. 기업 독점의 진정한 대가는 우리 정치가 거대한 권력을 가진 소수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는 것이다.

▲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우리는 이런 상황이 자연스러운 힘의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한 세기 전만 해도 기업의 힘을 완화시키는 것이 경제 조직 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공화당 소속인 시어도어 루스벨트(26대, 1901~1909 재임)에서부터 민주당 소속의 프랭클린 루스벨트(32대, 1933~1945 재임)까지 미국 대통령들은 정치적 자유의 이름으로 '큰 자의 저주'(The Curse of Bigness, 역대 미국 판사 중에 가장 존경받는 루이스 브랜다이스 대법관의 명저. 건전한 자본주의의 성패는 대기업의 횡포를 방지하는 데 달려 있다는 요지임)와 맞서 싸웠다. 대법원은 셔먼 독점 금지법(Sherman Antitrust Act)을 지렛대 삼아 미국 정유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던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Standard Oil)을 33개사로 분할시켰다. 노벨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는 “20세기 초반의 독점 금지 정책은 정밀하게 연마된 경제 분석에 근거하지 않았지만, 정말로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의 본질에 관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기업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반독점을 주장하면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초점에서 벗어나 가격 정책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변질되면서 당초부터 이기기 힘든 싸움이 돼 버렸다. 그 이후 합병 및 인수가 급격히 증가해, 1980년에 2000건도 안되던 것이 2000년에는 1만 4000건 이상으로 늘어났고 그런 추세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트럼프 시대에 이 나라 민주주의가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은, 거대 기업의 힘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마존 소유의 가게에서 전반적인 가격이 기본적으로 오르지 않았고 홀푸드의 몇 가지 제품의 가격 할인 정책이 아마존의 마케팅 전략으로 보인다 해도, 그런 것에 속지 말라. 기업 권력과 싸워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인 문제다. 당신이 어느 정당을 지지하든 관계없이 기본적인 미국 자유주의 – 공익의 맥락에서 아이디어와 상품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교환하는 것 – 을 믿는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정치적 의지와 명분을 차곡차곡 쌓아 나가야 한다.

이 글은 루스벨트 연구소(Roosevelt Institute)의 펠리샤 웡 최고경영자(CEO)가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