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어떻게 됐어?” “그리고 그건 어떻게 됐어?”

2017년 초에 가장 유행했던 글은 아마도 ‘전국의 00에게 드리는 글’이 아닐까 싶다. 모 일간지에 글 쓰는 판사로 유명한 한 부장판사가 칼럼을 게재한 것이 광적인 열풍으로 한참 몰아쳤다. 그 이후로 반성하는 꼰대 부장이 속출했고, 꼰대 같은 부장에게도 저녁 시간은 소중하다는 변론도 이어졌다.

소위 86세대라 일컬어지는 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자들이 이들이 아닐까 싶다. 이들을 굳이 변론할 생각은 없지만, 사실상 이들 세대는 낀 세대다. 그들이 사회에 진출해 막내였을 때는 상사가 저녁을 먹자 하면 군소리 없이 식당 예약하고 술시중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관리자가 됐을 때도 상사가 회식하자고 하면, 후배들은 저마다의 스케줄을 이유로 당당하게 퇴근했지만, 이들 세대는 여전히 회식자리에서 막내가 되어야 했다. 지금도 그런 곳이 많다. 꼰대들의 집합소인 2차 또는 3차로 이어지는 자리에서는 아직도 4말5초가 담배 심부름도 하게 된다.

얼마 전 40대 초반에 팀장으로 승진한 후배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선배를 모시고 술자리를 한 적이 있었다. 술자리가 길어지자 당연히 선배의 무용담이 안주로 나왔다. ‘우리 때는 까라면 깠고, 조직의 시스템과 지원이 부족해도 하고자 하는 열정 하나로 전쟁터에 나가는 심정으로 일했다’는 식이었다. 술기운이 오른 선배의 무용담이 좀 장황해지자 못 견디겠다 싶었는지, 후배가 한 마디 비수로 저격했다.

“선배님, 그 때는 수요가 더 많았을 때라, 뭐든 들고 나가면 팔리는 시절이었잖아요? 지금은 다릅니다. 공급자 간에 상상도 못할 전쟁을 하는 시깁니다.”

당황스런 순간이었지만, 놀라운 점은 마지막 86세대인 나는 양쪽 입장에 다 공감 되었기에 어느 쪽 편도 들기가 어려웠다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도 ‘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상사와 ‘되면 한다’고 부르짖는 신세대 사이에 끼어서 눈치를 살펴야 했다. 지금 얘기 하고 싶은 것은 꼰대 놀음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소위 꼰대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그들에게서 배울 점도 있다는 점이다.

 

한 배에 타게 되면 마음도 바뀐다

꼰대 세대에게도 이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열악한 국내 경제 상황 하에서 조직 내 사람들은 대부분 ‘한 배를 탔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때문에 개인적인 희생을 어느 정도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한배를 타게 되면 ‘마음도 한마음이 된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선배의 놀라운 무용담이 있다. 예전 국내 10대 그룹 안에 손꼽히던 곳에서 최연소 임원 승진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주인공이었다. 최고 경영진을 모신 전략회의에 참석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선배는 당시 경영진에 대해 초점을 두고 이야기 했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가 더 놀라웠다.

“전에 얘기한 그건 어떻게 되었어?”

“그건 ~~까지 끝납니다.”

“아, 그래. 잘 됐군. 그리고 그건 또 어떻게 해야 돼?”

전략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특정 고유명사 같이 뭔가를 찍어서 얘기하는 법이 없이, 모두가 대명사인 ‘그것’이나 ‘이것’으로 말을 하더라도 엇갈리거나 오해하는 법이 없었다고 했다. 그게 더 놀라웠다.

웬만한 조직에서 다수가 모여서 회의를 할 때면, 콕 찍어서 정확하게 얘기를 해 줘도 오해하거나 엉뚱하게 이해하는 경우가 수두룩한데, 그렇게 두루뭉술 얘기하는데 가능할까 싶었다. 그 경험담을 듣는 입장에서는 회의가 아니라 수수께끼 내기 같이 들렸지만,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들은 분명 소통을 한 것임에 틀림 없었다.

통하는 사람들에겐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어떤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 두 마디만 해도 다 알아 듣는 반면에, 열 마디를 해도 도통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이미 공유하고 있는 정보들이 많아서 소구되기 때문에 서로 잘 통하게 된다.

한 배에 태우기가 사실 쉽지는 않다. 그래서 세대가 달라진 요즘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로써 경종을 울린 것이기도 하다. 그 글에서 다시금 강조하는 것은 ‘될 성 부른’ 조직과 ‘될 리 없는’ 조직 차는 한 끗발인데, 후자는 ‘해라’고 하고 전자는 ‘하자’고 한단다.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느냐가 그 성패를 가르게 된다는 말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