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한령(중국정부의 중국인 한국 관광금지)’이 부분으로 풀린 지 일주일을 맞은 지난 주말. 중국발 찬바람에 잔뜩 움츠렸던 유통업계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적극 중국 관광객 유치에 시동을 걸었다. 과연 중국이 돌아왔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9일 중국인이 북쩍이던 명동과 면세점이 있는 소공로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을 직접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 관갱각들이 꽤 많았다. 면세점 관계자들은 중국인 고객들이 10~15% 정도 늘어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금한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흘러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치곤 따뜻한 날씨가 매서운 찬바람으로 차가워진 9일 오후 1시 서울시 소공로 롯데백화점 본점을 방문했다. 롯데백화점 지하1층과 연결된 을지로입구역(2호선) 7번 출구는 백화점을 찾은 사람들로 주변 사람들과 어깨가 부딪치기 일쑤였다.

▲ 이용객들도 북적이는 롯데백화점. 출처=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화장품 매장과 식품 매장이 함께 있는 지하 1층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온갖 언어를 쓰는 관광객들로 제법 혼잡했다. 식품 매장에도 중국어를 하는 직원이 있었다.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 여러 나라 관광객들이 찾는 롯데백화점. 출처=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롯데백화점 직원은 “금한령 전에는 한국인 고객보다는 중국 관광객이 훨씬 많았다"면서 " 금한령이 내려졌을 때 한국인과 중국인 비율은 반반 정도였다. 지금도 많아 보이지만 예전엔 정말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하1층의 엘리베이터 앞은 백화점 9층에 있는 면세점으로 바로 올라가려는 중국인들로 붐볐다. 대부분의 중국 관광객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쉼 없이 9층으로 올라가거나 엘리베이터로 곧장 9층으로 올라갔다.

▲ 여성들이 잘 찾지 않는 층은 한산한 모습. 출처=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1층에서 8층까지는 수입명품, 뷰티, 의류, 전자제품 매장 등 다양한 매장이 있다. 그곳을 찾는 방문객의 발길은 뜸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매장이 있는 층의 경우 직접 헤어보니 80명 남짓의 방문객이 있었고 나머지 남성용품이나 전기, 전자 매장이 있는 곳은 방문객이 30명도 채 되지 않았다.

▲ 중국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롯데면세점. 출처=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그러나 면세점이 있는 9층에서 12층은 발 디딜 틈 없이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매장 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화장품 매장이었다. 중국 관광객들은 화장품을 사기 위해 면세점을 들린다는 말이 실감났다. ‘금한령 전엔 도대체 얼마나 많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국 관광객들이 많았다.

▲ 매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중국 관광객들. 출처=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롯데면세점을 찾은 중국 관광객 룽얼(34세)은 “롯데백화점은 중국 사람들에게 물건이 다양하고 가격이 싼 곳”이라고 롯데백화점을 찾은 이유를 말했다.

▲ 양손 가득 구매한 물건을 들고 다니는 중국 관광객들. 출처=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롯데면세점 직원은 “중궁 관광객의 90%는 30~40대 여성이라 화장품이 가장 인기가 많다” 면서 “금한령에서  롯데가 제외됐지만  중국 관광객 대부분  이용하는 크루즈와 전세기 규제가 풀리지 않은 만큼 단체 관광객이 온다고 해도 소수인원이어서 다른 면세점으로 간다고 해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훌쩍 세 시간이 지났다. 오후 4시께 롯데백화점에 이웃해 있는 신세계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본점 지하1층에서  신관1층으로 갔다.

▲ 신관과 이어지는 신세계백화점 본관 지하1층.출처=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고급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서 있고, 대화를 나누기에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늦지 않은 시간임에도 방문객보다 직원이 더 많이 보였다. 한산한 느낌이 들었다.

▲ 신세계백화점 안 지하1층 푸드코트의 한산한 모습. 출처=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이 백화점은 지하 1층 푸트코트를 시작으로 지상층은 뷰티매장과 명품 매장, 패션 의류 매장 등이 있고 8층부터 12층까지는 면세점이 들어서 있다.

▲ 면세점을 제외한 다른층은 한산한 모습. 출처=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롯데백화점과 마찬가지로 면세점을 제외한 일반 매장은 층별로 50명 남짓한 고객이 둘러보고 있었다. 면세점에서도 유독 화장품매장에만 손님들이 몰렸다.

▲ 화장품을 구매하고 계산하기 위해 줄 서 있는 중국 관광객들.출처=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신세계백화점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 뤄샤오이(28세)는 “중국에서 신세계는 삼성의 계열사로 많이 알려졌고 그래서 대기업,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다”면서 “북적이지 않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금한령이 풀린 지난주부터는 10~15%정도 방문객이 늘었다. 보통 중국 관광객을 실은 관광차가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들어오는데 그때만 관광객이 좀 있고 나머지 시간에는 별로 많지 않다”면서 “평일에는 한국인 이용객이 더 많고 주말은 전체 이용객의 70%정도가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관광객들을 데리고 온 중국 여행업체 한 관계자는 “신세계보다 롯데에 중국 관광객들이 몰리는 이유는 할인혜택이 더 많아서 그렇다”면서 “아직은 중국 내에서도 한국 관광비자를 신청하려면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라 아마도 내년은 돼야 예전만큼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화점을 나오니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오후 7시 명동 거리 곳곳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명동 상가 초입에서 명동 성당까지 걸어보니 중국인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역시 화장품 가게를 많이 찾고 있었다. 중국인이 한국 복귀를 확인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