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시장 중심적 도산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업의 파산신청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 정법대학 오일환 교수는 9일 한국회생법학회가 주최하는 2017년 추계학술대회에서 토론자로 나서 중국의 최근 도산법 제도와 경향을 분석하며 이같은 의견을 내놨다.  

오일환 교수는 “중국이 당국 주도의 기업구조개혁 배경아래 지난해 부터 중국의 시장 중심의 기업파산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예전과 다르게 정부가 개입하는 정책적 기업파산이 아닌 시장 주체들이 주도해 법률의 규정에 따라 기업파산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원은 재판과 감독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중국의 이러한 변화는 늘어나는 좀비기업 처리를 두고 중국 정부가 선진적인 도산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인식,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조정과 함께 국유기업과 좀비기업의 청산을 위해 기업의 도산제도가 구조개혁의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고 오 교수는 분석했다.

오 교수는 이날 토론에서 "중국 정부가 2016년 5월에 ‘법에 따라 파산사건의 심리하고 적극적, 안정적으로 파산기업의 구제와 청산업무 추진하라는 통지”를 공포해 시장화 파산과 법치화 파산을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중국은 과거 기업이 파산을 신청하더라도 곧바로 수리하지 않고 신청한 기업의 파산절차 여부를 판단한 후 사건번호를 부여했다”며 “이 선언 이후 법원이 신청하는 파산사건을 모두 수리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총 5665건의 도산사건이 법원에 접수돼 전년도 대비 53.8% 상승했다. 이 중 회생 사건회생사건 1041건이고 나머지 4624건이 파산사건이다. 올해 종결된 사건은 1923건이고 나머지는 현재 진행 중이다.

학술대회에서는 중국의 기업파산의 특수한 제도도 소개됐다. 중국은 국유기업의 파산시 파산신청서에 근로자의 향후 근로상황에 관한 계획이 포함되어 있어야 법원이 파산절차를 진행한다. 다른 사업장 등에 근로자를 안배하지 않으면 파산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

최근 중국은 파산사건이 늘어나면서 판사와 변호사의 사건 처리 능력이 향상됐고 특히 변호사들은 많은 도산사건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오 교수의 설명이다.

▲ 오일환 중국법정대학 교수가 한국회생법학회 추계학술 대회에서 중국의 도산 경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인정 기자

싱가포르, 국제적 회생절차 갖춰

이날 토론회에는 싱가포르의 도산제도와 기업 구조조정 제도가 국제적 도산제도의 면모를 갖추고 있어 아시아 중에 국제 도산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토론도 이어졌다. 

토론자로 나선 법무법인 충정 최우영 변호사는 “싱가포르는 많은 기업이 해외자산을 보유하고 국제적 영업에 특화된 지역”이라며 “외국법원과 광범위한 상호협조가 요구되는 복잡한 국제 도산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싱가포르가 기업들에게 효율적이고 전문적이며 투명한 도산법 제도를 제공하고 있다”고 현지 도산제도 현황을 전했다.

최 변호사는 싱가포르는 ‘싱가포르 위원회’라는 도산기관에서 다양한 관계기관들이 참여해 도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운영위원회는 법무부, 재무부, 대법원, 대형로펌, 17곳의 은행 지점장들이 참여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이 같은 관계기관들이 도산제도를 입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싱가포르가 아시아를 넘어 국제 구조조정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데에는 다수의 도산전문가와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국제적 연결고리를 가진 로펌과 함께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싱가포르 구조조정 수요증가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회장 김용길 교수는 토론에 앞서 인사말에서“기업들이 제대로 활동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경기불황시대를 맞아 학회가 국제 회생법학의 동향을 공유해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회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