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이 지속되면서 산부인과의원이 존폐 기로에 섰다. 출생아가 줄어들면서 폐업을 하거나 분만을 포기하는 의원이 증가하면서 분만을 할 수 있는 곳마저 줄어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인구와 신생아 수가 적은 지방 소도시에서는 원정출산을 떠나는 산모가 늘고 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에 태어난 아기는 2만94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13.3% 줄었다. 9월 출생아 수는 3만100명으로 지난해 9월 출생아수(3만4400명)보다 4300명(12.5%) 줄었다. 신생아 수가 계속 10% 이상 감소율을 보이면서 올해 연간 신생아 수가 사상 처음 40만명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관측이다..

전국의 81개 군 중에서 아이가 300명도 태어나지 않은 군은 52곳에 이른다. 시 가운데서는  부산 중구와 강원 태백시가 300명 이하로 나타났다.  신생아수 300명 이하인 곳은 16년새 6.5배나 증가했으며, 올해 연간 신생아 수는 지난해보다 5만여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폐업하는 산부인과의원 급증 …분만 대신 비급여 미용 시술 하기도

저출산으로 신생아 수가 줄어들다보니 산부인가의원이 지격탁을 맞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으로 본 개원가 현주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전국에서 의원 1536곳이 폐업했으며, 그 중 산부인과 폐업률이 223.3%로 가장 높았다. 산부인과 의원 한 곳이 개업할 때 산부인과 2.3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그만큼 많은 숫자의 산부인과 의원이 문을 닫은 것이다.

산부인과 신규 전문의 수 또한 2001년 270명에서 지난해 96명으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산부인과 신규 전문의도 줄고 있어 산부인과 진료과목의 존폐 자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병원 내 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도 줄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산부인과 의사는 응급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분만과정을 주도한다. 분만에 따르는 노동의 강도와 위험성이 높지만 수가가 낮아 이를 포기하는 의료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월 20건의 분만을 하면 원가만 따져 평균 월 3000만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한다. 결국 작은 분만 병의원은 분만실을 폐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분만실적이 있는 의료기관은 2004년 1311곳에서 2015년 617곳으로 10년새 50% 감소했다. 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산부인과 전문의는 “산부인과 전문의 가운데 분만을 하지 않는 의사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2013년 7월 기준으로 분만을 하는 전문의는 전체 산부인과 의사 5425명의 42%(2274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에서 15년간 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한 김모 원장은 “사람이 많은 곳에 개원을 하면 환자가 많이 오지만, 그만큼 임대료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인건비를 줄이다보니 분만수술을 포기했다”면서 “주변에 있는 산부인과 의료기관들은 기본 부인과 진료만으로 의원 운영을 유지하기 힘들어 비급여 미용 수술을 병행하거나, 미용 수술만 한다. 분만은커녕 기본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응급진료와 야간 진료비 인상, 낮은 분만 수가 개선 등 의사들의 분만기피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원정출산하는 농어촌 지역 산모 증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구와 신생아 수가 적은 지방에서는 원정출산을 떠나는 산모가 늘고 있다. 강원도 홍천에 사는 김모(31)씨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병원은 인근 지역인 춘천에만 있다. 배가 많이 불러와서 산전 진찰을 받으러 1시간 이상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게 힘들다”면서 “사실 저나  주변 사람들은  춘천에 아이를 낳으러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시골이라는 인식때문일까 어렵게 아이를 가진 속초에 사는 지인은 좀 더 안전한 분만을 위해 2시간이 넘는 거리를 이동한다”고 말했다.

이런 농어촌 지역의 산부인과 접근성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는 2011년부터 1시간 내 분만의료이용율 30% 미만이고, 1시간 내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에 접근이 불가능한 인구비율이 30% 이상인 곳을 분만취약지로 지정했다. 복지부는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을 통해 분만취약지역에 산부인과가 설치·운영될 수 있도록 시설·장비·운영비 등을 지원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인천 옹진군 ▲강원도는 평창·정선·철원·화천·양구·인제군 ▲충북 보은·괴산군 ▲충남 청양군 ▲전북 진안·무주·장수군 ▲전남 장흥·함평·신안·보성·완도·진도군 ▲경북 영천·군위·의성·청송·영양·영덕·봉화·울릉군 ▲경남 의령·창녕·남해·하동·함양·합천·산청군이 분만취약지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확충하고, 이를 중심으로 의료기관 간 응급이송과 진료 연계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