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전기기사로 근무하던 A씨는 2011년 11월 11일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가 넘어지면서 버스 뒷바퀴에 왼손이 깔려 왼손 둘째, 셋째 손가락이 부러지는 상처를 입었다.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 치료비에 해당하는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그해 12월 14일 A씨가 입은 부상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승인을 거부했다. 

A씨의 경우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이 규정하고 있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 관리 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가 아니므로 산재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A씨는 이에 불복해 해당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했고, 마침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의 일종인 ‘헌법불합치’판단을 이끌어냈다.(헌법재판소 2016. 9. 29. 자 2014헌바254 결정).

2017년 9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근로복지공단이 출퇴근재해에 대해 제대로 산재처리를 해주지 않는 것이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는 어느 근로자가 5년간의 지난한 법정 투쟁을 거친 끝에 올린 개가였다.

현행 산재보험법상 출퇴근 시 사고에 대해 산재처리의 혜택을 보는 것은 오직 ‘사업주가 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뿐인데, 그렇다면 A씨처럼 도보나 자기 소유의 교통수단 또는 대중교통수단 등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대다수의 근로자들에게는 명백한 차별적 취급이 된다는 논리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이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① 근로자의 출퇴근 행위는 업무의 전 단계로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 ② 사업장 규모나 재정여건의 부족 또는 사업주의 일방적 의사나 개인 사정 등으로 출퇴근용 차량을 제공받지 못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지원받지 못하는 A씨와 같은 근로자는 산재보험에 가입하고도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차별당하는 불합리를 겪게 된다는 점 ③ 현대 산업사회에서 산업재해 위험으로부터 근로자의 안전과 생존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 의무의 중요한 부분이므로, 산업재해로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질적인 생활’에 위협을 받거나 이와 밀접하게 연관된 국민에게는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이같은 ‘헌법불합치’ 판단 결과로 산재보험법 상의 위헌적 요소를 해소할 의무를 지게 된 국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의 발의로 산재보험법 출퇴근 관련 규정을 정비하게 됐다.

산재보험법 제5조 제8호에 산업재해의 한 종류로 ‘출퇴근재해’ 규정을 신설하고,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을 삭제하는 대신 같은 항 제3호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산재처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물론 이러한 규정들이 통상적 출퇴근 경로에서 일탈 또는 중단하던 중에 사고가 발생하는 모든 경우를 산재처리 해 준다는 의미는 아니어서, 개정된 산재보험법에서는 일탈 또는 중단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출퇴근 재해로 간주하기로 했다(제37조 제3항 참조).

또한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아니한 직종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출퇴근 재해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제37조 제4항 참조). 각 대통령령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이냐에 따라 출퇴근 재해에 대한 산재처리 범위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이번 헌법재판소 판단 및 산재보험법 개정으로 그 동안 출퇴근재해가 실무상 보호받기 어려웠던 부당한 관행만큼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걸린 희귀병에 대해 대법원이 모두 산재로 인정하는 등 산재 분야에서 의미 있고 파격적인 변화가 많은 한 해였다. 그 동안 사업주의 무과실배상책임을 전보하는 기능에 국한되었던 산재보험제도도 이제는 재해를 입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는 기능이 강조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새해에는 근로자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되어 가기를 바란다.

▲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