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의 구조조정을 국책은행 대신 자본시장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선진국형 기업구조조정의 틀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최종 피난처인 파산법원의 역할 전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좀더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신구조조정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미국등 선진국은 `파산법원` 중심의 구조조정을 해왔다.   

정부는 지난 8일 정부 기관 합동으로 ‘새로운 기업구조조정 추 진방향’을 밝혔는데, 기업의 구조조정을 국책은행 주도에서 자본시장 주도로 바꾸겠다는 내용은 구조조정에 대해 자본시장 논리로 선제적 추진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국책은행이 주도한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기업의 회생보다는 채권회수의 주안점을 두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의 구조조정이 정부 주도 또는 채권자 주도로 이뤄진 것은 이 방법 외에 다른 방식을 생각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구조조정을 원활히 할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채권 회수 중심의 구조조정 방식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자본시장내에 구조조정 시장을 만들어 민간 자본가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을 만들면 참여자에 의해 구조조정의 방식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창조될 수 있고, 이는 자연스레 선제적인 구조조정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시장에서의 다양한 구조조정 방식에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미리 회생계획안을 만들어 회생절차에 돌입하는 P-Plan도 포함된다.

이번 신 구조조정 방안에는 구조조정과정에서 산업적 영향도 고려할 수 있는 정책적 공간이 마련됐다. 사실상 채권 회수의 가능성이 작더라도 산업지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정부가 보완대책을 마련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구조조정 방향은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처럼 산업의 공백을 만들고, 국책은행의 지본 부담만 증가시킨 것에 대한 반성의 결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경우 산업적 영향을 고려했더라도 같은 결론이 날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에는 산업적인 측면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던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회생절차 통한 구조조정 적극 활용되어야

신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이 방안은 국책은행의 자본을 희생해온 정부의 고민을 해결하는데만 주력했지, 정책성공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는 간과한게 분명하다. 바로 파산법원과의 정책공감이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

이는 이런 의문점으로 구체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첫째, 구조조정 시장이 형성돼 많은 투자자자가 참여한다 하더라도 투자금 회수를 위해 무리한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시장 참여자들이 부실기업에 대해 얼마나 매력을 느낄지도 의문이다. 

외부 컨설팅을 통해 사업성을 평가할때 컨설팅 전문회사와 그 방식을 신뢰할 수 있는지도 예민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에서 통합도산법상의 회생절차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백주선 회장(변호사)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곳은 사실상 법원이 유일하다”며 “이런 점에서 P-플랜도 법원 밖에서 채권자 우위의 구조조정 방식을 유도하는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회생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구조조정에 들어가야할 시기에 채권자 우위의 투자자가  시장에 깊숙이 개입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더욱이 자본시장 위주로 구조조정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파산법원의 강제력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한 보장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단 구조조정 시장 형성을 위해 구조조정 기업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과 기초 자본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4월 정부는 구조조정 자본시장에서 구조조정 기업의 매각을 활성화 방안으로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중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중개 플랫폼은 채권은행이 구조조정 기업을 매각할 때 PEF 등 자본시장에서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정보를 한데 모아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이 안에 구조조정 펀드로 1조원을 조성하여 구조조정 기업 매수 등 자본시장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구조조정과 산업재편은 당장 효과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의 재도약 여부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과제 어려움과 비용이 수반되더라도 일관된 원칙으로 투명하고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