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차원에서 마련된 바젤III 개편안이 발표됐다. 2008년 9월 처음 마련된 이후 9년 3개월만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7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금융감독기관장 및 중앙은행총재(GHOS)회의’에서 바젤 III 개편안이 승인됐다고 8일 밝혔다. GHOS 회의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의장을 맡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다.

이번 개편안이 마련되면서 바젤III 규제개혁은 사실상 완료됐다. 개편안은 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5년의 경과기간을 두고 2022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금감원은 이날 바젤III 개편안이 차질없이 도입될 수 있도록 관련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유럽중앙은행(ECB). 출처=픽사베이

바젤III 규제체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응 차원에서 2008년 9월 처음 등장했다. 기존 바젤II규제체계의 단점을 보완하고 은행시스템의 복원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추진됐다. 우리나라는 2013년 12월부터 바젤III를 준수하며 은행의 리스크 관리 기준을 강화했다.

그간 보통주 중심의 규제자본 질 개선(2013년),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 및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도입(2015년), 완충자본, 거액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제(2016년) 등 개혁 과제가 완료될 때마다 순차적으로 도입돼왔다.

이날 회의에서 마련된 바젤III 개편안은 이미 완료된 규제개혁 외에 완결되지 못하고 남아있던 과제들을 개선한 것이다. GHOS 회의 참석자들은 크게 신용리스크, 신용가치조정, 운영리스크, 레버리지비율, 자본하한의 5가지 차원에서 일괄 합의를 도출하고 개선된 내용을 공개했다.

신용리스크 표준방법 세분화…은행 스스로 대출 심사하도록 강화

먼저 신용리스크 표준방법은 은행의 위험가중자산 산출에 활용하고 있는 표준방법을 위험가중치와 리스크 민감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도록 했다. 가령 바젤II에서 주택담보대출에 35%의 위험가중치를 일괄 적용하던 것과 달리 바젤III에서는 담보인정비율(LTV)에 따라 차등 적용하게 된다.

외부신용등급에 대한 의존도는 낮춰 은행 스스로 차주 심사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등급이 없는 차주에 대해서도 세분화된 위험가중치를 적용할 수 있는 체계를 새롭게 마련했다. 커버드본드(이중상환조건부 채권)의 경우 발행물 등급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차등 적용하는 익스포저도 신설됐다. 또 표준방법으로 산출된 위험가중자산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신용가치조정은 규제자본 산정시 전체 익스포저를 각 리스크요소(이자율, 외환, 신용 등) 별로 나눠 각각의 리스크를 반영하도록 했다. 리스크 민감도와 강건성, 여타 규제체계와의 일관성 측면에서 세부적인 개선이 이뤄졌다.

예를 들어 B기업 채권을 보유한 A은행이 B기업의 신용리스크를 이전하기 위해 C금융사로부터 신용부도스왑을 매입한 경우, C금융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A은행이 갖고 있는 신용부도스왑의 평가손실이 커질 수 있다. 이에 거래상대방의 신용도 하락으로 그와 거래한 파생상품의 평가손실이 커질 수 있는 리스크(CVA∙Credit Valuation Adjustment risk)를 인식해 자본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제체계를 개선했다.

은행 운영리스크 관리능력 강화…레버리지비율∙자본하한 기준도 엄격해진다

금융기관이 운영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운영 리스크에 대한 표준방법도 마련됐다. 내부직원 또는 외부인의 사취행위, 사업장 안전관리, 취급상품의 하자, 자연재해, 시스템 장애 등으로 발생하는 법적 책임이나 기업가치의 저하 등 폭넓은 리스크 관리 능력이 강화됐다.

먼저 은행의 운영리스크 관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부손실자료를 표준화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표준방법에 반영했다. 영업지수(BI) 항목에서 적정 규제자본을 도출해 내부손실자료와 결합, 운영리스크 규제자본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레버리지비율은 은행 부문의 과도한 레버리지 확대를 제한하기 위해 3% 이상으로 제한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레버리지를 확대한 은행들이 위기시 급격한 디레버리징(자산처분, 부채상환)에 나설 경우 위기가 더 악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글로벌 시스템적 중요 은행(G-SIB)에 추가 레버리지 비율을 부과하고 총 익스포저 항목의 산출 방식을 수정해 자기자본비율은 8%, 보통주 자본비율은 4.5%, 기본자본(티어 1) 비율은 6% 이상으로 강화됐다.

자본하한도 바젤I 기반(80%)에서 바젤III 표준방법 기반인 72.5%로 변경된다. 자본하한 산출 목적의 위험가중자산도 리스크별로 표준방법에 의해 산출하고 내역을 반드시 공시하도록 규정이 강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