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에게 집이란 평생 땀 흘려 모은 돈으로 소유하는 거의 유일한 재산으로 그 의미가 각별하다. 미국인들에게도 집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들의 ‘아메리칸 드림’은 열심히 일해서 좋은 직장을 갖고 자신의 집을 소유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최소자금인 다운페이먼트를 모으는 데 집중한다. 다운페이먼트를 할 만큼의 돈이 생기면 30년 만기 모기지를 받고, 30여년간 이 돈을 갚아나가는 데 번 돈을 모두 쓰게 된다. 내 집을 마련하는 데 평생을 바치고 또 그 집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을 일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변화가 일고 있다. 집을 구매하기보다는 매달 월세를 내는 아파트를 임대해서 살겠다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전까지 미국인들은 각 가정마다 서로 다른 디자인으로 집을 짓고 화단을 가꾸며, 내부도 자기 입맛에 맞게 고쳐서 온전히 ‘나만의 색깔’이 있는 집을 원했다. 그런데 개성도 없고 천편일률적이며 내부도 마음대로 고칠 수 없는 아파트를 주거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오래 전에는 아파트란 주택을 가질 형편이 되지 않는 저소득층이 정부에서 임대해주는 거주공간이었다. 이보다 최근에는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회초년생들이 주택을 구입하기에 앞서 몇 년간 거주하면서 저축을 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최근 젊은 밀레니얼세대뿐만 아니라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눈앞에 둔 베이비부머도 아파트 임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밀레니얼세대가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고 상대적으로 임금 상승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주택 구입을 미루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들 밀레니얼세대들이 돈이 없어서 정부가 짓는 임대아파트 등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최근 밀레니얼세대들이 월세를 내고 기꺼이 들어가는 아파트들은 한 달 월세가 수천달러에 달하는 고급 아파트다.

고급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최근에 지어지는 아파트 건물들은 매매가 아닌 임대를 위한 경우가 대다수다. 예를 들어 지난 2012년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는 2동의 고급 아파트가 지어진 반면 2015년에는 무려 21동의 고급 아파트가 지어졌다.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패턴은 비슷하게 나타난다.

밀레니얼세대와 베이비부머 모두 럭셔리 아파트가 제공하는 아파트 내 편의서비스를 좋아하는 것이 이유다. 아파트 내의 고급 헬스클럽, 호텔과 같은 1층의 프론트 데스크 서비스, 공용라운지, 바비큐 시설 및 다른 입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환경 등이 꼽힌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심 내의 아파트에는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직장과 멀리 떨어진 외곽의 편의서비스 없는 주택보다는 도시의 럭셔리한 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베이비부머도 편의시설을 아파트 임대의 제일 큰 이유로 꼽는다. 나이가 들면서 잔디를 깎거나 노후화된 주택의 경우 수시로 보수를 하는 등의 일이 힘에 부치고 비용도 많이 드니, 모든 것을 관리팀에서 알아서 해주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다.

2009년에서 2015년까지 인구조사 자료를 토대로 부동산 관련 회사의 분석에 따르면 55세 이상 미국인 중에서 주택 자가 소유가 아닌 임대자의 숫자가 28%에서 35%로 크게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34세 이하의 밀레니얼세대 임대자의 숫자는 3% 상승에 그쳤다.

베이비부머의 아파트 임대는 계속 늘어나서 2020년에는 미국 전체에서 500만명의 베이비부머가 주택 소유 대신 임대를 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